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는 과학이다

성균관대학교 화학과 김영독 교수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 문제들 중 국민들이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본다면 대다수는 단연 미세먼지라고 대답할 것이다. 많은 언론에서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이들만 저감시키면 미세먼지가 줄어들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는 맞는 말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미세먼지의 구조, 성분과 형성 과정은 화학적으로 매우 복잡한데, 이를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기술하는 과정에서 과학적인 진실이 왜곡된 것 같다. 복잡한 과학을 일반인이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과학적 사실이 왜곡되면 안된다. 먼저 화학자인 필자가 자료 조사를 통해서 이해하고 있는 미세먼지의 성분과 구조에 대해 짧게 설명해볼까 한다.

미세먼지는 질산이온 (NO3-), 황산이온(SO42-), 암모늄이온 (NH4+), 탄소, 중금속 등으로 구성되어있음이 밝혀졌다. 황산 및 질산이온의 중량 성분비가 암모늄이온을 비롯한 다른 성분보다 높기 때문에 황산, 질산이온의 발생원인 질소산화물 (NOx), 황산화물 (SOx) 기체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은 화력발전소, 산업단지,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배출된다. 그러나 미세먼지 성분 비율을 중량이 아닌 이온의 수 (또는 몰수)로 환산하면 암모늄 이온이 황산, 질산이온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계산을 바탕으로 미세먼지에는 이온성 화합물인 황산암모늄, 질산암모늄이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결국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뿐만 아니라 암모늄 이온의 형성 원인인 암모니아도 미세먼지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많은 자료에서 질산염, 황산염이라는 이름하에 질산과 황산에만 주목하고 있는데 사실 이 염화합물의 대부분은 질산암모늄, 황산암모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정책에서는 질소산화물, 황산화물과 더불어 암모니아 배출 저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이 미세먼지 형성에 기여하는 속도가 암모니아가 있을 때 훨씬 높을 수 있다. 암모니아는 일반적으로 축산농가에서 많이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하천, 음식물 쓰레기 등에서도 배출될 수 있어 대도시에서도 어느 정도의 농도를 나타낼 수 있다. 또한 질소산화물이 없는 상태에서는 암모니아가 오존과 반응해서 질산암모늄을 형성할 수도 있음을 감안한다면, 오존의 미세먼지 형성에 대한 영향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발표된 학술 연구 결과에 의하면 1950년대의 런던 스모그에서는 질소산화물이 질산이온을 형성하고 이것이 공기 중 수분에 녹게 되며, 이때 물 분자들에 의해 질산의 음전하가 완충되며 산성스모그 형성이 촉진되었다고 한다. 반면, 최근 발생되는 동아시아국가의 미세먼지에서는 질산, 황산 음이온이 암모늄 양이온을 만나 중성화되는 과정이 미세먼지 입자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미세먼지와 암모니아의 상관관계를 잘 나타내준다. 실제 대기환경학자들은 미세먼지와 암모니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최근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세먼지의 구조에 대한 연구 결과도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미세먼지의 구조는 탄소입자가 중심을 이루고 있고, 그 주변에 질산, 황산암모늄, 중금속 이온들이 붙어있는 형태임이 밝혀진 바 있다는데, 특히 탄소가 미세먼지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대기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탄소 덩어리 표면위에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암모니아, 오존이 흡착 및 반응하여 미세먼지 입자크기를 증가시킨다. 이는 탄소덩어리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질산암모늄, 황산암모늄 등이 대기 중에서 형성되는 속도가 훨씬 느려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탄소 덩어리는 일차적으로 화력발전소,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기도 하지만, 대기 중의 유기화합물, 질소산화물의 광화학적 반응에 의해 형성되기도 하고 이렇게 화학반응에 의해 형성되는 탄소 덩어리를 이차유기에어로졸이라고 한다. 이차유기에어로졸의 형성은 질소산화물의 농도에 따라 촉진되기도 하고, 저감되기도 한다고 대기학자들이 보고한다. 결국 질소산화물의 농도만 줄였다가 오히려 2차 미세먼지의 중심핵의 개수를 늘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형성 기작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특정한 한 가지 대기 오염성분에 치우치지 말고 암모니아,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 등을 다 같이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세먼지 입자 하나를 형성시키려면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화합물 분자 내지 이온 수천만개 이상이 서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뭉쳐져야 한다. 미세먼지가 화학반응의 산물임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화학적인 개념을 우리는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A라는 물질과 B라는 물질이 일대일로 반응하여 C라는 물질을 만들 경우 (A+B --> C), 반응 전 A100 , B10개가 있다면 반응 후 A90개가 남게 되고 B는 모두 소진되며, C10개가 형성된다. A만을 100개에서 50개로 감소시키더라도 여전히 C는 반응 후 10개가 형성된다. 반면 반응 전 B의 양을 10개에서 5개로 줄이면, 반응 후 C5개만 형성된다. B를 화학에서는 한계시약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질소산화물과 암모니아의 화학반응으로 미세먼지가 형성되는데, 대기 중 암모니아의 농도가 질소산화물보다 낮다면, 질소산화물이 아닌 암모니아의 농도를 줄이는 것이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적이다. 미세먼지의 형성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해야, 어떤 대기오염물질을 감소시키는 것이 미세먼지 형성 억제에 효과적일 지 결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미세먼지의 성분, 구조 및 형성과정에 대해서 살펴보았으며, 이 문제가 과학적으로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많은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미세먼지는 질소산화물, 또는 황산화물이라는 단순한 등식이 성립되지 않음을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저감 대책 중에 최근 언론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 친환경 자동차와 관련된 정책들은 얼마나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을까?

