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절되지 않는 유사석유제품
 
- 세금인상 따라 등·경유로 빠르게 이동중 -
 
- 유사석유 범위 넓히고 처벌 수위도 높혀야 -

글·김신|석유가스신문 취재팀장

휘발유로 대표되던 유사석유의 대상이 경유로 빠르게 이동중이다. 심지어 등유와 그 대체연료로 사용되는 값싼 부생연료유조차도 가짜 석유제품의 표적이 되고 있다. 모두 다 세금이나 부과금을 노리고 있다.

불과 수년전까지만 해도 석유유통사업자들은 유사석유의 주요 표적을 세금부과액이 많은 휘발유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제는 유종을 불문하고 또 탈루 가능한 세금규모를 따지지 않고 조금이라도 돈이 남는다면 가짜 석유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고 있다. 석유품질검사소에 따르면 에너지세제개편이 본격화됐던 지난 2001년에 총 65,356건에 대한 석유유통단계 품질검사를 실시했고 이중 404건이 불합격처리됐다. 하지만 이중 269건의 품질불합격사례가 휘발유로 전체 석유제품 불합격건수의 67%를 기록했다. 이후부터 유종간 품질불합격 추이가 변화되기 시작한다. 2002년에는 휘발유 품질불합격건수가 244건을 기록하며 전체 불합격건수인 477건중 51%의 비중만을 차지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휘발유의 품질불량이 확연히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총 513건의 석유제품이 석유사업법상의 품질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중 휘발유는 18%에 해당되는 90건만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지난 9월까지는 133건이 불합격처리되며 총 591건에 달했던 불량석유 적발건수중 22%의 비율을 보였다.

반면 경유와 등유는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1년 품질불합격건수가 124건에 불과했던 경유는 이후 2002년에 216건 지난해에는 390건으로 가파르게 상승중이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9월까지 모두 345건이 불합격처리됐다. 이미 지난 한해 수준을 넘어선 셈이다.

등유 역시 만만치 않다. 2001년과 2002년에는 불합격건수가 각각 11건과 10건을 기록하며 행정당국의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지난해에는 27건으로 늘어났고 올해 9월에는 94건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특히 등유는 검사대상건수 대비 불합격율이 타 유종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높다.

지난해 석유품질검사소는 시중에 유통중인 총 2,203건의 등유를 시료 채취해 품질검사를 실시했고 이중 1.23%에 해당되는 불량제품을 골라냈다. 이 당시 전체 석유제품의 유통단계 품질불합격율이 0.7%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등유의 품질불량비율은 타 유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9월까지 모두 1,974건에 대한 유통단계품질검사가 이뤄졌는데 이중 4.8%에 해당되는 94건의 등유가 불합격처리됐다. 당시까지의 전체 석유제품 품질불합격비율은 1.06%로 역시 등유가 단연 부각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에너지세제개편이 본격화되고 관련 세금이 인상되기 시작하면서 경유와 등유의 품질불합격건수나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중이다.

사업자들이 얼마나 세금이 민감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부생연료유다. 현재 등유형 부생연료유에는 부가세를 제외하고 리터당 127원정도의 제세부과금이 매겨진다. 제세부과금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데도 특소세나 부과금이 매겨지지 않는 폐정제유 등을 인위적으로 부생유에 혼합해 판매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석유품질검사소는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총 217건에 대한 기타 석유제품(부생유와 윤활유 등) 품질검사를 실시했고 이중 8.8%에 달하는 19건의 불합격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또 불합격사례 대부분이 부생유로 나타났다.

결국 관련 사업자들은 돈만 되면 제세부과금 규모의 크고 작고를 따지지 않고 무차별적인 불량석유제조와 유통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세제개편 이후 등·경유 품질불량 늘어

이처럼 유사석유의 표적이 휘발유에서 다른 유종으로 이동하는 현상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유사석유의 대표적인 표적이었던 휘발유는 고유가와 고율의 세금 등의 영향으로 관계당국이나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감시도 심해 섣불리 불법적인 제조와 유통행위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유사석유하면 유사휘발유’ 라고 인식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주유소 등 석유유통사업자들이 휘발유를 이용한 유사석유 제조와 유통을 자제토록 하는 일종의 억제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대신 사회적인 감시가 덜한 경유나 등유가 유사석유의 새로운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석유제품은 에너지세제개편의 영향으로 꾸준히 세금이 상승해왔고 앞으로도 인상되는 것이 불가피해 가짜 석유제품 제조에 따른 불법적인 기대이익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휘발유 관련 제세부과금이 리터당 850원대에 기록하며 유사석유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던 2000년에 경유와 실내등유에 부과됐던 세금 등은 각각 129원과 230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1년 이후 정부의 에너지세제개편방침이 본격 시행되면서 이후 휘발유관련 세금은 동결되고 경유와 등유세금이 인상되고 있다. 현재 실내등유와 경유에 붙는 각종 제세부과금은 리터당 267원과 477원으로 5년여만에 두배가 넘게 상승했다.

