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확보를 위한 중국의 전략


글· 대한석유협회 기획관리팀

에너지가 외교의 중심 아이템

1993년 원유수입이 수출을 웃돌자 중국은 해외 에너지원 확보를 활발하게 진행했다. 30개국 이상에서 자원탐사와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고유황 중동산 원유의 정제설비 부족으로 대신 아프리카와 남미로부터의 수입을 늘렸다. 1996년 「국외 석유, 천연가스 탐사개발에 적극 진출」이라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CNOOC(中國海岸石油)와 CNPC(中國石油天然가스), SINOPEC(中國石油化工) 등 3개 국영회사를 자원확보의 첨병으로 육성하였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취임 이후 적극적으로 자원보유국을 설득하고 있다. 최근 1~2년, 후진타오 주석이 회담을 가진 30개국 외국 정상중 50%가 아프리카 국가와 중남미,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 자원보유국이다. 중국은 이들 국가와의 교류를 통해 자원 안정확보를 위한 공급처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원유수입에서 중국은 중동지역에 50% 전후를 의존하고 있으나 이미 메이저 석유사가 대부분의 중동지분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의 발언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중국은 1990년대 후반, 국내정정 불안으로 유전이 개발되지 않은 수단에 재빨리 투자하기 시작했다. 중국 원유확보처의 3, 4위는 내전이 지속되는 앙골라와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이란이다. 수단 외에 나이지리아 등 미국과 관계가 껄끄러운 국가와도 접근하고 있다.

중국은 해상교통로의 영향력 확대로 연결되는 동남아시아에도 접근하고 있으며, 2001년 키르키스,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 러시아와 상하이협력기구를 설립했다. 경제 뿐만 아니라 안전보장의 측면에서도 중앙아시아에 접근하고 있다.

일본과는 동지나해 가스전개발 문제에서 대립이 깊어지고 있고, 러시아의 아시아원유 파이프라인을 둘러 싸고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까지 쿠웨이트 석유장관이 OPEC 의장으로 역임함에 따라 쿠웨이트 정부는 중국에게 ①정유공장(원유처리능력 30만b/d) 공동 건설 ②총액 약 40억달러 투자③쿠웨이트 원유 공급에 상호 동의하고 또한 쿠웨이트 의회가 외국기업의 상류부문개발에 대한 참가를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중국기업의 참가를 요청하고 있다.

유노칼 인수 실패의 교훈

중국의 3대석유회사인 CNOOC가 지난 2005년 유노칼을 총액 185억달러에 인수하려고 시도했다. 이는 경쟁자인 美 쉐브론사의 인수액 166억달러를 웃도는 금액이었으나 실패로 끝이 났다. 이로써 얻은 교훈은 첫째, 미국의 정치위험을 낮게 판단했던 것이다. 중국은 미국 제도의 “공평”, “중립성” 등을 지나치게 신뢰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순수한 상행위도 에너지 안전보장상의 우려로 정치적으로 개입해버린 것이다.

둘째, 원유와 천연가스의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는 중국의 입장이 전세계에 널리 알려졌다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결국 중국의 급속한 대두 즉, 경제적 확장 및 군사력 증강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이다. 그런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부각되고 있는 중국 경계심에 대해 중국이 향후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석유 등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해외투자에는 수익·비용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시장원리에 맞춰 인수를 추진해야 한다. 유전, 가스전 지분확보에서 유럽의 석유회사 인수 등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선진국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러시아, 중남미 등 신 산유국에 대한 직접투자에 많은 자금을 충당해야 한다.

해외 각국과의 에너지 협력 현황

<아시아>
● 인도
중국과 인도와는 2005년말 시리아 지분보유 석유회사에 공동 출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이미 에너지분야에서 협력을 시작했다.
2006년 1월12일, 양국은 해외유전 공동개발과 정기회의 개최 등 에너지분야의 폭넓은 협력에 합의했다. 세계 석유소비 2위 중국과 6위 인도가 손을 잡고 유전지분매입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려는 목적이다.
합의내용은 5개 항목에 이르며 인도석유가스공사(ONGC)와 중국 CNPC의 유전개발 협력 외에 인도천연가스공사(GAIL), 중국해양석유(CNOOC) 북경천연기집단 등 중국 3사와 에너지개발에서 생산, 소매까지 일관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앞으로 양국의 에너지 담당자가 최소 연간 1회 정도 만나 새로운 협의사항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북한
북한은 지하자원의 보고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지속적인 고도성장과 만성적인 자원부족에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볼 때 북한의 자원 확보에 혈안일 것은 자명한 일이다. 북한이 2005년 12월, 중국과 합의한 해저유전 공동개발은 해저유정의 장소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그 내용과 구체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합의한 공동개발해역은 황해도 연안 해안이 유력하지만 나진(羅津) 남쪽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의 대북한 투자는 2004년, 전년의 38배에 해당하는 5천만달러로 외국자본의 대북투자액중 85%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대북경제협력이 광산개발에서 나진항의 부두의 50년간 조차(祖借)까지 다양한 분야에 까지 확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정부가 2005년에 체결한 석유가스 협업계약 13건중 페트로차이나는 6건에 참여하였으며, CNOOC와 SINOPEC도 신규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남아시아에서의 자원확보가 목표이어서 유럽계 메이저에 대항하는 자원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베트남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2005년 10월31일 베트남을 방문, 남지나해의 석유가스자원 공동탐사와 전력장치 등 에너지부문의 협력계약에 합의하고, 국경문제해결 및 에너지협력등을 포함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동협정에 따르면 베트남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베트남이 남지나해 북부灣(베트남에서는 통킹灣으로 불림)의 석유, 천연가스협력에 계약하고 공동 탐사를 추진한다고 한다. 중국의 이번 계약은 지난 1986년에 덩샤오핑(登小平)이 제기한 「분쟁을 보류하고 공동으로 개발한다」라는 원칙에 근거하는 것으로 남지나해의 분쟁해역에 있어서 유전가스자원의 공동개발을 위한 중요한 초석이라 할 수 있다.

