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석유개발사업의 문제점과 대책 

글·이철규|대한석유협회 석유개발팀 부장

이 자료는 2003년 12월 한국석유공사 공모논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논문의 요약으로 석유협회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혀 드립니다. <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제1부 해외석유개발사업의 현황과 역사
제2부 해외석유개발사업의 문제점과 대책

석유개발사업은 사업초기에 대규모의 투자비가 필요하고 투자회임기간이 장기간 소요되며 고도의 전문기술이 필요한데 반해 성공률이 비교적 낮은 사업이다. 그러나 낮은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탐사사업과 더불어 생산광구를 매입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투자함으로써 유전발견에 성공할 경우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경제성이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국내기업은 석유개발의 역사가 메이저에 비해 일천하여 기술축적이 부족하고 재무구조가 취약하여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어 지난 20 여년간 석유개발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아직도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였다. 더욱이 외환위기 이후 활성화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해 침체국면이 장기화됨에 따라 점차 업계가 축소되고 민간기업들은 고사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침체된 석유개발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나라 석유개발사업의 역사와 현황, 제도 그리고 외국 사례의 분석을 통하여 석유개발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주요 문제점들을 도출하고 그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석유개발사업에 대한 인식의 부족

무엇보다도 해외석유개발사업에 대한 정책입안자, 업계, 일반국민의 인식부족의 문제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 1990년대 걸프전쟁 그리고 최근의 이라크사태 등 에너지 위기 시에는 범국가적으로 석유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유가와 수급이 안정되면 개발에 소극적이며, 심지어 일부 경제학자들은 자원의 직도입 또는 선물거래의 경제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석유개발사업이 수익성 있는 투자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정책 입안자나 회사의 최고 경영층까지 여전히 투기적 모험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이라크전쟁은 한마디로 석유전쟁이라고들 평한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였고, 이라크 석유를 둘러싼 선진국들의 대응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2002년 11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졌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는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대가로 전쟁후 루크오일과 같은 러시아 석유회사들의 이라크 진출 및 유전개발 등 석유이권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회담이후 러시아의 루크오일, OAO 유코스, OAO 시브네프트, 티우멘오일 등 러시아 4대 메이저사들은 현재 1%에 불과한 대미 원유수출을 10%선까지 끌어올리기 위하여 15억달러를 투자하여 무르만스크에 원유수출 항구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2002년 12월에 개최된 러시아와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러시아에서부터 중국에 이르는 2,400 Km의 송유관건설에 합의하고 2005년까지 연간 1억4천만 배럴, 2010년 2억 배럴의 원유를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보도되었다. 러·중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발표가 있고 한 달 뒤인 2003년 1월에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하여 러시아 극동의 천연가스 개발과 송유관 건설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아직 일본과 중국과의 송유관전쟁은 끝나지 않은 상태이지만, 결국 이들 3개국이 어떻게 합의하느냐에 따라 러시아 석유자원을 확보하려는 우리나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자명한 것이다.

지금 세계 강국들은 자국의 이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석유를 위하여 정상이 직접 뛰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라크에서의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21세기에도 석유·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가 곧 국가 경제 뿐만 아니라 안보와 직결된다고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미국은 투르만대통령 시절 석유안보를 위해 국가석유자문위원회(NPC; National Petroleum Council)를 구성하여 대통령의 석유안보에 대한 자문을 하고 있으며 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일본도 이미 1990년대 말부터 “석유심의회 개발부회 기본정책 소위원회”를 가동하였고 2000년 8월 중간보고서에서 제기된 내용을 받아들여 일본의 석유개발사업의 전략을 수정하였다. 이러한 석유자원 확보를 위한 정치적·외교적 지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대응은 매우 미약했고, 석유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국가 지도층의 인지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인식의 부족은 석유자원 확보를 위한 국가차원의 장기전략 부재를 초래했고 석유개발사업이 침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하겠다. 우리도 석유가 단순히 시장경제로 이해할 수 있는 경제적 상품이 아닌 국가 안녕과 직결된 전략자원임을 인식하고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자문역할을 하는 국가석유자문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 또한 정책입안자들은 석유개발사업에 대한 재조명과 21세기 세계화 및 자유화를 대비한 석유개발사업의 방향과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야 한다.

