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싱가포르 FTA 체결에 따른 석유산업의 대응방안
대한석유협회
세계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의 확산 추세 속에서 우리 경제가 생산성 제고와 구조조정 촉진을 통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주요 교역국과의 전략적 FTA 추진이 시급한 실정임.
그러나, 내수기반이 취약한 싱가포르와의 FTA 추진은 국내 석유·석유화학 산업계에 실익이 없고, 오히려 심각한 피해와 부담이 예상되는 바, 산업계 피해 최소화 방안에 대한 고려가 절실히 요청됨.
싱가포르는 지리적으로 중동 산유국 및 동남아 시장과 근접해 있고, 국제석유 및 금융시장이 발달하여 일찍부터 선진 석유메이저 기업의 아시아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
특히, 싱가포르 석유·석유화학산업은 정유부터 다운스트림까지의 일관 생산체제의 대규모 신설비를 가동 중에 있어 우리나라보다 경쟁력 우위에 있으며, 세계시장에서 국내제품과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여 있음.
이러한 싱가포르와 FTA체결 시 국내 석유·석유화학은 저가제품의 급속한 유입으로 내수기반의 잠식은 물론 산업경쟁력 저하와 생존기반의 상실이 우려되는 상황임.
국내보다 경쟁력 우위에 있는 일본 석유·석유화학산업도 싱가포르와의 FTA 추진시 상당수 제품의 관세철폐를 제외토록 협상하였는 바, 우리나라도 국내 동 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양허대상품목 제외가 긴요한 실정임.
이에 산업계는 국내 석유·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반영이 필요한 것으로 사료됨.
일본이 싱가포르와 FTA 체결시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 중 일부를 FTA 양허품목에서 제외하였듯이, 우리나라도
첫째. 석유제품(휘·등·경·중유 등)을 양허대상품목에서 제외시키고,
둘째. 석유화학제품 중 민감한 품목을 양허대상품목에서 제외시킬 필요가 있음.
1. 한국의 석유산업
○ 국내 석유시장은 수입(세계 4위), 소비(세계 6위) 측면에서 세계적인 규모임
- 2002년 국내 총에너지 소비 중 석유의존도는 49.1%로 이후에도 1차 에너지원으로서 석유의 주도적 위치는 지속될 전망임
- 석유제품의 국내수급은 내수경기 침체, LNG로의 소비 전환, 정부의 에너지소비 저감대책 등으로 석유소비가 감소함에 따라 초과공급 상태에 있음(2003년 기준)
○ 국내 석유산업은 정제능력 측면에서 외형적으로 성장하였으나, 가동률 하락, 낮은 고도화율, 환경규제에 따른 대규모 시설투자 부담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음
- 정제능력은 1일 2,438천 배럴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임
○ 정부의 자유화·개방화 정책(1997. 1월) 이후 정유사(5개)와 석유수입사(40여개)간 치열한 경쟁으로 정유사 가동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임
○ 국내 석유산업의 고도화율은 17.6%로 미국(64.4%), 캐나다(62.7%), 독일(51.2%), 일본(35.2%) 등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임
- 향후 생활수준 향상과 환경규제 강화로 휘발유·등유·경유 등의 경질유와 저유황유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가 전망되며 이에 대비한 고도화시설 투자가 시급한 상황임
※ 고도화시설은 상압정제시설(원유를 상압에서 증류시켜 석유제품[고유황 중유 50% 이상]을 생산하는 시설)에서 생산된 고유황 중유를 경질유 및 저유황 중유로 제조하는 시설임
○ 특히, 최근 정부의 자동차연료 품질기준 강화(2006년부터 적용)로 정유사들의 대규모 시설투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임
※ 휘발유 황함량 규제강화 : 130ppm(현행) → 50ppm(2006년)
경유 황함량 규제강화 : 430ppm(현행) → 30ppm(2006년)
○ 따라서, 국내 석유산업의 국제경쟁력은 정제능력 외에는 전반적으로 열위한 것으로 평가됨
- 가격경쟁력의 열위요인으로는 원유와 석유제품간의 차등관세 결여, 상대적으로 높은 소비자가격과 각종 조세, 기타 물류 비용 등을 들 수 있음
- 비가격경쟁력 열위요소로는 원유확보 수준, 고도화 설비수준의 열위 및 효율적인 유통시스템의 부족 등을 들 수 있음
2. 싱가포르의 석유산업
○ 싱가포르는 전통적으로 선박용 연료유를 공급하는 벙커링(Bunkering) 중심지로 석유제품의 주요 수출국임
- 특히, 싱가포르의 석유산업은 생산량 증감을 통하여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내 Swing Producer 역할을 수행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
