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협회 창립 25주년에 즈음하여
고광진 대한석유협회 회장 |
오늘 9월 29일은 석유협회가 창립한 지 25주년이 되는 뜻 깊은 날입니다. 인생에 있어 25세란 사회에 나가 책임 있는 역할을 시작하는 시기이듯이 우리협회도 그동안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재도약을 추구해야 할 의미 있는 시기라고 봅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우리 석유협회는 제2차 석유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석유에 대한 구심체와 석유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이끌 향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발족되었습니다. 그 동안 석유산업은 괄목한 질적, 양적인 변화와 성장을 가져왔습니다. 자유화와 개방화를 통하여 석유산업은 치열한 경쟁구도로 바뀌었고, 생활수준의 향상과 환경 규제 강화로 연료 소비의 질적 변화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 우리나라 석유에너지의 수급안정을 위해 그 동안 우리 협회는 맡은 바 소임을 다 해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고유가로 인해 새로운 난관에 직면해 있습니다. 협회 창립 당시의 고유가 상황이 다시 연출되면서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 상승은 국내 물가와 무역수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유가수준은 화폐가치를 감안할 때 제2차 석유위기 때의 체감 유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석유수급 구조와 국제정세 등을 감안할 때 고유가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여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그 끝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석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고유가의 영향이 클 것임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국가간의 자원 확보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 지고, 각국이 석유 및 석유산업 경쟁력 확보에 사활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석유 수급불균형이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석유산업은 석유소비가 정체 또는 감소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 1994년 최고 62.9%에 달하던 석유 의존도는 지난해에는 45.7%로 낮아졌습니다. 고유가와 환경규제 영향으로 무연탄과 LNG 등으로 대체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석유대체 연료 및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 등 탈 석유정책의 지속으로 석유에너지의 입지가 점점 좁혀져 가고 있는 가운데 유사휘발유와 유사경유 등 불법 석유제품 유통은 석유산업을 더욱 곤경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금년 2월에 발효된 교토의정서로 인해 CO2의 배출 규제가 현실화 되면서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하는 것도 석유산업에게 또 다른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많은 도전과 어려운 과제를 맞이하여 앞으로 협회가 수행해야 할 역할은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석유산업의 발전을 위한 구심적 역할뿐 아니라, 국가에너지정책을 선도할 수 있는 정책 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역량을 배양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석유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하는 바입니다.
2005년 9월 29일
대한석유협회
회장 고 광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