해외석유개발 추진역량 부족

가. 민간기업의 석유개발사업 축소 및 정유사의 참여기피

우리나라 대부분의 민간기업들은 팀 또는 과 단위로 석유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전문인력, 정보, 자금 확보능력 등이 부족하여 석유개발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여건이 악화되자 많은 기업들이 해외석유개발사업을 축소하였다. 외환위기로 인한 기업구조조정의 영향으로 국내기업들은 투자 기간이 중장기적이고 위험률이 큰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우선적으로 축소한 것이다. 그 결과 1998년부터 2002년 말까지 5년 동안 26개의 사업이 중단되었고 신규사업 진출은 22개 사업에 불과하였다. 더욱이 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기업의 부채비율을 200%로 제한함으로써 민간기업들의 석유개발사업 참여를 억제하고 있다.

이렇듯 석유개발사업이 극도로 침체됨에 따라 석유개발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 여러 각도로 검토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1998년 두 차례 융자지원고시의 개정을 통하여 석유공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였고, 더욱이 2000년에는 석유정제업자의 융자비율을 여타 민간기업에 비해 20% 우대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하였기 때문에 나머지 민간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정부지원으로부터 소외받는다는 불만이 섞여 나오면서 민간기업들의 투자분위기는 더욱 냉각되었다.

반면 해외개발 원유의 실수요자인 정유회사들은 SK, LG칼텍스정유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해외석유개발사업에 소극적이어서 석유개발사업과 정유사업의 수직적 통합을 통한 석유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제약이 되고 있다. 정유산업은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한 장치산업으로써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원 확보가 필수이며, 저렴한 원료 확보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2002년도 우리나라 평균 원유도입단가는 23.36달러/배럴이었던 반면 2000년도 세계평균 원유생산단가는 10.1달러/배럴이고 우리나라 평균 자주개발원유 도입단가는 약 10.45달러/배럴이기 때문에 개발원유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다.

또한 고유가시는 개발부분의 수익증대와 하류부문 수익감소 현상이, 저유가시는 정유 및 석유화학부문의 수익증대와 상류부문 수익감소 현상으로 상호 헤징작용을 한다. 최근 고유가로 인하여 메이저들은 상류부문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반면 정유마진이 감소함으로써 하류부문의 수익률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메이저들은 상류부문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고 있는데 엑슨모빌과 토탈의 경우 상류부문에 대한 투자비가 총투자비의 70%를 넘어서고 있다(<표4>. 참조) 반면 우리나라의 정유사들은 2001년 한 해 동안 수 조원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우리나라 정유사가 석유개발사업에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LG칼텍스정유, 에쓰오일 및 현대오일뱅크 등이 자본유치와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메이저나 중동 산유국의 국영석유사와 합작을 하였기 때문에 합작사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투자사업인 석유개발사업 참여가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5대 정유사중 SK주식회사만이 국내자본으로 메이저나 중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자적 기업으로서 안정적 공급원 확보를 위해 석유개발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LG칼텍스정유가 캄보디아 석유개발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개발사업에 첫발을 내딛은 것은 고무할만한 사건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합작을 통하여 안정적인 공급원 확보에는 성공하였으나 중동산유국의 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융자비율의 10% 우대지원은 이들 정유사들을 석유개발에 참여하게 할 수 있는 메리트가 되지 못하다고 판단된다.

나. 경쟁력있는 석유개발기업의 육성

   1) 석유개발전문회사의 육성

최근 고유가로 인하여 생산유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석유개발사업으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생산유전들은 마리브 광구와 같이 탐사단계부터 참여하여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1995년 이후 포트폴리오 전략의 도입에 따라 매입한 유전들이다. 즉 석유개발사업은 위험성이 높은 투기사업이 아니라 적절한 투자전략을 수립하여 참여하는 수익성이 있는 사업의 하나이다. <표4>에 나타낸 바와 같이 국제 메이저들이 발표한 지난 3년 동안의 사업실적에서 석유개발을 통한 상류부문의 수익이 전체 수익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 실증이라 하겠다.