○ 싱가포르에서 생산되는 석유제품은 벙커링(Bunkering) 물량 제외 시, 내수는 약 25∼30%에 불과하며 대부분 전량 수출되고 있는 상황임
- 현재, 싱가포르 석유제품은 역내 과잉 정제설비와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로 중동 산유국 및 한국 석유제품들과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여 있음
○ 싱가포르의 석유산업은 우수한 원유확보능력과 자금력 및 기술력을 보유한 다국적 석유메이저들이 발전시킴
- 정유사별 시장점유율은 엑슨-모빌(Exxon-Mobil), 쉘(RD/Shell) 등이 각각 30∼40% 수준이고, SRC 지분 보유 3사가 잔여 점유율 차지
○ 양국간 교역구조를 통해 국내 석유제품의 대싱가포르 수출규모가 수입에 비해 2배정도 크기에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으나, 이는 중국, 동남아 지역으로의 재수출용임
- 반면 국내 수입되는 싱가포르 제품의 대부분이 국내 내수용임
- 국내 석유제품의 수출은 수급에 필요한 제품 생산시 자연 발생하는 잉여물량을 처분하는 것에 불과함
3. 양국간 석유산업의 경쟁력 비교
1) 가격 경쟁력
○ 석유제품의 가격경쟁력은 원유도입비, 정제비용, 단위당 물류비용, 금융비용, 세금 등에 의해 결정되며, 단기적으로는 해당국가의 환율의 변화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음
- 특히, 제조원가의 85∼90%를 원재료비가 차지할 정도로, 원가의 대부분을 원유도입비가 차지하고 있음
○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에 비해 지리적으로 중동 및 동남아 산유국과 근접해 있고, 국제 석유시장 및 금융시장이 발달하여 원유도입비용, 제품수출 및 자금조달 측면에서 유리함
□ 원유도입비용
○ 싱가포르 정유사의 원유도입 운임비용은 국내 정유사에 비해 배럴당 0.58달러 낮으며, 이는 정제마진(제품판매가격-원유가격-Utility비용 : 일반 제조업의 매출총이익 개념)을 초과하는 수준임
※ 최근 정제마진 추이(Dubai 기준) :
2001년: △0.1$/b, 2002년 0.49$/b, 2003년 0.54$/b
□ 자금조달비용
○ 싱가포르의 경우 국제금융시장이 발달하여 이자율이 낮고, 국내 정유사에 비해 자금력이 우수하고, 신용도가 높은 석유메이저들의 경우 자금조달비용이 저렴함
- 국내 정유사는 원유도입시 Usance(연지급금융)를 사용함에 따라 높은 이자비용 부담과 환위험에 노출됨
※ 2002년 한해 국내 정유사의 원유도입 규모는 185억 달러(22조원) 수준이며, 이에 따른 순이자비용(이자수익 차감)만 7,300억원을 부담하였음
2) 비가격 경쟁력
○ 석유산업의 비가격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으로는 원유확보능력, 정제능력, 기술수준 및 품질수준 등이 있음
□ 원유확보능력
○ 2003년 현재 국내 원유도입분중 自主 開發원유의 비중은 3%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 정유사의 원유확보 능력이 취약함
- 싱가포르 석유메이저들이 자체 생산하는 석유가 1일기준 엑슨-모빌(Exxon-Mobil) 2,496천배럴, 쉘(RD/Shell) 2,372천배럴이나 국내의 경우 A사가 20천배럴 생산에 그칠 정도로 미약한 수준임
□ 정제능력
○ 싱가포르 정유사의 경우, 대부분 1960~1970년대 건설되어 고정비를 대부분 회수한 반면, 국내 정유사는 1996년까지 정제시설이 건설되어 상대적으로 싱가포르 대비 고정비 부담이 높음
-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석유제품 환경규격 강화에 따른 지속적인 시설투자가 요구되나, FTA 체결로 인한 경쟁심화시 투자재원 마련과 비용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
※ 자동차연료 품질기준(2006년 시행)충족 시설투자(1조원 내외), 중질유분해 탈황시설(5만B/D) 투자 (약 5천억원) 등
4. FTA체결시 국내 석유산업계 영향
○ 석유정제산업은 국가 동력원인 석유제품을 공급하며,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항공, 선박, 유리, 기계산업 등에 원료 및 연료를 공급하는 국가기간산업임
○ 모든 국가에서 비상시 석유제품의 공급안정성 확보를 위해 석유제품을 비축하는 동시에 자국내 정제시설을 유지하는 소비지정제주의를 채택하고 있음
- 유사시 자국내 정제시설 유무는 석유제품의 공급안정성에 큰 차이를 발생시킴
※ 이라크 전쟁(2003년) 당시 원유가는 10% (28$ → 30.9$/B) 상승하였으나, 석유제품 가격은 2배 이상(33.5$ → 43.4$/B) 상승한 바 있음
○ 싱가포르 석유제품이 실직적으로 무관세인 상황에서 국내 석유제품만 관세를 인하할 경우 싱가포르로부터의 수입증가로 국내 석유산업은 경쟁력 저하와 생존기반을 상실할 것임.
○ 정유산업의 붕괴는 산업의 동력원인 에너지 공급의 기반 붕괴와 석유화학산업 등 후방산업의 원료 공급이 중단되어 국가경제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