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요하네스버그 회의를 다녀와서


글·이윤기|대한석유협회 석유개발담당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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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차

세계석유회의(World Petroleum Council) 정기총회가 지난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되었다. WPC 정기총회는 주요 산유국의 석유산업관련 장관들과 OPEC 사무총장, 주요 메이저사 CEO 들이 대거 참가하는 석유산업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행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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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패널발표회장 모습

이번총회 역시 전 세계에서 4000여명에 가까운 인사가 참가하였으며 국내에서는 협회장님을 비롯하여 6명이 참가하였다. 총회 주요 프로그램은 WPC 운영의 전반적인 사항을 의결하는 ‘Council Meeting’과 ‘주요인사 기조강연회’, ‘패널 및 논문발표회’, ‘전시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이번 총회는 지난 1933년 영국 런던에서 1차 회의가 개최된 이래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처음 개최된 회의로 그 동안 중동 산유국에 편중되어 있던 국제석유업계의 관심을 아프리카 지역까지 확대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더 할 수 있다.


머나먼 아프리카…


서울에서 홍콩까지 4시간, 홍콩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14시간… 좁은 비행기 속에서 내 덩치보다 조금 작을 것 같은 좌석과 씨름해야할 시간만 18시간이다. 더군다나 적은 운항편수에 세계적인 규모의 행사가 눈앞이라 남아공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이미 오래전에 예약이 완료된 상태. 옆자리가 비어 갈 확률은 희박했다. 홍콩에서 5시간이 넘는 환승시간을 보낸 후 탑승한 기내는 역시 빈틈이 없었고 나는 긴 비행시간 내내 돌아가면 새로운 다이어트를 시작하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여정이 힘들고 피곤한 만큼 맹수로 가득한 밀림과 부시맨들에 대한 기대는 더 크게 다가왔다.

드디어 긴 여정이 끝나고 광활한 아프리카 대지가 눈에 들어온다. 잠시 후, 14시간동안 쉴 세 없이 굉음을 내며 날아온 비행기는 큰 날개속에 감춰뒀던 보조날개를 펼치며 착륙. 아프리카 대륙에 첫 발을 내딛는다.


WPC 정기총회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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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Council Meeting 의사안건 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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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석유산업전시회장 모습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을 느끼기도 전, 이번 회의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정중 하나인 ‘Council Meeting’에 참석하기 위해 회장님을 수행했다. ‘Council Meeting’은 WPC 운영의 전반적인 사항을 결정하는 최고 의결회의로 매년 한 번씩 개최된다. 특히, 이번처럼 총회가 있는 해는 총회와 더불어 개최되며 본부의 차기 임원단을 선출하게 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 2000년 캘거리총회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였던 캐나다의 Dr. Randall G. Gossen이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었으며 1명의 선임부회장과 4명의 부회장, 8명의 총회프로그램위원(CPC)이 선출되었다.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권에서는 역시 중국의 독주가 계속돼 마케팅부회장과 CPC위원직을 차지하였으나 우리나라는 후보조차 내세우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된 개회식에서는 현란한 복장을 한 무희들의 정열적인 민속공연이 참가자들을 먼 옛날의 아프리카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아울러 남아공과 공동유치국인 리비아, 나이제리아, 앙골라, 알제리의 산업발전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홍보자료들은 아프리카의 저력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이튿날부터는 ‘아프리카의 석유산업’을 비롯한 부문별 기조강연회와 논문발표회가 이어졌다. 첫 기조강연에 나선 남아공 광물에너지부 장관은 아프리카 산유국들에 의한 원유채굴회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기술경쟁력 확보와 국익보호에 적극성을 보였다. 또한 아프리카와 브라질 해상광구 등 최근 심부화 되고 있는 작업조건으로 BP의 심해저광구 탐사기술에 대한 발표에도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특히,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소비하는 미국이 수입 물량의 17%를 충당하는 곳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조달하는 12%보다 많으며 2016년 25%까지 끌어 올리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우리나라의 중동의존도 개선을 위해서도 다각적인 사업 참여가 필요할 것으로 느껴졌다.


우글거리는 맹수와 울창한 밀림…?


중요한 공식일정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사흘째 날 오후에는 요하네스버그 근교의 ‘썬 시티(Sun City)’에 다녀왔다.

‘썬 시티’라는 명칭에서 TV 다큐멘터리를 장식하는 맹수들이 우글거리고 하늘에서 떨어진 콜라병을 신의 물건으로 여기는 부시맨들이 사는 곳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왕복 5시간의 거리는 비슷한 지역을 지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들게 했다.

가이드의 차편으로 시내를 벗어나니 조금씩 유럽풍의 건물들이 사라지고 황토색의 나대지가 펼쳐진다. 간간히 금을 캐고 쌓아놓은 토사가 나지막한 산등성이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두 시간을 넘게 달려도 간간히 너 댓 마리의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을 뿐 코끼리 가족이나 굶주린 사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랬다, 남아공에서도 그런 지역을 가려면 비행기를 타고 먼 내륙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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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썬 시티 가는 길-

초라한 민가들이 서민들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사진 5] 썬 시티 동물 동상 앞에서

‘썬 시티’는 먼 옛날 고도의 문명을 가진 유목민족이 찬란한 문화를 일궜던 곳으로 지진으로 일순간에 땅속으로 자취를 감춘 곳을 현대적인 리조트 타운으로 복원한 곳이었다. 헐리우드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는 멋진 수영장이 딸린 최신식 호텔, 실물크기의 갖가지 동물 동상들, 호화스러운 장식물들이 어우러져 아프리카 최대의 리조트임을 실감케 했다. 특히, 한 시간마다 땅이 꺼지는 굉음과 함께 세월의 다리가 흔들리면서 먼 옛날의 지진을 재현한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체험하지는 못했다. 비록, 기대했던 아프리카 본연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미스월드 대회를 두 번씩이나 개최했다는 아프리카 최대의 리조트 타운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짧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번 총회에서도 역시 아시아지역 국가 가운데 중국과 인도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WPC가 유럽에 기반을 두고 성장하였으며 세계석유산업이 탐사·개발 등의 상류부문을 중심으로 성장하여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지역은 그 동안 특별히 주목받지 못하였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 1997년 제15차 WPC 총회를 개최한 이래, 아시아지역의 석유산업발전을 위한 ‘아시아지역회의’와 젊은 과학자들을 위한 ‘Youth Forum’ 개최를 제안하여 각각 2001년과 2004년에 개최한 바 있다.

참가단 규모면에서도 중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규모를 능가했다. 중국석유장관을 역임하고 CNPC 사장을 거쳐 WPC 선임부회장에까지 오른 Dr. Wang Tao를 중심으로 CNPC, SINOPEC, CINOCHEM 등에서 200여명의 참가단을 파견하여 업체별 전시부스를 개설하고 각종 발표회에서 자국의 석유산업 현황과 기술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인도 역시 WPC 총회 유치의사를 밝힌 이래 꾸준히 대규모 참가단을 파견하여 부스설치와 자료발표에 참가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은 국제석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소규모 참가단으로 조직위원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국가위원회 홍보부스조차 개설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회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