외환위기 이후 급감하던 민간부문의 석유개발사업 참여사업자 수가 2001년부터 회복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신설 석유개발회사인 코람자원, 서울에너지자원, 청하실업 및 글로벌에너지 등이 미국에서 석유개발사업에 참여하였기 때문이다. 비록 이들 회사들의 규모가 작고 담보능력이 부족하여 사업의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석유개발사업만을 위하여 기업이 존재하며 석유개발사업의 성패가 곧 기업의 흥망과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해외석유개발을 반드시 해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석유개발을 주업무로 하는 전문회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석유개발전문회사의 출현은 침체된 우리나라 석유개발사업을 활성화하는데 일조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들을 적극 지원하여 더 많은 석유개발전문회사들이 설립되도록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다수의 석유개발회사가 설립되고 세계석유시장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게 석유개발전문회사끼리 혹은 석유개발전문회사와 정유사와의 통합이 이루어지면서 대형화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가 추구해 나가야 할 방향이다.

또한 기업구조조정의 기준조건으로서 기업부채비율 200%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은 민간기업의 석유개발사업투자를 억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가 민간기업 활성화를 위하여 80%를 융자지원하더라도 이는 기업전체의 부채비율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민간기업들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하여 석유개발사업을 기피하고 있다. 더욱이 탐사사업에 지원되는 성공불융자금은 사업을 실패할 경우 감면되고 성공할 때에만 상환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에 사업의 성패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부채로 볼 수 없다. 해외석유개발사업에 민간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사업특성상 석유개발사업에 투자된 자금을 전액 부채비율 산정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2) 정유사의 수직계열화

우리 정유사들도 보다 강력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석유개발사업을 통하여 저가의 원유를 확보하여야 하며, 또한 안정적인 공급원의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석유산업에서 상류부문과 하류부문은 상호 헤징관계에 있기 때문에 21세기에는 상류·하류부문이 통합되어 있는 수직계열화된 석유사만이 살아남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직계열화가 석유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는 예를 가까운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하류부문을 중심으로 석유산업을 발전시켜 온 일본도 2000년 8월 “석유심의회 개발부회 기본정책 소위원회”가 중간보고서에서 석유산업의 개발 및 정유산업의 통합을 강력히 추진할 것을 권고한 바 있는데, 이런 권고가 최근 일본 민간분야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쿠웨이트 중립지대 해상에서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 아라비아석유(Arabian Oil Co.)와 정유사인 후지석유(Fuji Oil)가 통합하여 AOC 지주회사(AOC Holdings)를 설립하기로 결정하였는데, AOC의 13~14만 배럴/일의 원유생산과 후지석유의 19만 배럴/일의 정제능력이 합쳐질 경우 원가절감을 통해 아시아 석유제품 시장에서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정유사들이 석유개발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법중의 하나로 원유수입관세와 수입부과금을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 정부는 석유소비절약, 유가폭등에 대한 완충기금 확보 및 대체에너지개발 등을 목적으로 수입석유류에 대하여 리터당 14원의 수입부과금을 징수하고 있으며, 관세율은 5%(리터당 약 10원)이다. 자주개발원유의 도입은 해외석유개발사업이라는 투자사업을 통하여 획득한 수익을 배당받은 것으로써, 직접 수입하는 원유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더욱이 이러한 자주개발원유는 국가의 시책에 따라 국가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고 나아가선 국가 에너지 안보에도 일조하고 있기 때문에 원유관세와 수입부과금을 단순수입의 경우와 동일하게 징수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따라서 자주개발하여 도입하는 원유에 대하여 관세를 차등적용하고 수입부과금을 일부 또는 전부 감면하여야 한다. 원유수입관세의 차등적용과 수입부과금의 감면은 원유의 실수요자인 정유사들을 석유개발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갖춘 대형 석유회사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은 2차세계대전직후 석유개발기업에 대하여 원유관세 환급제도를 적용하여 지원한 바 있고, 일본도 2차 석유파동당시 개발원유의 관세를 직접 수입에 비해 차등 적용한 바 있다.