휘발유나 경유로 작동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연료의 불완전 연소와 불순물에 의해 탄소로 구성된 1차미세먼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배출되며 이들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에 의하여 2차 미세먼지를 생성시킨다. 특히 경유차의 경유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이 많아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여론의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LPG, CNG 차량의 활성화와 운송기관의 연료를 화석연료에서 전기, 수소로 전환시키는 방안들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방안들 중 상당수는 대기환경오염을 저감시키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꼼꼼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

먼저 경유차의 질소산화물의 배출문제는 심각하지만,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나 1차 미세먼지의 경우 LPG, CNG 차량에서 더 많이 배출된다는 학계의 보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LPG 차량에서 암모니아가 배출된다는 연구 보고도 나왔다. 사실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운송기관에서 암모니아가 배출되는 기작은 불분명하며 화학자로써 선뜻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LPG의 연소과정에서 소량의 수소가 발생되고, 수소와 공기중 질소가 배출 되기 전 자동차 내부 어딘가의 금속 성분 표면위에서 암모니아로 전환되는 화학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 볼 수는 있겠다. 철 표면에서 질소와 수소가 만난다면 암모니아가 형성될 수 있다. LPG 차량에의 암모니아 배출이 유의미하게 관찰된다고 한다면, 그런 연구보고를 무시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자세히 과학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의 생성에는 질소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 황산화물, 암모니아가 모두 복합적으로 관여함을 고려할 때, 질소산화물을 덜 배출하면서 다른 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하는 운송기관의 확대 적용이 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인지 과학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수소차의 경우에는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환경오염물의 배출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향후 10년 안에 그 많은 운송기관을 수소차로 대체할 만큼 많은 양의 수소를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생산해내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전기차의 경우에도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전기차로의 전환이 친환경적이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운송기관의 배기가스 저감 장치에 대한 연구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향후 상당기간 동안 휘발유 및 경유 자동차가 우리의 일상생활을 떠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만 해도 배기가스 저감용 촉매 소재의 개발을 늦추지 않고 있고 있다. 필자는 기존의 배기가스 처리 촉매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자동차 배기가스의 유해한 질소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 일산화탄소 배출을 저감시키는 촉매 신소재를 글로벌 기업과 개발하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들이 향후 미세먼지 저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의 자동차 배기가스 처리 촉매 소재는 온도가 섭씨 150이상은 되어야 제대로 효능을 보인다. 겨울에 자동차 시동을 걸고 난 직후부터 5-10 분간은 자동차의 예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서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대기 오염 성분들이 촉매 저감장치에서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채 유해한 성분으로 대기로 배출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상온 부근에서부터 유해물질을 무해한 물질로 전환시킬 수 있는 촉매소재 기술이 연구,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배기가스 저감용 신소재가 장착된 휘발유 및 경유차와, 수소차, 전기차의 대기오염지수를 총체적으로 비교했을 때 수소차와 전기차가 더 친환경적인지, 친환경적이라면 얼마만큼이나 친환경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직은 미세먼지의 형성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미세먼지 저감 정책이나 과학적인 분석이 잘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