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성장과 석유수요증가의 딜레마
- 부족한 원유공급으로 경제성장 저하우려 -
이와마 코우이치(岩間剛一) 와코(和光)대학교 교수
원유가격급등의 배경
중국이 에너지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하에서 향후 원유가격이 현재 가격수준에서 추이할 경우에는 미국, 중국, 일본 경제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주변 여건을 살펴볼 때 원유가격은 배럴당 40~50달러 수준까지 예전보다 10~20달러 정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첫째, 공급측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100만b/d를 제외하면 OPEC의 잉여생산능력은 곧 바닥을 드러내 한계에 봉착한다. OPEC은 세계적인 수요증가에 대응하여 생산을 늘린다고 하였으나 1980년대, 1990년대의 원유가격침체에 따른 과거 유전개발 투자억제의 여파가 지금에야 나타나고 있어, 본격적인 원유생산까지는 수 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수요측면에서는 미국, 중국, 인도 등 소비국의 석유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IEA(국제에너지기구)의 예측에서도 2004년의 석유수요는 전년대비 260만b/d 증가한 8,220만b/d에 이르고, 2005년 이후에도 연간 200만b/d 정도의 석유소비가 증가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에 따른 것이다.
특히 미국, 중국 등 세계 1위, 2위의 석유소비국의 석유소비 증가세가 뚜렷하다. 미국의 경우에는 SUV차량을 비롯한 대형자동차의 판매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휘발유 수요가 견조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연간 9%를 넘는 고도 경제성장을 기록하는 가운데 철강업, 시멘트, 전해 알루미늄업 등 에너지다소비형 산업이 늘고 있으며 개인생활도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른 에어컨, 승용차의 증가가 뚜렷하다. 중국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2003년에 2,400만대에 달해 10년전에 비해 5배가 증가했다. 그 결과 중국의 석유소비는 앞으로 1년에 100만b/d씩 증가하여 세계석유수요 증가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IEA 장기예측에서는 중국의 석유수요 증가는 중국경제의 급속한 증가를 고려하더라도 지속되지만 그 추세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단순계산으로도 13억 인구가 아무리 적게 써도 6,000만b/d의 석유를 소비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세계석유시장에 있어서 심각한 사태이다. 지구환경문제도 고려하면 중국의 자제력있는 에너지소비가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의 조화로운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 하겠다.
게임이론에 따른 악순환
현실적으로 원유가격이 심리적 경계선인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하여 세계경제에 대한 악영향이 우려되자 미국의 다우평균주가는 1만달러가 붕괴되었고, 원유가격의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발생의 우려보다도 경기침체로 장기금리는 낮아지는 등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과 산유국의 관계를 놓고 보더라도 1970년대의 석유위기를 상기시키는 자금 흐름도 발생되고 있다. 지속적인 원유가격의 상승에 따라 OPEC 가맹국의 원유수입(收入)은 2004년에 사상최고인 3,000억달러에 이르는 한편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원유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에 따라 6,000억달러에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멕시코만 주변의 원유생산 중단, 유조선 입항금지라는 일시적인 요인으로 미국의 민간원유재고는 지난 9월말에 위기적 수준이라는 2억7천만 배럴대가 무너졌다. 과거의 경험에서 보면 과도한 원유가격상승은 일시적으로 산유국의 재정을 크게 풍족하게 하지만 석유소비국의 에너지절약 정책 추진, 대체에너지 이용 촉진 등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원유가격의 폭락을 가져왔다.
그러한 산유국의 고통스러운 경험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브사파 유전과 카티프유전 등 신규유전에서 원유생산을 시작하고 2004년 10월의 원유생산능력을 1,100만b/d로 늘려 생산능력을 150만b/d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급속도로 늘어가는 세계원유수요에 비하여 사우디 1개 국가만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원유수급 차질은 석유수요 비수기에 들어서는 2005년 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국면은 게임이론에서 설명하는 죄수딜레마와 같은 상황이다. 산유국은 급격한 증산체제를 갖춘후 원유공급 과잉으로부터 발생할지도 모르는 원유가격의 폭락을 우려하여 유전개발을 주저하고 있으며, 미국의 석유산업은 원유가격의 폭락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를 우려하여 휘발유 제조설비의 투자를 연기시키려 하고 있다. 서로 상대방이 취할 태도를 의심하여 결과적으로 쌍방간에 나쁜 상황인 거듭되는 고유가를 초래하는, 이른바 게임이론에 따른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악순환의 연쇄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산유국과 미국의 석유산업에 대해서 안정적이고도 지속적인 투자를 계속할 수 있는 원유가격의 안정화, 가격변동성의 축소를 가져오는 세계적인 원유수급시스템의 구축이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그러한 시스템이 구축되기까지는 게임이론에 따른 원유가격의 급등이라는 현상황이 당분간 계속된다고 생각된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면 이러한 구조적인 수급차질 상황에 있어서 앞으로 사우디, 이라크 석유관련 시설이 테러를 당할 경우와 나이지리아 내전이 심각해지는 경우에는 국제석유시장에서의 공급위기감이 일시에 분출되어 원유가격이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서고 석유수요기인 동절기에는 배럴당 60달러에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러한 원유가격 상승은 원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석유소비국에 인플레와 경기침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원유가격이 배럴당 60달러로 될 경우에는 세계 실질 경제성장률이 연간 0.5%에서 1%정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환경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책임
중국은 에너지의 절반을 여전히 석탄에 의존하고 있어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에너지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책임이 크다고 하겠다. 앞으로도 중국은 연간 7% 이상의 경제성장이 전망된다. 2002년 11월 초순에 개최된 중국공산당대회, 2003년 3월에 개최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도 연간 7%의 성장, 2020년의 중국 GDP를 2000년의 4배로 늘리는 것이 정책목표로서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21세기에 있어서 중국 에너지수요의 급속한 증가가 예상된다.