   3) 한국석유공사의 육성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외국 주요국들은 자국의 석유개발사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세제지원, 독점권 부여, 성공불융자 지원 등 여러 가지 지원정책을 시행하였고 국영석유회사를 세계 굴지의 석유회사로 육성한 다음 민영화를 추진하였다.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에서의 선점한 영향력 행사, 자국에서의 대규모 유전발견 등이 이들 석유사들이 메이저가 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 전략적 자원인 석유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커다란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과 우리나라와는 현실적인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성장모델은 부인할 수 없는 성공사례임은 틀림없다. 우리나라도 국영석유사인 석유공사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통하여 민영화를 이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여야 한다.

2001년부터 석유공사의 석유개발사업에 대해 출자형태의 에특자금 지원이 시작된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 하겠다. 100%의 성공불 융자지원은 실패에 대한 책임감결여의 우려가 있고 성공후에도 융자금 상환과 높은 특별부담금으로 재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없어 다시 융자를 받게 되어 성장의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한정된 융자지원예산을 지원하는데 있어 융자대상기관인 석유공사가 민간기업과 경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따라서 석유공사에 대한 지원은 출자와 보조를 강화하고 융자를 줄임으로써 민간기업과 경쟁관계가 아닌 상호협력관계가 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체계적인 석유개발지원제도 구축

가. 석유개발융자지원제도의 개선

우리나라 융자지원제도의 기본적인 틀이 생산물분배계약을 모델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전 지역에 걸쳐 다양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자원보유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이 계약 형태와 관계없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보다 융통성을 가져야 하겠다. 사업마다 자원보유국마다 달라질 수 있는 계약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제도를 단번에 도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의 상이함에 따른 제도개선보다는 융통성있는 제도의 운영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미국 육상유전들과 같이 인프라구조가 매우 발달되어 있는 지역에서는 탐사시추 결과 석유를 발견하여 생산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의 사업처럼 경제성 있는 매장량을 확보할 때까지 탐사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탐사사업과 상업적 생산의 정의에서 단서조항을 추가하였지만 시험생산이라는 용어의 유권해석에 따라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한 바 있고 앞으로도 지원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됨으로 이러한 사업에도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탐사사업 기간내에 탐사에 성공하고 탐사작업중 생산이 이루어질 경우, 우리 제도의 융자원리금 상환 및 특별부담금 징수제도의 취지를 적용하여 동 생산시설의 생산운영비와 개발사업비의 회수가 완료될 때까지는 탐사사업으로 인정하고 성공불융자를 지원하여야 한다.

석유정제업자의 경우 여타 민간기업에 비하여 10% 많은 융자지원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개발원유의 실수요자인 정유사들의 석유개발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기 도입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유사들중 일부는 석유개발사업 참여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융자비율 우대지원으로 정유사를 석유개발사업에 참여토록 하는 효과보다는 여타 민간기업들의 상대적으로 정부지원으로부터 소외받는다는 불만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났다.

금년에 LG칼텍스가 캄보디아 석유개발사업에 참여한 것이 이 제도의 효과일수도 있지만, 현재 국제 금융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융통하고 있고 이자율도 융자금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유사들이 석유개발사업에 추진함에 있어 융자비율 10%우대는 큰 메리트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정유사를 석유개발사업에 참여토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관세 또는 수입부과금의 면제와 같은 보다 현실적인 지원을 통하여 개발에 참여하는 회사와 참여하지 않는 회사간에 뚜렷한 손익의 차이를 두어야 하며, 동 우대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나. 지원예산규모의 확대 및 석유개발사업기금의 조성

