특집|고유가 시대

고유가 대응 세금인하 시급

글·정원준|대한석유협회 기획관리팀 부장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비상이 걸렸다. 아시아 대표유종인 두바이유는 배럴당 35달러를 돌파하여 1990년 걸프전 이후 1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동의 정정불안과 , 중국을 위시한 세계의 석유수요 증가, 달러화 약세에 따른 OPEC의 구매력 보전을 위한 고유가 유지 정책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미국의 휘발유 재고 부족과 중동지역의 정세불안 지속을 틈탄 투기세력의 가세에 따라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고유가행진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태세이다오히려 중동의 정세 변화에 따라 유가는 더욱 급등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고유가 구조로 고착화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대응조치를  내놓고 있으나 수요관리, 신·재생에너지 확대 및  해외자원 개발 확대 등 중장기적 대책에 치우치고 있어 실효성 면에서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으로 치솟고 있는 유가를 흡수하여 물가 상승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가 내수 진작을 통한 고용확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에 더욱 부합하는 조치이다.

고유가는 국민경제 위축 초래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작년말 대비 이미 29%나 상승하였다. 정부 및 산업계는 2004년 유가를 배럴당 25달러 전후로 전망하여 경제목표를 설정했으나 현재 유가 수준은 35달러를 웃돌고 있다. 유가상승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원유수입단가 상승을 통한 수입액 증가로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한다. 나아가 경상수지 악화로 처분가능소득을 해외로 유출시켜 내수 둔화를 가져온다. 한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기업 수익 악화 및 소비자 물가 상승을 초래하여 실직소득 감소에 따른 내수 둔화를 가져 온다

우리나라는 연간 8억배럴의 원유를 수입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간 약 8억 달러의 무역수지 악화요인이 발생한다. 경제성장률은 0.1%p 하락하는 반면, 국내 기름값은 0.7% 오르고 생산원가와 물가도 각각 0.3% 0.17%씩 오른다. 이미 과거 1,2차 석유위기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를 경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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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석유위기 시에는 국제유가 3.9배 급등에 GDP 성장율은 12.3%에서 7.4% 4.9%P 급감했다. 또한 제2차 석유위기 시에는 국제유가 3.3배 급등에 GDP 성장율이 7.1% 성장에서 △2.1%로 무려 9.2%P나 곤두박질쳐서 IMF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곤 경제개발 이후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한 해로 기록되었다. 1990년 걸프전쟁 때에는 국제유가가 2.2배 급등하였으나 고유가상황이 6개월 단기간에 그친 탓에 그 영향은 크지 않았다. 미·이라크 전쟁위험이 고조되던 2002 11월에 대비하여 현재 국제유가는 약 50% 상승하였다. 다행히 비축 확대, 대체에너지 개발 등 소비국의 대응력 강화로 석유위기 시마다 국제유가 상승 폭은 둔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석유는 국가경제와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지 않는 대책이 중요하다.

국내 유가가 높은 주요인은 세금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는 관세와 수입부과금, 특소세(교통세) , 교육세, 주행세, 판매부과금, 부가가치세 등 무려 7가지나 되는 세금이 부과되고 있고, 비중도 소비자 가격의 약 66%~70%를 차지한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리터 당 교통세 559, 교육세 83.53(교통세의 15%), 주행세 100.62(교통세의 18%), 부가가치세 123원 등 모두 867원의 내국세 외에 원유수입 시 관세 1%와 리터 당 8원의 부과금이 부과되고 있다. 이처럼 정액으로 부과되는 세금 외에 최근의 국제원유가 상승에 따라 높아진 국내 유가는 불경기로 위축된 국내 경제에 주름살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 사용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국제유가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이상 급등으로 인해 국가경제 및 민생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원가상승을 흡수하는 수단으로 국내유가의 70%에 달하는 세금을 인하하는 대책이 가장 실효성이 있는 수단으로 판단된다. 이미 우리나라 석유가격은 국제 수준에 비해 높은 수준에 있다. 국민소득 수준 (GDP)을 고려하면 OECD국가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렇게 세금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세녹스를 비롯 세금을 포탈한 가짜휘발유의 등장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유가에 대한 불만으로 소비자들은 가짜휘발유 사용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휘발유에 대한 높은 세금은 세금 탈루를 노린 가짜휘발유 유통의 온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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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나라에서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석유의 소비절약을 유도하기 위해서, 또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 현행 세금의 유지를 포함한 고유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조세의 탄력적 적용은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한 유용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세금인하를 주저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가재정에서 차지하고 있는 석유 세수의 막중한 비중 때문으로 생각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석유류 세수(2002)는 국방비를 초과하는 17 9천억원으로 총 국세중 1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수입부과금까지 포함하면 20조원이 넘는다우리와 에너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일본은 대부분의 석유를 해외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며, 1차에너지 중 석유비중이 50%로서 우리나라와 여러모로 비슷한 처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2004년도 총예산 가운데 석유관련 세금 비중은 9%(52 7천억원)로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 휘발유 조세부담율은 58.1%로 우리나라에 비해 약 10%p 낮다. 우리나라의 석유류 세수 의존도가 과도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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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시 세금 크게 인상 후 미환원

