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글·최정엽 | EBN 기자

최근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2004년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전년대비 0.47% 증가한 377.1ppm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산화탄소는 대표적 온실가스로 이번에 기록한 수치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35%나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당장 배출을 멈춘다 하더라도 산업혁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에는 최소 50년에서 20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에 60% 정도 기여하는 기체로 농도 증가는 지구 온난화, 엘니뇨 등 세계적인 대규모 기후 변동을 초래한다.

이에 전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와 관련한 대응전략 수립뿐 아니라 엘니뇨와 이를 동반한 여러 형태의 기상이변에 대해 국가 차원의 대비책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교토의정서가 발효돼 우리나라는 오는 2013년부터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동안 막연하게 만 생각해 왔던 국제적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에 이제는 정부와 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결국 국제적 큰 흐름을 사실상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환경규제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경제협약으로의 인식이 필요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온실가스를 잡아라!

지구환경재앙을 사전에 막기 위한 실천 메카니즘인 교토의정서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2월 발효됐다.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 제기되기 시작한 지구온난화 주장은 1992년 브라질 리우 환경 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협약(UNFCCC)’을 채택하게 했고 이어 1997년 교토에서 개최된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주요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방출 저감을 규정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의결을 불러왔다.

하지만 미국, 중국 등 일부 국가의 비준거부로 이 협약은 한 동안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는데 2005년 2월 전 세계 온실기체 방출량의 17.6%를 차지하는 러시아가 비준에 동의함에 따라 마침내 그 실질적인 효력이 발생하게 됐다.
리우회담 이후 13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지 무려 8년이나 지나서야 비로소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적인 협약이 정식으로 발효된 것이다.

의정서에 따르면 협약체결국 중 미국, 일본, EU(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한 부속서(Annex)I 국가들은 오는 2008년부터 20012년까지 자국내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지난 1990년 수준대비 평균 5.2%를 감축해야 한다. 국가별로는 EU 8%, 미국 7%, 일본 6% 등이다.

온실가스는 대기를 구성하는 기체들 가운데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기체로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으로 우주 공간으로 방출되는 적외선(열)을 차단, 흡수함으로써 지구표면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체들로 대기오염 물질인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등과는 다르다.

교토의정서 발효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의무부담국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저감 목표 할당과 함께 이를 이행을 해야 하며 에너지 사용도 규제된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를 포함한 현재 비의무부담국은 기술개발 압박과 함께 온실가스 발생 관련 제품의 수입규제 등 비관세 무역장벽 등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의무부담국으로 전환 이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교토의정서, 강한 구속력 가져

지난해 11월 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1차 당사국총회에서 제7차 당사국 회의 때 마련한 ‘마라께시 합의문’을 공동채택하면서 교토의정서는 보다 강한 구속력을 갖게 됐다.

이번 합의문은 교토의정서의 세부이행지침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의 채택은 곧 교토의정서의 제도적인 완성을 뜻한다.
교토의정서 발효 후 온실가스 감축노력은 국제적인 대세다.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미국조차도 독자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를 정하고 저감기술 개발을 위해 연간 5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며, 메탄가스 파트너십, 수소경제 파트너십 같은 기후변화 관련 국제협력에도 적극적이다.

시장원리 입각 감축수단 도입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들은 단순히 국내적 수단에만 의존해 감축목표를 달성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비용이 들 것을 우려해 ‘공동이행제도(JI. Joint Implementation)’와 ‘청정개발체제(CDM; CleanDevelopment Mechanism)’,‘배출권거래제(ET; EmissionTrading)’등 3가지 제도로 구성된 교토메커니즘을 고안해 현실화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자국 내에서만 해결하려고 할 경우 심지어는 설비가동 중단까지 이어지는 등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장 원리에 입각한 감축수단을 도입한 것이다.

일찌감치 기후변화협약을 주도하고 나선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후변화협약을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기술을 수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EU는 제품의 환경에 대한 영향을 자원의 채취에서부터 설계, 가공, 마케팅, 사용, 폐기 등 전과정(Life Cycle)에 걸쳐 확대, 평가하려는 통합적 제품정책(IPP)시스템을 구축중이다. 이 중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는 사용량에 따라 제품을 평가하는 ‘친환경설계지침(EuP, Eco-Design of Energy Using Products)’의 입법을 추진 중이다.

또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에서는 친환경 제품에 대한 비관세화가 진행되고 있다.이 같은 정책들이 시행될 경우 제품에 대한 평가는 전 생산과정(PPMs)으로까지 확대돼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한 무역규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문제는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서 이처럼 산업계, 나아가 국가경제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거꾸로 에너지 및 온실가스 저감 기술은 미래 기업의 생존을 결정할 주요 신사업 및 경쟁력 요소로 부상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단순한 의무로만 규정하지 않고, 이를 줄인 만큼 권리를 되팔 수 있도록 한 제도가 ‘온실가스 감축은 곧 경제력’ 이라는 등식을 성립하게 했다. 실제로 선진국들은 돈이 되는 온실가스 사업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중개하는 거래소가 문을 열고 거래를 시작했으며, 온실가스 감축 컨설팅업 등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백화점식 종합대책은 가라!