이제까지의 지원자금은 에특회계에 의존하고 있고 지원규모도 작아 사업을 활성화시키는 데는 미흡한 실정이다. 석유개발자금 지원액은 1998년 795억원에서 2000년 1,121억원, 2001년 1,457억원, 2002년 1,809억원으로 매년 증액되었고, 2003년 예산도 전년대비 무려 45.5% 증가된 2,632억원이 반영되어 전체 에특예산 2조 5,514억의 10.3%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에특 지원자금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석유개발사업에 대한 투자규모는 2002년도 4억 7천만 달러이고 총 누적투자액이 40억 달러인데, 가까운 일본과 비교할 때 아직 1/10에도 미치지 못하며 BP의 2002년도 한해 상류부문 투자액 97억 달러의 4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지원규모를 최소한 에특예산의 20% 수준인 5,000억원 규모로 증대하여야 하겠다.

장기적으로는 석유개발사업을 활성화하고 자주개발원유 확보율을 제고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지금의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예산이 아닌 석유개발사업만을 위한 별도의 기금 조성을 추진하여야 한다.

석유개발사업에 대한 투자는 부동산 투자에 비유할 수 있다. 미리 공고된 분양계획에 따라 입찰을 준비하여 국제입찰에 참여하는 방법, 자원보유국 정부와의 친분에 의한 수의계약 방법, 광권을 가진 회사로부터 참여제의를 받거나 정보지 등을 통해 알려진 사업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부동산처럼 좋은 광구가 급매물로 나오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여 유망한 광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소요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일반 회계예산과 같이 경직되어 있는 에특예산으로는 불가능하며 일정규모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때 곧 바로 지원할 수 있는 석유개발만을 위한 자금의 조성이 필요하다.

다. 세제지원제도의 보완

국내 자원개발산업의 몰락과 더불어 그 수요가 줄어든 세제상의 지원제도들도 점차 자취를 감추어 현재 남아있는 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지원세제는 거의 없다. 조세특례제한법 이전의 조세감면규제법에서는 광업투자준비금제도와 해외투자손실준비금제도 등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조세 지원제도가 있었으나 조세특례제한법으로 바뀌면서 동 제도들이 삭제되었고, 현재 남아 있는 해외석유개발사업에 대한 지원세제는 이중과세 방지와 관련된 세제뿐이다. 그나마 일부는 조세특례제한법에 한시법으로 규정되어 있고 또 일부는 대부분의 자원보유국과 체결하지 않은 조세조약의 제약으로 실효성이 없는 경우도 있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선진국의 경우 석유자원의 유한성을 인정하여 생산으로 인하여 감소되는 매장량에 대해 감가상각을 인정하는 감모공제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우리와 여건이 가장 유사한 일본의 경우 해외탐광준비금제도, 해외신광상탐사비 특별공제제도(감모공제제도), 해외투자손실준비금제도, 해외생산광구매입비특별공제제도 등 해외석유개발사업에 대해 여러 가지 지원세제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도 안정적인 에너지자원을 확보하고 정부가 설정한 2010년대 자주개발 원유 도입률 1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지원정책뿐만 아니라 지원세제도 대폭 확대하여야 한다.

   1) 감모공제제도의 도입

감모공제제도는 해외자원개발투자준비금제도와 세액공제의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해외자원개발투자준비금제도는 광업소득의 일정비율을 탐사준비금으로 책정하여 손금에 산입하고, 적립된 준비금은 3년이내에 탐사사업에 투자하여야 한다. 준비금으로 산입한 후 3년이내에 준비금을 소진하지 못하고 남는 경우 다시 익금으로 산입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세감면규제법 내에 이와 동일한 광업투자준비금제도가 있었으나 그 활용이 미미하였기 때문에 조세감면규제법을 조세특례제한법으로 개정한 1999년에 폐지되었다.