그 가운데에서도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주종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에 온실가스가 한층 더욱 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현재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온실가스의 배출억제의무를 부담하고 않지만, 세계 제2위의 온실가스배출국이라는 점과 향후 경제성장과 에너지소비 증가를 고려하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1위의 온실가스배출국이 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미국에 필적하는 온실가스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효과와 급속히 증가하는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의 배출에 따른 산성비 등의 환경오염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중국이 지구환경에 대해 무관심한 입장을 보인다면 국제사회로부터의 따가운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세계최대인 13억 인구를 가지고 있으며 명목 GDP에서도 세계 제6위의 대국인 중국은 2008년의 베이징올림픽, 2010년의 상하이 만물박람회의 개최에 따라 국제적인 지위를 한단계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ASEAN 국가와의 FTA 체결 등에 따라 아시아에서의 지위도 일본을 능가하는 수준까지 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아시아의 에너지수급 안정과 지구환경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책임이 있다는 자각의식은 아직 부족하며 오히려 개발도상국의 일원이라는 의식이 강하다. 중국은 에너지소비와 지구환경보전 측면에서는 대국으로서의 영향력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21세기의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으로서 지구환경보호를 위해 향후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줄 필요가 높다고 하겠다.
중국의 에너지수급 전망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에너지절약에 대한 의식이 높지 않으며 또한 높은 에너지절약 기술을 갖추지 않은 나라가 많다. 따라서 경제성장과 에너지소비 증가율, 즉 경제성장에 대한 에너지소비 탄성치는 2010년까지 1과 거의 같다. 2010년 이후에는 에너지절약 기술의 발달,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관심 제고 등으로 인해 탄성치는 0.8로 다소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중국의 온실가스배출량은 2000년 기준 전세계의 14%로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수준임). 그러나 향후 중국경제는 2020년까지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 에너지절약의 발전 등과 같은 선진국형 산업구조 고도화를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에너지 탄성치를 1 이하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중국이 향후에도 연간 7%의 성장을 지속하는 한, 생활수준의 고도화에 따라 자동차, 항공기 등의 수송용 연료로서 필수적인 석유소비 증가는 7%, 혹은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의 생활수준 향상 등의 요인과 석유소비 증가가 경제성장율과 같거나 혹은 성장율을 초과한다는 전제에 입각해 세가지 케이스를 전망했다. 특히 앞으로는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관점에서 석유소비 증가에 주안점을 두고 연간 7%, 10%, 12%의 증가율을 예상해 무역수지와의 관계를 시뮬레이션했다.
석탄은 수요측면에서 산업구조 고도화, 에너지효율 향상, 지구환경 등의 요인으로 인해 에너지절약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측면에서는 중국의 석탄생산이 한계에 다다르고 또한 연간 수억톤 가량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공급제약도 예상되기 때문에 석탄공급 및 수요 증가는 앞으로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는 쪽이 타당하다.
IEA에 따른 석탄의 수요전망에서는 2030년까지 연간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적인 예측은 아니다. 왜냐하면 ①국내석탄생산의 한계 ②해외에서 대량의 석탄수입 제약 ③교토의정서 등에 따른 지구환경문제에서의 석탄소비 제약 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성장에 따른 중국의 에너지소비증가는 석탄 이외의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수력에 따라 공급된다는 관점에서 검토한다. 하지만 석유를 제외한 에너지는 원래 에너지 소비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연간 10% 가까이 증가하여도 중국 에너지수급에 미치는 기여도는 낮다. 원자력은 계획에서 발전소건설, 운전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20년~30년에 이르고, 그 기간내에는 큰 역할을 맡을 수 없다. 그렇다면 에너지원중에서도 산업구조의 고도화, 에너지 기술개발 등에 따라 석유중심의 에너지구조로 될 수 밖에 없다.
