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에너지세제개편의 배경 및 진행 경과

강병렬_SK㈜ 정책협력팀 부장

I. 머리말

최근 정부의 교통세법과 특별소비세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자, 이튿날 대부분의 신문에 “경유값, 휘발유의 85% 수준으로 인상” 등 제하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일부 분석기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비 측면에서 경유 자동차가 더 경제적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하였으나, 상당수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값 비싼 경유”의 이미지로 인해 향후 경유 수요의 변화가 어떻게 나타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는 과거 1차 에너지세제개편의 시행이 예고되었던 2000년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된다.

아래에서는 그간 두 차례 세제개편의 배경과 진행경과에 대해 되짚어 보고자 한다.

II. 1차 에너지세제개편

   배경 및 진행경과

국내 정유산업의 태동기부터 석유산업 자유화 직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에너지 가격은 특정 시기를 제외하고는 산업경쟁력 제고와 물가안정 지원 등의 취지 하에서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이러한 저에너지가격 정책기조는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하였고 에너지 소비절약 동기부여에 미흡한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에 따라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구조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에너지원간 세율조정을 통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에너지가격 구조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구체적으로 유종별 세율 격차는 유종별 상대가격구조를 불공평하게 만들었고, 이러한 가격의 왜곡은 소비의 왜곡을 초래하였다. 특히 휘발유에서 LPG로의 소비이전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LPG 수요 및 LPG 차량의 급속한 증가는 세부담 불균형, 에너지 수급 애로, 세수감소, 충전소 부족 등의 문제를 야기하였으며, 1999 11월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산업자원부 등 유관부처로 조직된 “에너지가격 합리화 기획단”을 구성하여 석유 가격구조의 개편작업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이후 2000년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4개 연구기관이 공동 연구한 연구용역 결과와 각계의 의견을 토대로 개편안을 마련한 후, 2001 7월부터 2006 7월까지 6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에너지가격을 조정하기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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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선언한 최종적인 에너지 가격 수준은 “OECD 비산유국 수준”이었으며, 그 조정 일정 및 수준을 사전에 예시함으로써 에너지 소비의 합리화를 유도하도록 하였다. 구체적인 세제개편의 내용은 수송용과 가정용 및 산업용으로 각각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수송용 유류의 가격은 선진국 수준의 조정을 원칙으로 정하였으며, LPG(부탄) 가격에 대해서는 세부담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대폭 인상을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고정된 휘발유 가격을 100으로 보았을 때 2006 7월 이후 경유는 75, LPG 60 수준의 가격이 되도록 하였다.

한편, 가정용 유류는 용도간 전용 방지를 위해 적정폭을 인상하도록 하였으며, 산업용 유류는 산업경쟁력, 환경보호 등을 고려하여 소폭 인상을 결정하였다.

더불어 세율인상에 따른 보완대책이 마련되었는 바, 운송업계의 연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세금 인상액의 상당분을 유가보조금의 명목으로 사후 환급하는 제도를 시행하였다.

   영향 및 평가

과거 석유 세금은 종가세로 부과되었고 그 세율도 유종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국내 경제의 충격을 완화하고 특정 유종의 수요를 제어함으로써 국내 수급불안 및 국제수지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행된 것이었다.

그러나, 국내 정유시설의 지속 확충으로 국내 석유수급의 안정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에너지 세제에 대한 보다 거시적인 측면의 접근이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정부의 1차 에너지세제개편은 소비자의 세부담 형평성과 안정적인 에너지 소비구조의 개념을 용도별로, 그리고 유종간 상대가격비를 통해 반영시킴으로써 연산품을 생산하는 석유산업의 특수성에 대한 배려는 물론 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추구한 정책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 과정에서 일부 아쉬운 점이 노출된 것도 사실이다. 우선 동일한 용도로 사용되는 일부 경쟁 유종간 세금을 차등화 함으로써 시장에서의 경쟁이 왜곡되고 있음이 지적된 바 있으며, 2003년 이후 예기치 못한 고유가의 지속은 단계적인 세금 인상과 더해져 현재 서민용 유류인 등유 사용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는 수요의 급격한 감소 현상으로도 나타나 관련 업계의 고민거리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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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2차 에너지세제개편의 주요 경과

1차 에너지세제개편이 국회 통과를 거쳐 법으로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환경세 도입, 수송용 유류간 상대가격비 재조정, 휘발유와 경유의 환경부담금 신설 등 이미 최초 세제개편시 검토되었던 사안에 대해서 재검토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계속되었다. 여기에 경유 승용차의 국내 시판 허용결정은 공식적인 에너지세제개편 재조정 논의를 불러일으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구미 각 국에서 소형차 위주로 시판중인 경유 승용차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작아 기후변화협약의 대응 수단으로 여겨지는 반면, 미세먼지 등의 다량 배출로 국내 환경단체 등에서는 그 시판을 적극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던 중, 2003 3월 경제정책 조정회의에서 국제 통상문제의 해결과 자동차 산업 육성 등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05 1월부터 경유승용차 시판을 허용하기로 결정하였으며, 2003 5월 경제장관 간담회에서는 경유 승용차의 급증에 따른 대기오염 악화 우려 등의 보완대책으로 에너지 상대가격을 국제 수준으로 재조정하는 합의안을 도출하였다. 이후 세부안 확정을 위한 한국조세연구원 등 4개 연구원의 공동 연구가 진행되었다.

검토 과정에서 환경단체의 조기 세제개편 필요성 언급과 운송업계의 면세유 공급 요청 및 LPG 업계의 부탄 특소세 인하 건의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커지자, 한 때 최종안을 확정하기까지 다소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공청회 개최 등 의견 수렴을 거쳐 2004 12월 제2차 에너지세제개편 방안을 최종 확정 발표하였다.

정부의 개편안은 당초 2006 7월까지 수송용 유류(휘발유, 경유, LPG)의 상대가격비를 각각 100:70:60으로 조정하려던 1차 세제개편안에 대해 2005 7월부터 수정을 가하여 2007 7월까지 100:85:50으로 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종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상대가격비는 유종별 자동차의 수요변화 예측, 에너지 소비 관련 사회적 비용 및 OECD 국가의 에너지 상대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결정된 것이다. 한편, 동 보고서에는 1차 에너지세제개편에 따라 용도전용 방지를 위해 경유 가격에 연동되어 있는 등유 가격의 안정화 방안을 언급하고 있으나,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의 개정 법률안에는 이 같은 지적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지는 못하였다.

IV. 맺음말

전문 연구기관의 연구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마련된 제2차 에너지세제개편안의 취지에 동감하며, 향후 좀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가 사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만 정유업계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아래 두 가지 측면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첫째는 앞서도 잠시 언급한 바 있는 소위 “Inter-Fuel Competition”의 문제, 즉 석유와 다른 에너지간 경쟁의 형평성 확보 문제이다. 특히 서민용 난방 연료인 등유와 LNG간 세제의 불균형과 이로 인한 소득 역진성 발생은 향후 고민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두 번째는 환경 오염비용 측면을 감안한 휘발유와 LPG 세제의 문제이다. 중간 논의 과정에서 지속 부각되었던 경유의 환경오염 비용과 LPG의 친환경성 주장은 세제개편 검토의 출발 배경이 경유 승용차의 출시에서 비롯되었으며 LPG 업계의 적극적인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는 경유와 LPG간 상대가격 설정에 있어서는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휘발유와 LPG의 환경 비용을 감안한 양자간 상대가격 설정의 논의는 다소 부족하였던 것으로 판단되며, 더불어 2000년 이후 불변인 휘발유 가격의 절대 수준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