감모공제제도는 단순히 세금을 조정함으로써 세금의 이연효과만을 가진 광업투자준비금제도에 더불어 탐사사업에 투자한 자금의 일부를 당해연도 과세소득에서 직접 공제해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석유개발사업을 통하여 수익을 얻고 있는 기업이 해외 석유자원에 대한 탐사사업에 투자하였을 경우 그 비용의 일부를 세금에서 지원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우 필요한 제도이다. 특히 석유개발전문회사의 경우 회사 수익이 모두 석유개발사업으로부터 발생한 것이고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탐사작업을 필연적으로 수행하여야 하기 때문에 동 제도를 시행할 경우 석유개발전문회사를 활성화시키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사료된다.

해외 석유개발사업에 참여하여 자주개발원유확보에 일조한 기업의 경우 지속적인 석유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자원개발투자 수익금의 15/100 범위내에서 준비금을 계상하고 동 금액을 당해연도 손금으로 산입하며, 준비금 설정이후 신규 탐사사업에 준비금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신규 탐사사업비 지출액, 탐사준비금으로 산입된 후 소진되지 못하여 익금으로 재산입되는 금액과 해당법인의 당해연도 소득금액 중 가장 적은 금액을 한도로 과세소득에서 세액공제하는 해외자원개발투자준비금 및 특별공제제도(감모공제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2)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이중과세 방지

석유개발사업에서 발생되는 수익의 경우 자원보유국과의 계약형태에 따라 세금납부 방법에는 상이한 점이 있으나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국내로 과실송금된 배당수입금에 대해 다시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가 되어 사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투자의지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이중과세방지라는 세법상의 취지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국내 기업이 해외석유개발사업에 투자하여 수익이 발생할 경우 해외자원개발 투자 배당소득에 대한 법인세 면제(조세특례제한법 제22조), 외국납부세액의 손금산입 등(법인세법 제 57조) 및 간접외국납부세액에 대한 과세특례(조세특례제한법 제104조의6) 등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현 제도중 일부는 조세특례제한법에 한시법으로 규정되어 있고 또 일부는 대부분의 자원보유국과 체결하지 않은 조세조약의 제약으로 실효성이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조세특례제한법 제22조(해외자원개발투자 배당소득에 대한 법인세면제)는 2003년 12월 31일 종료되는 한시법이기 때문에 법규정의 일몰이 없는 일반법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둘째, 간주외국납부세액공제제도(법인세법 제57조제3항)와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제도(법인세법 제57조제4항)는 상대국과의 조세조약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외국납부세액이 인정되나, 조세조약에서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가 일부 국가(영국, 브라질, 미국, 덴마크, 이스라엘, 일본 6개국)로 한정되어 있고 대부분 자원보유국들과는 조세조약 자체도 체결되어 있지 않아 석유개발사업에는 실효성이 거의 없다.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조세조약을 체결하였다 할지라도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제도를 채택하지 않은 나라에서의 간접외국납부세액을 인정해주기 위하여 지난해 말 간접외국납부세액에 대한 과세특례(조세특례제한법 제104조의6)가 신설되었지만, 참여지분이 50%이상인 경우에만 해당되므로 투자규모가 막대하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위험분산을 위하여 지분을 분산하는 자원개발사업에는 실효성이 없다.

따라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동 제도의 혜택을 주어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국환거래법에 의하여 대통령영이 정하는 해외자원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하여 외국자회사를 설립하였거나 또는 외국회사의 지분을 취득한 경우,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조세조약을 체결하였다 할지라도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제도를 채택하지 않은 자원보유국내 석유개발사업에 참여하더라도 그 참여지분과 관계없이 외국자회사로부터 받는 수입배당금액에 해당하는 간접외국납부세액을 모회사의 외국납부세액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간접외국납부세액 공제제도를 확대하여야 한다.