국내 유가에 대한 세금은 1997~2001 IMF 경제중 크게 오르고 경제위기를 벗어난 후에도 환원되지 않고 있다. 그림에서 보듯이 국내 휘발유 가격은 IMF 경제위기전인  1997년까지만 해도 800원대에 머물렀으며, 당시 휘발유에 대한 세금은 모두 합해 리터당 551.41원이었다. 그러나 1997년말 찾아온 IMF를 계기로 국내 휘발유 가격은 급등하여 1,200원대를 돌파, 지금까지 고유가시대를 지속해 오고 있다. IMF를 맞아  국내 유가가 오른 것은 환율급등의 영향도 있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세금인상이다. 달러당 원화환율이 1997년의 959.19달러에서 1998년에 1426.18원으로 49% 급등했으나 같은 기간 국내 원유도입단가는 배럴당 19.28달러에서 12.74달러로 34% 하락하여 유가인상 요인을 상쇄하였다. 반면 휘발유 세금은 1998년에 리터당 223, 1999년에 82원 올라 2년동안만 305원이 인상됐다. 2001 7 IMF 경제체제 졸업직전에는 휘발유 세금이  862.22원에 달하여 IMF 경제체제 기간중 휘발유 세금이 모두 56%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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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경제회복기의 외국과 달리 경기 침체에 유가상승이 동인이 되어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도 내수 진작을 통한 성장과 고용 확대를 당면과제로 삼고, 지난 3월 자동차를 비롯한 25개 품목에 대해 특별소비세를 20~30% 인하하였다. 그러나 천정부지로 치솟는 연료가격이 부담돼 있는 자동차도 세워 놓는 마당에 자동차 가격 내린다고 누가 자동차를 선뜻 구매할 것인가? 오히려 판매 적체가 심화되자 자동차 업계가 석유류 특소세 인하를 건의하기에 이르렀다.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활성화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고유가가 지속되는 기간만이라도 한시적으로 석유에 부과되는 특소세를 내릴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교통세법에도 국민경제 안정을 위해 30% 범위 안에서 세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있어 국민경제를 위한 정책수단으로서 세율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교통세율을 30% 인하할 시 휘발유 세금은 리터당 245원 인하효과가 있게 된다.

원유관세 및 부과금도 인하해야

또한 원유 도입시에 부과하는 관세의 무세화도 필요하다. 국내의 원유관세는 지난 4 30일부로 한시적으로 1%를 적용하고 있으나 기본관세율은 5%이다. 이러한 원유관세는 OECD 국가중 산유국인 멕시코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기초원자재인 원유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는 반면 석유제품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각국이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 또한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고려에서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도 수입원자재의 관세율을 일반적으로 0%~2%내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원유에만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 관세체계에도 부합하지 않다. 더구나 국민경제의 위험관리를 담보하기 위한  소비지정제주의 정책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각국이 소비지 정제주의를 채택하는 이유는 ●원유가 석유제품에 비해 거래물량이 많아 비교적 가격변동폭이 적어서 안정적이며 ●자국의 수요구조 및 품질규격에 적합한 제품을 공급가능하며 ●원유는 석유제품에 비해 대량수송과 비축이 용이하여 비용면에서 경제적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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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관세 인하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적으로 효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의 연구결과  원유관세 무세화시 국민 경제에 미치는 후생효과가 주요 원자재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동 보고서에서는 정부가 원유 세수 1원을 포기할 때 1.258원의 실질소득 증가로 연결되어 원유를 무세화할 경우 세수 5천억원이 감소하지만 6 290억원의 GDP 증대효가가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또한 원유 1% 인하시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리터당 2원 이상 인하요인이 발생해 국민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원유나 석유제품 수입시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수입부과금의 인하 역시 시급하다. 수입부과금은 지난 4 30일부로 고유가 상황을 맞아 한시적 적용으로 리터당 14원에서 8원으로 인하되었다. 그러나 원유에 대해 별도의 부과금을 징수하는 국가는 OECD국가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기초 원자재인 원유와 수입제품에 동일 금액을 부과하는 것도 조세 체계상  타당하지 않다.

이에 대해 조세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원유와 정제제품의 가치차이를 고려하여 원유와 석유제품간 가격차이에 비례하는 방향에서 부과금을 차등화 할 것을 제시하고, 원유부과금은 현행유지 또는 다소 감소시키되 석유제품은 현재보다 50% 높은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각국이 국가적 아젠다로서 에너지 확보에 나서고 있고, 국가 경쟁력 및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방위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우리 정부도 이를 직시해 에너지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추진이 요구된다. 그 일환으로서 국가경쟁력 향상 및 고유가로 인한 물가불안 완화를 위해, 원유관세·원유수입부과금·교통세 인하에 대한 정부의 획기적인 세제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