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디젤, 맹목적 확대보급이 禍 부른다
친환경성 불구 車성능에 결함·탈세우려 높아
BD20 제한적 허용 제 2세녹스 사태 부를 수도
글·김신| 석유가스신문 편집국장 |
바이오디젤, 환경에 좋다!
바이오디젤이 각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화석연료를 대체해 환경개선과 고유가 상황을 동시에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오디젤은 경유에 비해 탄화수소와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각각 61%와 74%수준에 불과하고 미세
먼지는 49% 정도만 배출하고 있다.
황산화물이나 벤젠은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
식물의 광합성에 기인해 라이프사이클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아주 적다는 점은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중 하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디젤을 1톤 사용할 때마다 2.2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를 감면받고 원료인 유채를 경작할 경우 1ha당 2.3톤을 추가로 감면받는 효과가 기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기후변화협약에 근거한 교토의정서에 의해 무역압력을 비롯한 다양한 경제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바이오디젤의 순 기능은 상당히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갈을 우려해야 하는 원유와는 달리 재생가능한 식물자원에서 생산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특히 태양력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와는 달리 현재 운행중인 차량과 공급인프라를 크게 개조하지 않고도 곧바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정부가 바이오연료의 확대보급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
경제성·車 연료 적합성 등 미완의 과제 많아
환경친화성과 원유대체성 등 바이오디젤이 갖는 장점은 다양하지만 현실과의 접목과정에서 부작용과 단점 역시 적지 않아 신중한 보급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바이오디젤은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이 경유에 비해 오히려 22%정도가 높다.
정부가 바이오디젤 혼합유의 품질기준안을 제정하면서 기존 경유에 비해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이 5%이상 증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경제성과 관련한 논란도 여전하다.
AP통신은 최근 코넬대학과 캘리포니아-버클리대학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바이오연료의 경제성 논란을 보도했다.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기 위해서 투입되는 연료가 바이오디젤 생산량 보다 더 많다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1리터의 가솔린을 투입해서 얻을 수 있는 바이오에너지는 0.7리터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이 같은 분석이 사실이라면 바이오연료는 오히려 더 많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유도하게 된다.
자동차의 성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이영재 수송에너지연구센터장은 11월17일 열린 ‘석유대체연료 보급활성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바이오디젤은 연료안정성이 나빠서 적절히 제조되거나 관리되지 않으면 산가나 수분함량 증가 등 품질악화를 유발해 연료계 금속부품을 부식시키거나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젝터막힘이나 실린더내 카본 퇴적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동점이 높아 한냉시 시동성 악화도 유발할 수 있다.
연료계통의 일부 고무재료를 열화시킬 수 있어 고농도 바이오디젤 혼합유를 사용할 경우 해당 재료의 재질을 변경해야 한다.
환경친화적인 바이오디젤이 오히려 자동차의 성능에는 상당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셈이다.
국내 자동차생산사들 역시 바이오디젤이 자동차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경유에 혼합되는 바이오디젤의 비중이 높아지면 연료계통의 부식이나 수분에 의한 시동꺼짐 현상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동차 제작사들은 커먼레일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가 정부가 시범보급중인 BD20(경유와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이 8:2)를 사용하다 고장을 일으킬 경우 A/S를 비롯한 일체의 보상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정부에 전달한 상태다.
보쉬(BOSCH)나 델파이(DELPHI), 지멘스VDO(SIEMENS VDO), 덴소(DENSO), 스타나딘(STANADYNE) 등 세계 최고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들 역시 지난해 6월 공동선언문을 통해 바이오디젤이 5% 이상 혼합된 경유를 사용하다 발생한 차량 고장에 대해서는 어떠한 법적 책임이나 보장도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현재 정부가 시범보급중인 바이오디젤혼합유가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20%까지 혼합토록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찔한 상황이다.
물론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들은 시범보급고시에 근거해 생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고농도 바이오디젤 혼합유를 사용한 직후 시동꺼짐 등의 이상이 발생해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시간을 두고 진행되는 자동차부품의 부식이나 변형 등의 다양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바이오디젤 혼합유의 함수관계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유통단계 품질 관리 엉망
바이오디젤 혼합유의 유통관리가 허술하다는 점도 문제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시중에 유통중인 총 95건의 ‘BD20’을 수거해 품질을 조사한 결과 이중 24건이 불합격처리됐다.
품질 불합격율은 25.3%로 주유소에서 공급중인 일반 석유제품의 품질불합격율이 1%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수준이다.