기술인력 양성 및 정보화 추진 미흡

가. 기술인력 감소 및 양성대책 미흡

우리나라는 해외석유개발의 역사가 짧아 기술인력이 부족하며 기존인력도 탐사, 시추에 치중되어 있어 생산분야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최근 민간기업의 석유개발사업 축소로 인하여 우리나라 석유개발관련 기술인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IMF 사태이전 100여명 이었던 민간기업 기술인력이 2000년말 35명까지 급격히 감소하였다가 현재 47명으로 다소 증가하였으나 아직 외환위기이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석유개발사업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더욱이 고도의 전문성과 다양한 경험이 크게 요구되는 석유개발사업에서 인력의 양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이지는 것이 아니다. 아직 남아있는 소수의 인력마저 업계를 떠난다면 어떠한 정책적 배려와 투자노력이 집중되더라고 석유개발사업은 단기간에 회복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외석유개발사업을 위한 전문기술인력의 양성 및 기술수준의 향상 등에 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기본계획조차도 수립되어 있지 않는 상태이다.

나. 기술개발 및 정보화 시책 미흡

점차 신규탐사지역이 심해화, 극지화, 오지화 되어가고 있고 탐사대상 지층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고도의 탐사기술이 요구되며, 중소 규모의 한계유전이나 중질유 유전에서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첨단 생산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라질 등의 산유국에서는 광구 분양시 신청업체의 기술능력을 고려하여 운영권자로서의 입찰자격 심사를 강화하고 있어 앞으로 첨단기술의 확보없이는 사업참여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외국 석유회사들은 오지 및 심해저의 석유탐사기법의 개발은 물론 기존 유전지대에서의 미 채취된 원유의 생산량 증대를 위하여 최신의 생산기법 및 효율적인 저류층 관리를 위한 다양한 기법들을 개발중이다. 또한 석유개발사업이 산업의 한 분야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의 경우에는 사업을 추진하는데 일부 분야의 기술이나 인력이 부족하더라도 전문서비스 업체를 활용하거나 다양한 분야의 컨설턴트 들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

일본의 경우 1972년 석유공단산하에 석유개발기술센터(TRC:Technology Research Center)를 설립하여 석유개발 기술과 관련한 연구개발, 교육훈련 및 국제협력업무 등을 통하여 일본의 민간 석유회사들에 기술지원을 실시하고 있으며, 또한 1992년 석유의 탐사·개발에 관한 정보의 수집, 분석 및 제공, 조사와 연구 등을 통하여 일본기업들의 효율적인 사업추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7억 4500만 엔의 자금을 투자하여 석유개발정보센터(ICEP: Information Center for Petroleum Exploration and Production)를 설립하였다. ICEP은 석유탐사·개발에 관한 각종 데이터베이스 운용, 관리 및 회원사에 대한 정보제공, 정기적 기술강습회 개최, 기술적 또는 정치·경제적 과제에 대한 조사연구, 산유국과의 석유개발 협력사업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2002년도 지출예산규모는 13억 엔 정도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석유개발 전문서비스 업체가 전무한 실정이고 기술개발 및 지원을 전담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인력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들 기관들도 소수의 기술인력을 보유하고 자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국내 업계가 요구하는 기술력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와 같이 소자본이며 전문인력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수집된 정보를 축적 관리하고 값비싼 정보자료의 공동구입 및 공유가 필요하지만, 수집된 기술정보 및 자료축적이 미흡하고 민간기업과의 정보공유 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 더욱이 석유개발정보사업을 위하여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예산도 연간 3,000만원에 불과하여 일본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 석유개발 기술정보센터의 설립

석유개발사업에서 기술력과 정보력은 성공을 위한 핵심요소이며 향후 신규탐사지역의 심해화, 극지화, 오지화에 따라 첨단 기술력과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의 확보가 석유개발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됨은 자명하다. 또한 기술인력이 부족하고 정보력에서 뒤떨어지는 민간기업의 석유개발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석유개발기술정보센터의 설립은 우리나라 석유개발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이며, 더욱이 현재 조사사업에 대한 보조금이 2~3억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없는 보조금의 지원보다 기술력과 정보를 제공하여 주는 것이 석유개발사업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며 자주개발원유 확보율을 제고에 커다란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