<중동>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이 1990년에 양국간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 지난 2006년 1월하순, 중국을 방문하여 양국 관계를 강화했다. 오만은 국영석유회사(OOC)간 LNG관련 사업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최근 아하마드네자딘 대통령이 2005년 8월에 취임한 이후 최초로 본격적인 외국 석유회사(중국 SINOPEC)와의 개발협정을 체결할 전망이다. 개발유전은 야다바란(Yadavaran)으로 최대 30만b/d가 예상되는 동국 최대유전으로 중국이 절반을 취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란의 핵개발에 우호적인 중국과 경제관계를 긴밀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
지난 2006년 3월21일 후진타오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5년안에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중국 서부의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연간 800억㎥씩 수송하는 파이프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수요가 급증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국이 이웃 나라인 러시아의 거대한 원유 및 가스보유량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희망하는 시베리아 원유수송을 위한 별도의 송유관 건설에 대해선 합의를 이루지 못해 러시아가 중국에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각국의 에너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높아진 러시아가 굳이 중국과의 협력을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중국과 시베리아 앙가르스크 유전과 중국의 다칭을 연결하는 송유관 건설에 잠정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일본이 송유관 건설에 70억 달러를 제공하겠다며 ‘앙가르스크-나홋카라인’을 제시하자 러시아는 중국과 일본 중 어느 국가에 자국의 풍부한 에너지 혜택을 줄지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

<중앙아시아>
중국국영석유 최대 업체인 CNPC는 2005년 10월 카자흐스탄에 유전지분을 보유한 캐나다 페트로 카자흐스탄(PK)을 41.8억달러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PK가 CNPC의 제안을 수락한 배경은 ①후진타오 국가주석이 2005년 7월4일, 카자흐스탄을 방문, 나쟈르바이프 대통령과 회담을 가져 전략적 파트너쉽을 맺고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고 ②CNPC가1997년, 카자흐스탄의 Aktobemunaygas社를 인수하고 이미 18억달러를 투자하여 원유생산은 현재 10만b/d를 기록하고 있으며, 가스처리설비의 건설, 천연가스 생산과 저장, 수송인프라를 건설 중인 점 ③양국을 연결하는 원유 파이프라인(2005년 12월15일 완성)과, 당초 수송능력 20만b/d(설계능력 40만b/d)를 평가하고, 향후 카자흐스탄 원유 증산(현재 120만b/d→200만b/d)으로 중국에 대한 안정적인 시장확보를 기대하고 있는 점 등으로 보이고 있다. 또한 CNOOC는 캐나다의Natural Energy社를 약 20억달러에 인수하여 동사가 카자흐스탄에 보유중인 유전(확인매장량 4억배럴)을 확보할 의향으로 파악된다.

<아프리카>
중국이 아프리카 외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을 UN 등 국제정치무대에서 우호세력으로 편입하려는 외교적인 이해와 무기 등 중국제품의 시장확보 및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확보가 그 목적이다.
미국의 유력연구기관 「외교문제평의회」는 아프리카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공급원으로서 아프리카의 중요성이 향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지적하고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을 늘리고 있는 중국과의 에너지 확보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중국이 앙골라, 수단 등 산유국에 적극 진출하여 원유의 1/4 이상을 아프리카로부터 도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인권침해와 테러지원 등으로 인해 아프리카 국가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 사이에 중국이 투자를 늘려 원유공급을 확보하고 있다고 경고하여 미국이 아프리카의 지도자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지원하여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남미>
후진타오 주석은 2003년 이후 2차례에 걸쳐 중남미 각국을 방문하는 등 관계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브라질과 베네수엘라등에서 유전개발에 합의하기도 했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중국의 對남미 총투자액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양국은 2004년 12월과 2005년 1월에 경제협정을 맺었다. 그 중에는 수도 카라카스의 동쪽인 즈만지역에서의 15개 유전개발과이중 12만b/d의 원유의 對중국 수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뒷마당이라는 남미지역에서 그래도 반미색이 강한 베네수엘라에서 석유개발을 서두르는 중국의 움직임은 향후 중국-미국간 새로운 불씨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어 향후 미국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브라질은 석유수출국으로서 토대가 확고한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페트로브라스(Petrobras)는 지난해 7월, 중국에 약 6억달러의 원유수출 계약을 사상최초로 체결했다.
CNPC와 SINOPEC은 캐나다 기업이 에쿠아도르에 보유중인 유전 지분(원유매장량 1.4억달러, 원유생산 7.5만b/d)을 14.2억달러에 공동인수 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1980년대까지 석유수출국이었으나 현재는 석유수요의 4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더욱이 석유수요는 앞으로도 지속 증가할 전망이어서 국가차원에서 자원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