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산업의 수출기여도

김극수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팀장,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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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출은 원화 강세, 노사불안 및 임금상승의 지속 등 대내외의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12.2% 증가한 2,847억달러에 달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였다. 수출이 2004년의 30%대 증가에 이어 또 다시 두자리수 증가를 기록하며 호조세를 유지한 것으로 무엇보다도 견실한 세계경제 성장세에 힘입은 해외수요 증가와 주력 수출상품의 품질 향상 및 경쟁력 제고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상품별로는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 자동차, 선박이 모두 13% 내외 증가하면서 수출증가를 견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중에서 눈에 띄는 품목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석유제품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석유제품의 수출증가세가 다른 상품에 비해서 돋보였기 때문이다.


석유산업, 수출효자 업종으로 부상


지난해 석유제품의 수출은 대한석유협회의 추정에 따르면 151억달러로 전년대비 51.0% 증가하여,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수출상품의 수출증가율을 4배이상 상회하였고 전체 수출증가에 대한 기여율도 17%에 달했다. 특히 수출순위에 있어서도 석유제품은 컴퓨터를 제치고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선박에 이어 우리나라의 5대 수출상품으로 부상함으로써 수출효자 품목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였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산업중에서 석유산업이 차지하는 위상은 그동안 대표적인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 해왔던 섬유류, 가정용 전자 등과 비교해 보면 더욱 확연해 진다.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이 전체 수출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4.0%에 비해 1.3%p 상승한 2005년 5.3% 내외에 달한데 반해서 섬유직물, 의류, 섬유제품을 모두 포함하는 섬유류 전체가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9%에 불과하다. 또한 냉장고, TV, 에어컨 등 가정용 전자제품 수출도 그 비중이 5.2%에 그쳐 석유제품에 약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최근 수출급증은 유가 상승과 석유업계의 수출확대 전략의 결과


최근 석유제품의 수출이 급신장한 원인은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수출단가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Dubai유 기준 배럴당 53달러 내외까지 치솟으면서 원유도입단가는 물론 수출단가도 급등한 것이다. 예컨대 원유도입단가는 2004년에 비해서 배럴당 14달러 오른 48.5달러에 달했으며, 그 결과 수출단가가 2004년의 배럴당 43.2달러에서 58.8달러까지 급등하였고, 수출단가에서 도입단가를 뺀 수출마진은 배럴당 9.8달러로 전년에 비해 약 1달러 상승하였다.


아울러 단위공장의 규모면에서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월등히 큰 국내 정유사가 공장가동률을 최대한 끌어 올려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여 높은 가격으로 국제 석유제품 시장에 판매하는 전략도 수출증가에 일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의 정유공장은 5개로 중국 95개, 일본 43개에 비해 크게 적지만 단위공장당 일일 정제능력은 51.9만배럴로 중국의 5.8만배럴, 일본 11.1만배럴에 비해 크게 앞서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석유 정제 능력 대비 석유제품 수출비중은 일본은 물론 산유국인 중국을 크게 앞지르는 수준이다. 2004년 우리나라가 해외로 수출한 석유제품 물량과 금액은 각각 2.3억 배럴과 102억달러로 중국의 0.8억배럴과 36억달러, 일본 1.7억배럴과 46억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많다.


<연도별 석유제품 수출 및 수출마진 현황>

수 출

수출단가

($/배럴)

원유도입단가

($/배럴)

수출마진

($배럴)

금액

(억달러)

증가율(%)

총수출중

비중(%)

수출상품

순위

2002년

64

-18.1

3.9

6

26.9

23.3

3.5

2003년

66

3.8

3.4

6

31.8

27.5

4.3

2004년

102

54.1

4.0

6

43.2

34.5

8.7

2005년(추정)