【표1】 중국의 1차에너지 수요예측(단위 : 백만톤 원유환산)
2005년 | 2010년 | 2015년 | 2020년 | |
석탄 | 289.4 | 289.8 | 300.2 | 313.1 |
석유 | 219.2 | 282.5 | 352.6 | 439.8 |
천연가스 | 23.2 | 31.0 | 42.2 | 57.0 |
수력 | 28.0 | 42.8 | 56.9 | 71.1 |
원자력 | 16.9 | 24.0 | 31.0 | 38.8 |
합계 | 887 | 1,001.5 | 1,143.4 | 1,321.9 |
출처 : IEA Energy Outlook
주) 합계에는 신에너지 등의 기타에너지가 포함됨. 또한 중국정부가 석탄을 과소평가하여 석탄소비증가가 경제성장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낮게 전망됨.
그 경우 중국의 총에너지소비에 있어서 에너지 탄성치는 처음의 2010년까지를 1로서, 2011년부터 2020년까지의 10년을 0.8정도로 가정한다. 다시 말하면 지구환경측면에 있어서 정치적인 제약 및 중국의 점진적인 에너지절약 기술의 발전을 고려하였다. 한국 등의 경우에는 고도경제성장에 대한 에너지수요 탄성치는 1.5정도였으나 중국의 경우에는 산업구조, 광할한 국토, 많은 인구, 향후 지구환경문제를 둘러싸고 에너지소비 억제를 요구하는 국제여론의 움직임 때문에 탄성치는 후반 10년을 0.8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에너지 열효율은 에너지종류마다 달라 단위당으로 따지면 천연가스의 열효율이 제일 높다. 그렇다고 해서 천연가스의 이용비율이 높은 유럽(25%정도)이 GDP원단위당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천연가스 이용비중이 낮은 일본(약 13%)이 에너지가 절약된다는 면도 있다.
하지만 향후 중국의 연간 성장율이 7% 이상씩 지속된다면 2020년에 총에너지소비량 26억톤(원유환산)은 타당한 예측이라고 할 수 있으나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에 48%, 총에너지소비량 16억톤(원유환산)은 총량으로서 너무 적다고 생각된다.
【표2】 주변 상황을 고려한 중국의 1차에너지 수요전망(단위 : 백만톤 원유환산)
2005년 | 2010년 | 2015년 | 2020년 | |||||
석탄 | 720.11 | 61.9% | 720.11 | 44.1% | 720.11 | 34.6% | 720.11 | 27.1% |
석유 | 382.01 | 32.8% | 832.32 | 51.0% | 1,258.98 | 60.4% | 1,801.86 | 67.8% |
천연가스 | 35.73 | 3.1% | 47.82 | 2.9% | 63.99 | 3.1% | 85.63 | 3.2% |
수력 | 20.76 | 1.8% | 24.07 | 1.5% | 27.90 | 1.3% | 32.35 | 1.2% |
원자력 | 5.18 | 0.5% | 7.97 | 0.5% | 12.26 | 0.6% | 18.87 | 0.7% |
합계 | 1,163.79 | 100% | 1,632.28 | 100% | 2,083.24 | 100% | 2,658.81 | 100% |
따라서 향후 중국경제가 7% 성장을 지속한다면 석탄을 제외한 석유 이외의 에너지 증가율을 대략 10%로 예상하여도 석유 소비량은 2005년 800만b/d, 2010년 1,500만b/d, 2015년 2,500만b/d, 2020년에는 3,600만b/d나 달한다. 국내 석유생산을 300만b/d 정도로 추정할 경우에는 매년 200만b/d 가량씩 해외로부터 수입을 늘려나가야만 된다. 하지만 2004년 현재 전세계 석유수요량이 8,200만b/d정도이고, 앞으로 중동, 카스피해, 서아프리카, 시베리아, 사할린 등의 신규석유개발이 기대된다고 하여도 2020년까지 연간 100만~200만b/d의 석유증산이 한계점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석유증산분의 대부분을 중국이 차지한다는 것은 아시아국가의 성장 등을 생각할때 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에너지공급면에서 중국의 성장은 크게 제약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에너지 공급면에서 고려할 때 중국의 2020년까지의 성장율을 2010년 이후의 중국정부의 목표치인 7%의 절반에 해당하는 3~4%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 목표인 연간 7% 성장은 베이징 올림픽, 상하이 만물박람회가 개최되는 2010년까지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향후 카스피해, 러시아, 중동에서의 석유증산여력에 따라 연간 100만b/d씩 증산한다면 흡수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는 에너지공급제약 때문에 성장율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오일리포트, 2004.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