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석유개발의 성과와 민간기업의 역할 

글·김현무|SK주식회사 석유개발사업부장 상무

고유가 상황 지속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유가 60달러 시대가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자아냈던 국제원유가 고공행진이 이제 조금씩 하향안정세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가 폭등 상황의 원인은 불안한 중동 정세 및 주요 산유국의 불안정한 정국 등의 공급 불안 요인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가의 급격한 석유소비 증가 전망 등의 수요 증대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는데, 고유가 상황의 지속으로 원유생산 증가, 수요감소, 투기세력 약화 등이 이루어지며 점차 유가가 하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 유가 수준이 과거의 10~20 달러 수준으로 회귀하기는 어려우며, 30달러 이상의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석유자원 확보의 중요성

고유가의 지속으로 세계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석유자원을 전량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더욱 큰 파급효과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물가가 상승하며, 경제성장률이 감소하는 등 우리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악영향의 파급효과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에너지 소비 절약 운동, 대체 에너지 개발 등의 대책이 거론되고 또 일각에서 실행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현재의 고유가 상황 및 다가오고 있는 석유자원 부족 시대를 견디기 위해서는 해외석유개발 참여를 통한 석유자원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주개발 원유도입비율은 불과 3%, 이웃 일본의 15%, 프랑스의 71% 등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나머지 약 8 4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유사시 에너지 안보가 매우 힘든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에너지 전쟁의 가시화

석유자원확보가 국가 생존과 직결이 된다는 위기의식은 비단 우리 나라와 같은 자원빈국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고유가상황이 지속되면서 ‘에너지 안보’ 개념이 강화되어, 세계 각국간의 에너지 확보 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자원 블랙홀이라 불리는 중국을 필두로 하여,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민간 기업들은 물론 정부 차원의 다양한 외교활동 및 정책 지원 등이 총동원되어 에너지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각국의 정상들이 자원보유국가를 방문하여 친선 계약 체결 및 각종 경제 협력 체제를 구축할 뿐만 아니라 자국 기업들이 구체적인 석유자원 개발 협약을 맺도록 지원하고, 에너지 확보를 위해서는 우방과의 관계악화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서슴없이 드러내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란과 유전개발 합작사업을 진행 중이며, 중국은 양민 학살로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수단에 진출하여 에너지 자원 개발에 나서고 있다. 외교적 명분이나 체면보다는 안정적 에너지 자원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갈 길은 아직도 멀었다고 볼 수 있다.

해외석유개발 성과

우리나라의 석유개발역사가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일천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981년 시작되어 약 20년간 지속되어온 해외석유개발이 꾸준히 성과를 보여왔으며, 최근 그간의 장기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극히 소극적이었던 자원개발에서 벗어나 우리나라가 해외석유개발을 시작하도록 한 결정적인 사건은 두 차례의 석유파동이었다. 신흥공업국가로서 에너지 다소비 구조가 이미 형성되기 시작했던 1970년대에 2차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1978년말 ‘해외자원개발사업촉진법’이 만들어지고, 1979년 ‘한국석유개발공사’(현 한국석유공사)를 설립되었다. 1981년 인도네시아 마두라 유전개발사업에 최초로 진출하면서 해외석유개발사업을 실질적으로 시작했다. 이 첫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1984년에 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대규모 석유를 발견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해외석유개발이 성과를 쌓기 시작했다. 현재는 2004 3월 기준으로 예멘, 인도네시아, 페루, 미국 등 38개국 122개 사업에 진출하여 이 중 22개국에서 55개 사업이 진행 중이며, 32개국 67개 사업이 종료되었다.

해외석유개발 사업의 투자회수 현황을 보면 2003 12월 현재 총 투자액이 약 4,500 백만 달러 중 약 3,727 백만 달러를 회수하여 82.8%의 회수율을 보였고, 우리 나라가 해외에서 확보한 석유자원의 가채매장량은 석유 660백만 배럴, 가스 95백만 톤이다.    

공기업인 한국석유개발공사(현 한국석유공사)는 우리나라 최초로 해외유전개발을 시작한 이래로 많은 국제, 국내 컨소시엄에 참여하여 우리나라 에너지 자원 확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현재 예멘, 아르헨티나, 영국 등지의 6개국에서 6개 생산사업을 진행 중이며, 개발사업 4, 탐사사업 7개 등 총 17개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해외진출사업 진행 및 종료 현황 (2004.3월 현재)

구분사업수(국가수)
 55(22)
  - 생산24(14)
 - 개발9(7)
 - 탐사22(17)
종료사업67(32)
122(38)

민간기업 중에서는 SK㈜가 대표적인 에너지 자원 개발 기업으로 1983년부터 석유자원 개발 사업을 진행, 현재 예멘, 이집트, 베트남, 페루 등지에서 7개 생산광구를 개발 중이고, 전세계 11개국 17개 광구에서 석유개발사업에 참여 중이다. 종료된 사업을 포함해 현재까지 23개국 51개 광구에 참여해왔다. 최근 브라질 입찰에서 신규로 2개의 탐사광구를 획득하였으며, 남미 최대 광구로 평가 받고 있는 페루 Camisea 광구에서 생산을 개시했다.  

최근 들어 대우인터내셔날, 현대종합상사, LG상사 등의 종합상사들도 더욱 활발히 해외석유개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카타르 라스라판 LNG 사업, 러시아 이르쿠츠크 PNG 사업, 오만 LNG 사업 등의 가스전 개발생산사업과 예멘 마리브 광구, 베트남 8광구 등 유전개발에 다양한 한국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에서 조사사업을 벌이는 등 활발히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민간기업의 역할

석유개발사업은 잘 알려진 것과 같이 대표적인 High Risk, High Return의 사업이다. 세계적으로 5%가 안 되는 상업생산 성공률을 보이는 반면, 개발에 성공하기만 하면 영업이익률이 매출의 80%에 이르는 고수익 사업이다. 높은 불확실성 위에서 개발에 성공되기까지 거액의 투자가 필요하며, 다른 사업에 비해서 주기가 매우 길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민간기업에 있어서 당장의 수익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려는 경영층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투자실적을 보면 국제 메이저사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높은 실패율을 감수해야 하는데 대한 부담에다 그간의 저유가 상황의 지속이라는 경제적 요인까지 겹쳐, 그렇지 않아도 짧은 석유개발사업 역사로 인한 기술력, 정보력의 절대적 열세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약한 자금력까지 겹쳐진 이러한 약점들이 결정적으로 극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해외석유개발이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국가차원에서 자주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고유가로 인해 사업성이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해외석유개발을 근본적으로 활성화시키려면, 민간부문의 인식전환과 함께 정부의 지원책 확대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결국 경쟁력을 갖고 해외자원개발을 진행시키려면 하나의 기업이나 정부의 힘만으로는 안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 하에 민간기업들의 적극적인 사업참여가 필요하다. 다른 어떤 사업분야보다 정부차원의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사실이므로 먼저 정부의 지원 확대로 소극적인 민간기업의 사업참여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필요하다. 자체적으로 높은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민간기업들이 적극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금지원 및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의 보조 위에서 민간기업들은 자발적으로 민간자원외교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해외석유개발 사업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