BD20은 첫 시범보급된 2002년에 9건의 품질검사중 1건이 품질기준에 미달돼 적발됐고 2003년에는 46건의 검사에서 13건이 적발되는 등 품질 불합격율이 일반 석유제품에 비해 크게 높다.
대부분이 경유와의 혼합비율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한 경우다.
정유사에서 출고된 경유에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나 주유소가 바이오디젤을 직접 혼합하는 일종의 ‘제조방식’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품질기준에 미달된 바이오디젤 혼합유중에는 바이오디젤의 비중이 법에서 허용한 20%를 크게 넘어서 40%대까지 함유한 제품도 유통되고 있다.
그만큼 차량 고장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세금탈루도 우려된다.
석유업계에 따르면 고유가로 바이오디젤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지면서 정유사 경유 공장도가격에 비해 한 드럼당 2만원에서 최고 4만원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중이다.
최근 BD20을 취급하겠다고 신청한 주유소의 수가 급증하는 것도 바이오디젤의 가격경쟁력과 관계가 높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100곳에도 못 미쳤던 BD20 판매주유소는 현재 371곳으로 크게 늘어났고 특히 8월과 9월에 집중됐다.
이들 주유소중 일부는 신재생에너지로 면세혜택을 받고 있는 바이오디젤의 혼합비율을 기준보다 높여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행위가 바로 탈세다.
면세인 바이오디젤을 공급받아 리터당 449원 정도의 세금이 부과되는 경유에 기준 이상으로 혼합하고 세금 차액을 향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홍보수단 오용 자제돼야
현재 시범보급중인 BD20이 자동차의 성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유통관리에 허술한 점들이 부각되면서 산업자원부는 바이오디젤 혼합유의 유통방식을 크게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유소단계에서 유통이 허용되던 BD20을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자가소비처에서만 취급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간 석유대체연료유의 품질기준을 논의해오던 품질관리심의위원회는 바이오디젤혼합유중 BD20은 저장시설과 자가 정비시설, 자가용주유취급소를 갖추고 관리가 가능한 사업장의 버스나 트럭, 건설기계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이 경우 지금처럼 주유소에서 직접 BD20을 혼합해 유통시키는 것은 전면 금지된다.
다만 일반 경유의 품질기준에 바이오디젤을 최대 5%까지 혼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정유사가 혼합, 공급하는 방식을 도입해 바이오디젤 혼합유의 유통이 대중화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하지만 BD20이 자동차의 성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정부가 유독 일부 자가소비처에 대해 유통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은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높다.
정부가 이들 대형 자가소비처들에게 BD20의 사용을 허용한 것은 차량에 대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스스로가 책임질 수 있으면 말리지는 않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무책임한 발상이다.
이들 자가소비처가 실제로 BD20을 구매해 사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야에너지의 이귀학이사는 “BD20의 사용대상인 버스회사는 준공영체제로 정부나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고 건설기계는 대부분 일반주유소를 이용하고 자가용 주유취급소를 갖추지 않고 있어 내년 이후부터는 BD20의 보급이 사실상 중단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급이 저조할 것이라는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정부가 BD20의 유통가능성을 열어 놓은데는 2002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진행해온 BD20 중심의 시범보급사업을 전면 백지화할 수 없다는 부담감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효성과는 상관없이 바이오디젤 혼합유의 유통방식을 다양하게 열어 놓고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는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도 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생색내기식 BD20 유통은 불량 바이오디젤이 세금탈루를 노리고 유사석유처럼 불법 유통되는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나 유통업자들이 ‘BD20’이라는 상품명으로 직접 바이오혼합유를 제조해 유통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디젤의 보급이 일반화된 유럽에서조차 부정 유통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로버트보쉬기전의 유용린부장은 “유럽에서 유통중인 바이오디젤의 30~40%가 유럽 바이오디젤의 품질기준인 EN14214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품질기준에 미달되는 불량 바이오디젤이 유럽에서도 폭넓게 불법 유통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역시 바이오디젤 생산업체가 전국적으로 4곳에 달하고 추가 시장진입을 선언한 회사들이 6~7곳에 달하는 상황에서 주유소를 직접 공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BD20’의 보급이 제한될 경우 다양한 부정유통이 판을 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버스나 화물업체에 공급된 ‘BD20’이 일반 운전자들에게 유통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제2의 세녹스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높다.
환경친화적인 장점이 분명한 바이오디젤이 정부의 지나치게 맹목적인 확대보급정책으로 유통관리부실이나 세금 탈루, 자동차 고장 유발, 유사석유 전용 등의 부작용으로 얼룩질 위기에 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