154

51.0

5.4

5

58.8

48.5

9.8

주: 2005년은 대한석유협회 추정치

자료 : 한국무역협회, 대한석유협회



일본, 중국의 석유제품수입중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최대


석유제품 중에서는 경유의 수출액이 지난해 56억달러로 전체 석유제품 수출액의 36.2%를 차지하여 가장 많았고, 이어서 제트유와 등유가 41억달러로 26.4%를 차지하였다. 이밖에 중유 21억달러, 나프타 14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석유제품의 최대 수출대상국은 일본으로 전체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다음이 중국으로 20%내외의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미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홍콩, 베트남 등이 주요 수출시장이다. 일본은 석유소비에 비해 정제시설이 부족하여 등유, 경유 등 경질유 제품을 한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경제발전에 따라 지난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석유제품소비가 연평균 11.4% 증가할 만큼 석유소비가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정제시설은 여전히 부족하여 우리나라로 부터의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2005년 1~11월 기준 일본과 중국의 석유제품 수입시장(HS 2710 기준)에서 우리나라가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22.0%, 29.0%에 달하고 있다.


국내 정유산업의 중장기적 수출전망은 매우 밝아


앞으로도 석유산업이 수출산업으로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우선 우리나라의 석유산업은 대규모의 세계적 수준의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미국이나 유럽의 기준에 맞는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효율적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규모 생산설비의 운용 경험도 매우 값진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정유설비는 50만b/d이상으로 10만b/d내외인 일본, 중국, 인디아, 미국 등에 비해서 크게 앞서고 있으며, 업체별 세계 순위에서도 SK가 2위, GS Caltex가 4위, S-Oil이 7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향후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의 동북아시아의 석유제품 수요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북아지역의 1990년대 이후 석유소비 증가율은 3.7%로 세계평균 2.3%에 비해 크게 높으며, 이중 중국은 8%대를 보이고 있다. 또한 EIA 등 주요 국제기관의 2010년까지 석유소비 전망을 보면,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는 2010년 18.2 백만b/d에 이르지만 석유정제설비는 16.7 백만b/d로 예상되어 결국 수급불균형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 석유제품 수요 및 정유설비 전망 (2010년) >

(단위 : 백만b/d)

수요

정유설비

차이

중국

9.2

8.4 (5.8)

-0.8

일본

5.3

4.4 (4.5)

-0.9

한국

2.6

2.6 (2.6)

-

대만

1.1

1.3 (1.2)

0.2

동북아 계

18.2

16.7 (14.1)

-1.5

주: ( )는 현재시점

자료 : K. Kim, Role of Korea in the Regional Oil Logistics, Korean Oil & Gas Conference 2005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유리함도 매우 훌륭한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의 소비지역과 매우 근접해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러시아 등지의 유전과도 상대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주요 항구에서 상해, 청도, 대련 등 중국의 주요 항구와의 거리는 500~1,000KM내외이다. 더욱이 중국과는 달리 초대형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항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큰 강점으로 생각된다.


안정적인 수출증가를 위해서는 FTA에 대비 해야


우리나라의 석유산업이 앞으로도 수출효자 산업으로서 역할을 지속해 나가기 위한 과제를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앞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FTA에 대해 미리부터 착실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 현재 한-미간 협상개시가 이미 공식 선언된 상황이며, 한-일 FTA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교착상태에 빠졌지만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한-중 FTA 등 우리 석유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FTA 논의가 중장기적으로 새롭게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우리 업계도 이러한 환경의 변화가 미칠 영향을 미리 파악하고 이에 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둘째, 자주개발 원유의 비중을 늘려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기준으로 국내 원유도입분 중 자주개발원유의 비중은 3%에 불과하여 국제원유시장변동에 취약한 상황이며, 중국·인도 등 신흥 공업대국들의 고도성장으로 에너지 공급부족 사태가 도래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해외유전개발 산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중장기적으로 한·중·일 3국간 시너지 효과 제고를 위해 상호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3국간의 수입 인프라 공유, 잉여 보관 시설의 공동 활용, 공동 구매 등으로 구입가 인하, 말라카 해협 등 위험지역 회피를 위한 공동 운송로 개발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 석유산업은 정유시설의 고효율성과 운용경험, 지정학적 우위와 함께 동북아지역의 수요 증가 등 수출확대를 위한 비교적 긍정적인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석유산업이 앞으로 수출 5천억달러 시대의 개막과 선진통상국가 진입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