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야기>

월급쟁이 주식으로 돈 벌기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기보다는 쉽다

정성진 | 조선일보 기자

주식 투자로 ‘대박’ 치겠다는 독자는 이 글을 읽을 필요 없다. 세계적인 헤지펀드의 연 평균 수익률이 10%를 넘기 힘든 것이 세계 금융시장의 현실이다. 헤지펀드보다 더 잘 벌 수 있다는 독자는 그냥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면 된다. 그러나 정기예금보다 다소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싶은 독자라면, 잠깐만 필자의 주장을 들어보기 바란다.

샐러리맨들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기회는 물론 있다. 다만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주식은 이론적으로는 하루 동안 아래위로 30%까지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다.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어본 사람들은 “개미가 주식으로 돈 벌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힘들다”고 말한다. 실제로 월급쟁이들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날렸다. 왜 월급쟁이는 주식으로 돈을 벌지 못할까.

첫번째 이유는 주식시장에 대한 공부를 안 하기 때문이다. 세계 상황을 손금 보듯 보고 있는 외국인들은 거론할 필요도 없다. 국내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증권맨들은 보통 아침 7시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이들과 월급쟁이가 경쟁을 할 수 있을까. 물론 공부를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게 맞을 것이다.

두번째, 공부를 안 하다 보니 샐러리맨들은 귀가 얇다. 소문 듣고 사서 소문 듣고 판다. 세계 금융시장의 큰 손들이 소문 듣고 주식 사고 판다는 얘기 들어본 적 없을 것이다.

세번째, 무리수를 둔다. 가끔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빌리거나, 전세금 잠깐 돌려서 주식을 사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런 돈을 넣어서는 오래 기다릴 수 없다. 즉, 주식이 떨어졌다가도 다시 오를 시점까지 버틸 수 없다.

네번째, 위의 세가지 악습을 벗어났더라도 작은 주식, 즉 싼 주식만 사서는 위험 관리를 하기 힘들다. 100만원으로 10주 산 10만원짜리 주식이 20만원으로 오르나, 100주 산 1만원짜리 주식이 2만원으로 오르나 수익률은 똑같다. 무식할 정도로 단순하게 얘기하면, 10만원짜리 주식은 10만원의 가치를 갖고 있고, 1만원짜리 주식은 1만원의 가치를 갖고 있다.

다섯번째, 별로 공부한 것도 없으면서 “두 배만 되면 팔겠다”고 한다. 진정한 자산가들은, 물론 한국의 부자들은 주식투자를 잘 하지도 않지만, 주식에서 5%를 벌기 위해 3년도 기다린다. 일에 파묻혀 공부할 시간 조차 없다는 ‘주제 파악’을 제대로 한다면, 월급쟁이가 주식으로 수익률 100%를 얻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큰 욕심이다. 안타깝게도, 100% 벌려다 절반도 못 건진 월급쟁이는 주변에 널려 있다.

샐러리맨이 주식으로 돈 잃는 이유는 크게 보면 위와 같다. 그렇다면 이번엔 망하는 이유를 거꾸로 뒤집어, 벌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보자.
공부를 해야 한다. 동료들과 소주잔 기울이며 상사 씹는 시간을 조금만 줄여서, 신문과 인터넷을 뒤져야 한다. 세계 경제, 국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물론이고 개별 기업들이 어떤 사업을 벌이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기업의 CEO(최고 경영자)가 어떤 인품인지도 알아야 한다. 이 공부의 최종 목적은 기업의 실태를 파악해서 미래 실적을 추정하는 일이다.

공부를 하고 나면, 소문은 소문으로만 들린다. A기업의 실적표(재무제표)를 한번이라도 본 투자자가 A기업이 엉뚱한 사업에 진출한다는 사기성 소문을 들으면, 그 실적표를 다시 보고 소문을 비웃게 마련이다.

또 갖고 있는 돈 중에서 앞으로도 급히 필요하지 않은 돈의 일부만 주식에 넣어야 한다. 주식은 기본적으로 위험상품이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주식이 오를 때는 물론이고 내려도 돈을 벌 수 있는 기법을 사용할 수 있는 돈과 실력을 갖고 있다. 개인 투자자, 특히 월급쟁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6개월 뒤 필요한 돈으로 주식을 사거나,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은 미친 짓이다. 이자도 거의 못 받는 월급통장에 수년간 몇 백 만원을 그냥 묻어 놓는 월급쟁이들이 꽤 있다. 은행에게는 엄청나게 좋은 고객이겠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빵점 짜리 재테크다. 주식 투자를 할 생각이 있다면 바로 그런 돈의 일부를 잘라서 해야 한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보통 여유돈의 3분의 1로 주식 투자를 하라고 추천한다.

그리고 기왕이면 비싼 주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비싼 주식이라고 해서, 안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변동폭은 훨씬 작다. 즉,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의 강도가 약하다. 따라서 위험관리가 상대적으로 쉽다.

마지막으로 목표 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1년 동안 10%를 벌었다면, 글 처음에 말한 것처럼 헤지펀드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한 것이다.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 이상을 번 것이다.

이런 점을 적용한 예를 한번 들어보자.
이 글을 쓰고 있는 2005년3월25일, 국제 원유값은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의 선물가를 기준으로 배럴당 54.84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80년대 이후 석유수출국들은 투자를 안 해서 생산 능력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이 상황에서 중국과 인도는 엄청난 양의 원유를 필요로 하고 있다. 공급은 어렵고 수요는 늘어나니, 유가는 당연히 오를 수 밖에 없다. 비수기를 맞아 떨어진다고 해도 올해 말에는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원유는 값이 오른다고 해도 수요가 떨어지는 정도가 약한 상품이다. 즉, 값이 올라도 살 사람은 사야 한다. 따라서, 원유를 수입해 가공하는 우리나라 업체들은 주도권을 갖게 된다. 주도권을 가졌는데, 손해보고 팔 장사꾼은 없다. 이런 내용은 사실 어떤 신문을 펼쳐봐도 나와 있는 내용이다.

그 다음엔 관련 주식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본다. 정유사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 중에서 비싼 주식을 골라보자. 답은 뻔할 것이고, 아마도 그 회사의 주가는 최근에 많이 올랐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그 회사 이름을 이용해 검색을 해보자. 수많은 뉴스가 나올 것이고, 증권사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회사는 분명히 찾을 수 있다. 만약 최근에 너무 많이 올랐다면, 원유 비수기가 올 때를 기다려야 한다. 위에서 본 것처럼, 원유의 공급이 원할 하지 않다면 정유 회사의 주가는 비수기에 떨어졌다가 성수기를 앞두고 다시 오를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을 확신한다면, 그 다음엔 여유돈을 계산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 3분의 1만 떼어서 증권사 계좌에 넣는다. 떨어졌다고 판단한 시기에 주식을 사면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다음이 더 중요하다. 떨어지든 오르든 자신이 세운 원칙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즉, 목표수익률을 10%로 잡았다면, 그 가격에 가기 전에는 아예 거들떠 보지도 말아야 한다. 필요하지 않은 돈을 넣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점 때문이다.

호랑이는 토끼 한 마리를 잡더라도 최선을 다한다. 작은 수익을 얻기 위해 근거 없는 욕심을 버리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도 10%다. 주식에서 번 10%의 수익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그것이 낙타를 바늘구멍으로 들여보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