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2020 황산화물 규제 시행, 우리의 대응은?

해양수산부 해사산업기술과 양진영사무관

 

겨울철이 되면 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하는 것을 하루 일과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70~80년대 심하게 겪었던 스모그는 공장시설의 개선,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강화, 난방연료의 교체 등을 통하여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렵게 되었지만, 이 자리를 미세먼지가 차지한 느낌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하여 그동안 친환경 자동차 보급, 도로 청소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배출원 관리제도가 시행되어 오고 있다.

반면, 바다를 운항하는 선박은 대기환경 분야에 대한 규제가 육상 부문보다는 덜 엄격하였다고 볼 수 있다. 선박에 의한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협약인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1973년 채택되어 1983년 발효되었지만, 그 보호대상은 수질(水質)과 해양생태계에 한정했었다. 더불어, 1997년 선박에 의한 대기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조치가 MARPOL 협약의 부속서 6으로 처음 채택되었다. 이렇게 늦게 대기분야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진 것은 선박에 의한 대기오염이 주로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바다, 심지어는 어느 나라의 간섭도 받지 않는 공해상에서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MARPOL 협약 부속서 62005년 발효되었으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황산화물; SOx), 디젤기관의 질소산화물(NOx),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쓰레기 소각, 온실가스 감축 등에 대한 규제를 포함하고 있다. 선박연료유의 황산화물 규제는 북해, 발틱해, 북미연안 등 규제기준이 엄격한 배출규제해역(Emission Control Area: ECA)과 그 밖의 일반해역에 적용되는 황 함유량 기준이 옆의 [그림1]과 같이 다르다. 먼저, 배출규제해역의 경우, 황 함유량은 20106월까지는 1.5%, 2014년까지는 1.0%, 2015년부터는 0.1%를 적용한다. 반면에 일반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의 연료유 황 함유량은 2011년까지는 4.5%, 2019년까지는 3.5%, 2020년부터는 0.5%를 적용하게 된다. 일명 “IMO Sulphur 2020” 또는 “IMO Sulphur Cap”으로 호칭되는 것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연료유 황 함유량 0.5% 적용을 일컫는 말이다. 선박 연료유 황 함유량 기준이 2005년부터 적용되어 오고 있었음에도 IMO Sulphur 2020에 대하여 산업계에서 여러 가지 우려를 하는 이유는 강화되는 기준의 강도가 너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소형선박은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중대형 선박은 연료 소모량이 많기 때문에 연료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가격이 저렴한 중유를 사용하고 있다.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하루에 사용하는 연료량이 100톤이 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중유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 선박 기관실에는 연료유 가열설비 등이 설치되어 있고, 중유(산성도)에 적합한 윤활유를 사용하는 한편 연료펌프 등도 중유 성상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런데 기존에 사용하던 중유 대신 IMO Sulphur 2020 기준에 적합한 기름(低硫黃油)을 사용하고자 하면, 이러한 설비나 부품 등을 저유황유에 적합한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선박 연료유 탱크나 배관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고유황유 잔재물도 제거하여야 한다. 이 잔재물로 인하여 점검시 황 함유량 기준을 위반하게 될 개연성도 있기 때문이다. 해운선사는 연료유 수급일정을 고려하여 고유황유 잔재물을 없애기 위하여 탱크를 청소하거나 초저황유(0.05~0.1%)를 사용하여 희석하는 방법 등을 활용하고 있다.

해운업계가 저유황유 사용과 관련하여 우려하는 사항은 저유황유에 대한 ISO 품질규격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ISO의 잠정기준이 발표되겠지만, 소비자인 해운선사는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은 저유황유를 사용하여야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해운업계의 우려사항은 저유황유의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해운업은 완전경쟁에 가까울 정도로 국제경쟁에 노출된 산업으로써 연료비는 운항원가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 차이가 얼마나 또는 얼마동안 유지되느냐에 따라 해운선사는 저유황유 대신 탈황장치(Scrubber, 배기가스 정화장치)를 설치하고 고유황유를 사용하는 대안을 채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유가 차이가 톤당 100불로 유지되면, 10만톤급 대형 화물선에 탈황장치를 설치할 경우 약 5년이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 선박의 선주는 탈황장치를 설치하는 방안을 선호할 것이다.

 

한편, 연료유 공급자인 정유업계도 IMO Sulphur 2020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전 세계 운항중인 총톤수 1천톤 이상 약 50,732척의 선박 중 금년 말까지 약 5.9%3,000여척이 스크러버를 설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그 외 선박은 대부분 저유황유를 사용할 것이므로 선박용 연료유 중유의 수요는 대략 60%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것은 정유업계의 생산품목 변경을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각 정유업계의 경영전략에 따라 고유황유 제품 생산량을 줄이는 한편, 저유황유 증산을 위한 고도화 설비를 확충하거나 0.5% 기준에 적합한 혼합유를 공급하기 위한 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생산된 혼합유가 소비자가 요구하는 품질기준에 적합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금년 9월에 ISO0.5% 저유황유의 품질기준에 해당하는 ISO/PAS 23263을 발표하였으므로 혼합유 등 생산된 제품이 이 기준에 적합하다는 확신을 해운업계에 심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고유황유를 취급하던 저유탱크와 배관을 청소하여 저유황유 저장이나 이송에 문제가 없도록 준비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 뿐만 아니라 유류터미널에서 선박에 연료유를 싣어 나르는 급유선도 이러한 사전준비를 하여야 한다.

 

최근 항만도시의 대기질이 나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선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더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년 4월에 제정된 항만지역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하여 부산, 인천, 여수·광양, 울산, 평택·당진 등 5대 대형항만 인근 해역에 황산화물 배출규제해역(ECA)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 5대 항만은 우리나라 항만 물동량의 약 76%를 차지할 정도로 대형선박과 입항하는 선박척수가 많기 때문에 선박이 배출하는 미세먼지 양도 많은 지역이다. 선박에 의해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하여 이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은 0.1% 황 함유량 기준에 적합한 연료를 사용하거나 탈황장치를 설치하여야 한다. 이 제도는 내년 9월부터 ECA 항만에 정박 또는 접안하는 선박에 먼저 적용한 후, 2022년부터는 ECA 해역에 진입하는 선박으로 확대된다.

 

내년부터 ECA에서 0.1%, 일반해역에서 0.5%의 연료유 황 함유량 강화조치가 시행되면, 선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며, 항만지역의 대기질도 많이 개선되는 효과가 수반될 것이다. 앞으로 선박에 대한 환경규제는 더 강화될 것이며, 정유업계도 이 영향을 같이 받게 될 것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총량을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를 감축하고자 하는 목표를 작년 4월에 채택하였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탄소연료로 전환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운업계와 정유업계의 사전준비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생산품목은 다르지만 상호 연관성을 갖고 있는 산업이므로 업계간 주기적인 정보교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