세금인상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석유유통사업자들이 정상적인 등유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용제나 석유중간유분을 20드럼만 섞어 팔아도 세금탈루금액이 1백만원을 넘는다. 경유는 2백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손쉽게 벌 수 있다. 굳이 휘발유가 아니더라도 가짜 석유 제조와 유통으로 인한 충분한 세금탈루 기대효과가 가능한데다 휘발유에 비해 사회적인 감시가 덜하다는 점은 유사석유의 표적이 이동하는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적 감시 심한 휘발유는 유사제조 ‘자제’

석유및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하 석유사업법)에서는 유사석유의 제조행위를 석유제품에 다른 석유제품이나 석유화학제품을 혼합하는 행위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

예를 들면 휘발유에 용제를 섞는다거나 경유에 등유를 혼합하는 행위 등은 유사석유의 제조행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유사석유의 대상 제품으로는 자동차관리법에 근거해 차량이나 기계에 연료로 사용되는 휘발유나 경유로 제한하고 있다. 자동차의 연료인 휘발유와 경유는 부과되는 각종 제세부과금의 규모가 타 석유제품에 비해 높아 세금차액을 노린 불량 석유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유사석유의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제는 유사석유의 대상도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등유나 부생연료유가 세금이나 부과금 탈루를 노린 가짜 석유제품의 표적이 되고 있는 이상 유사석유의 범위안에 이들 석유제품도 포함시켜야 한다.

동일한 세금탈루를 노린 불법행위라도 유사석유에 포함되는 유종과 그렇지 않은 유종의 경우 처벌강도가 다르다. 석유사업법에서는 유사석유를 제조하거나 수입, 판매했을 경우 5년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등유나 부생연료유는 사정이 다르다. 이들 석유제품은 판매자들이 고의로 세금 탈루 등을 노려 용제 등을 혼합해 불법제품을 제조, 유통시키더라도 ‘유사석유’라는 법에 규정된 용어를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편의상 ‘가짜석유’로 불리우는 이들 불량석유제품들은 제조하거나 유통시킬 경우 석유사업법상 품질관리의무를 준수하지 못한데 따르는 처벌만을 부과받는다. 3년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미만의 벌금형이 그것으로 유사휘발유나 유사경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벌 강도가 낮다. 이 경우 세금탈루를 노려 고의로 가짜 등유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행위나 또는 단순히 품질관리노력의 부족 등으로 등유에 수분 등이 함유되는 실수의 경우가 모두 동일하게 품질기준을 준수하지 못한 잣대로 처벌받는다. 물론 고의나 중대한 과실일 경우와 단순한 과실일 경우는 처벌수위가 다르지만 처벌의 근거가 되는 적용법규는 같다.

등유를 자동차용 경유를 대체해 사용할 경우에는 처벌강도가 더욱 낮아진다. 석유사업법 시행령에서는 석유유통질서 저해행위의 한 유형으로 ‘등유를 경유용 차량의 연료로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어겨도 최고 2년까지의 징역이나 5천만원의 벌금형만 부과받으면 된다. 결국 세금탈루를 노린 유사석유의 대상이 바뀌고 있는 만큼 법에서 규정하는 유사석유의 정의도 현실적으로 조정돼야 할 필요성이 높다. 유사석유와 관련해서는 행정당국의 보다 강력한 처벌의지도 요구된다.

석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음주운전만 하더라도 위반 수치에 따라 구속도 가능하고 면허취소에 벌금까지 내야 하는데 유사석유판매에 대한 행정당국의 현실적인 처벌은 대부분 벌금형이나 사업장에 대한 행정처분선에서 마무리된다”며 “양벌규정을 정확하게 적용하고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유사석유 판매업소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등유·부생유도 유사범위에 포함해야

서민용연료인 등유의 세금을 무리하게 인상하는 것도 재검토돼야 한다. 2001년 시작된 정부의 에너지세제개편과정에서 수송용연료도 아닌 등유의 세금이 줄곧 인상되는데는 경유세금 인상요인이 크다.

재정경제부 소비세제과 이보인 사무관은 『세제개편과정에서 경유세금이 오르는데 반해 그 대체제로 사용될 수 있는 등유 가격이 변동되지 않을 경우 등유가 경유로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해 등유에도 세금인상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등유세금이 인상되면서 등유가 경유로 전용되는 유인효과는 줄었지만 오히려 등유 자체가 가짜석유의 표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이에 대해 석유업계는 등유의 경유 전용을 막는 수단이 세금인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등유에 대한 정책적인 품질관리방안으로도 경유로 전용되는 것을 충분히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유에 착색제나 식별제를 첨가하거나 유사석유의 적용대상에 포함시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석유 사용자단계에서 경유와 등유를 혼합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차량에 대한 노상품질검사를 실시하고 불합격시 차량몰수나 형사처벌 등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는 일본이나 영국의 사례도 제시하고 있다.

등유 세금 인상 자제도 요구돼

석유유통사업자들이 유사석유에 대해 높은 경각심을 갖도록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방안이 신고포상금제다.

실제로 산업자원부는 지난 9월 이후 3개월동안 세녹스로 대표되는 유사휘발유 특별 신고포상금제도를 운영하면서 톡톡한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포상금제도를 운영했던 3개월동안 총 1,395건에 달하는 유사휘발유 제조와 판매현장이 신고됐고 이중 590건을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행정당국은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유사석유가 제조되고 유통되는 현장을 손쉽게 파악하고 추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은 셈이다.

석유유통단계에서의 불법 석유제품 판매현장 역시 석유사용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더해진다면 보다 손쉽게 위법행위를 파악할 수 있고 관련 사업자들의 경각심도 크게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에 따라 석유소비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신고포상금제도를 홍보할 필요가 높다.

이에 대해 석유품질검사소 신성철 검사처장은 “석유유통단계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도는 그 효과가 크다”며 “내년에는 세녹스나 LP파워 같은 유사휘발유는 물론 석유와 LPG판매사업장의 품질불량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 예산을 3억원 이상으로 늘리는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