기후변화협약은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오는 2012년까지 의무감축을 서둘러야 하는 부속서 I 국가군 38개 국가들에 못지않게 이 협약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우리나라도 교토의정서 체결 이후 즉각 적인 대책수립에 나섰다. 정부는 1998년 기후변화협약 관계장관회의를 구성하고 제1차 종합대책(1999∼2001)을 마련했으며, 제2차(2002∼2004), 제3차(2005)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3차 대책의 경우 2차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종합대책이 각 부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책사업들 중에서 에너지 절약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고 생각되는 사업들을 모조리 한데 모아 놓은 백화점식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신축건물에 대한 설계단계에서의 에너지절약기준 강화 및 건축물별 에너지총량 관리’, ‘무정차 상태에서 자동 징수하는 고속도로 통행료 전자 지불 시스템 구축’, ‘하이브리드 차량 등 무·저공해 자동차와 경차보급 확대를 위한 각종 세제 감면 등 지원’ 등 기후변화협약과는 별로 관계가 없거나 또는 그야말로 대책을 위한 대책이 나열된 것도 있다. 또 폐수처리시설 관련 사업이나 폐기물 매립가스 발전 사업,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설치 사업이 기후변화협약대응 종합대책에 포함된 것도 비합리적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비좁은 국토와 빈약한 천연자원을 갖는 자원빈국이라는 입장에서 대외무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자연스럽게 중화학공업을 육성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우리나라의 특별한 사정이 전 세계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다 참여하는 기후변화협약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기는 분명 어렵다. 의무부담 시기를 늦추는 것이 당장은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내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사업기회 상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어차피 2013년 이후 의무 대상국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방어적 대응에만 급급할 경우, 오히려 미래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키우고 온실가스 관련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 전락될 수도 있다.이에 기업들도 자사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파악하고 배출권 거래와 청정개발체제(CDM) 비즈니스 등 파생 사업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 온실가스 감축 요구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기회로…

선진 석화업체들은 당면한 온실가스 감축부담에 적극적인 기술개발로 대응해 나가는 동시에 미래신사업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전사적으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 추진하는 한편 교토의정서 발효에 따른 배출권거래제 시장 등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화학, 탐사, 가스와 전력, 석유, 태양열발전 등을 운영하는 종합에너지회사인 BP(British Petroleum)는 기후변화협약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미 지난 1997년 5월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것을 공식 선언한 BP는 오는 201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난 1990년 대비 10%저감시키겠다는 자발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세계 최대의 다국적 화학회사인 듀폰(DuPont)도 전사 차원에서 지난 1999년에 이미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절반수준으로 감축했으며, 오는 2010년까지는 65% 가량 줄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에너지 사용량을 오는 201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공정 및 에너지 효율 개선을 적극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 2002년에는 1990년 대비 생산량은 35%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량은 오히려 7% 감소하는 등 가시적인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우(Dow), GM(General Motors), 존슨&존슨(Johnson & Johnson) 등 거대기업들과 함께 청정에너지원 공급을 촉구하며 시장 확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쉘(Shell)도 이미 지난 2002년에 1990년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10% 감축했다. 다우케미컬캐나다는 전기를 폐열발전으로 대체해 1996년 기준 제품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2%나 줄였다.
위기는 곧 기회와 같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지 1년이 넘은 가운데 해외 각국이 온실가스 시장을 발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환경은 추가부담만이 아니라 기업과 국가경쟁력의 열쇠를 쥔 주요 요인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과 노력뿐만 아니라 기업도 환경과 경영을 접목하고 온실가스 감축체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사업 국내서도 본격화

온실가스를 줄여 돈을 버는 청정개발체제(CDM)사업이 국내에도 본격화되고 있다. CDM사업은 교토의정서 상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무 부담국(일본·EU 등 38개)이 의무부담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시행해 달성한 감축실적을 자국의 감축목표 달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획득한 온실가스 배출권리(CER. Certified Emission Reduction)는 주식처럼 시장을 통해 매매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배출감축 의무국은 아니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 확산 추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 CDM사업을 통해 배출권을 획득하는 에너지 수익사업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에너지 관리공단 관계자는 “CDM사업은 세계 온실가스 규제에 대비하면서 우리나라의 고효율 에너지 기술을 활용, 해외 사업을 통한 수익성 확대도 충분히 가능한 분야”라며 “지난해 10월 한전이 중국 깐수성 풍력발전에 참여하면서 연간 11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획득한 것이 좋은 예”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 울산화학 HFC 열분해·영덕 풍력발전·강원풍력발전, 시화 조력발전, 로디아 폴리아마이드 N₂O 배출 감축사업 등 5개 CDM사업이 인증을 받았다. 특히 올 초 승인을 받은 시화호 조력발전사업은 한국수자원공사·에코아이 등 순수 우리 기업만이 참여한 첫 CDM사업이다.
그밖에 한국수자원공사 소수력 발전, 한국동서발전 태양광 발전(동해), 풍력발전(보성, 태백, 성산, 한경 등) 등 발전부문에서 총 13개 사업이 추가로 CDM 인증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가운데는 유니슨 등 기존 신재생에너지 전문 업체 이외에 퍼스텍, SK케미컬, 휴켐스 등이 새로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또 동서발전·SK(주), LG화학 CEO 간‘사내배출권거래제도’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사내배출권거래제도는 본격적인 해외 배출권 거래 이전 단계로 기업의 감축목표 수립 및 배출권거래제를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