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구조적 변화요인과 향후 전망은?

정유사들의 본원적인 수익성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은 2018년 싱가폴 복합정제마진(Reuters)을 기준으로 2017년의 7.1달러/배럴, 2015~2017년 평균인 7.0달러/배럴에 비해 크게 하락한 배럴당 5.8달러를 기록하였다. 2018년에는 3분기까지 배럴당 6~7달러 내외를 유지하였으나, 4분기에 휘발유 제품 마진이 급격하게 축소되면서 배럴당 4달러 초반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2019년 들어서도 1~2월 배럴당 3달러 이하로 하락한 이후 3~4달러 내외에 머무르면서 여전히 손익분기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제마진 부진의 주요 원인은 휘발유 제품이다. 미국 셰일오일의 점진적인 생산량 증가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 원유에 비해 미국 WTI 원유의 가격 약세 추세가 심화되었다. 휘발유 생산 비중이 약 50%에 이르는 미국 정유사들은 2018년 하반기부터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개선된 WTI 원유의 투입을 통해 정제설비 가동률이 점차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글로벌 휘발유 공급이 확대되었다. 휘발유 제품 마진은 원유 대비 평균적으로 배럴당 10달러 이상을 유지하였으나, 20184분기부터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2019년 초에는 원유가격 수준까지 저하되었다. 20193월부터 휘발유 마진이 다소 개선되었고 2019년 하반기 또는 2020년 초 현지 수송 인프라 확충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미국 원유 수출 정상화로 DubaiWTI의 가격 격차가 축소될 전망이지만, 휘발유 공급 확대와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중기적으로 배럴당 10달러 이상을 기록한 2018년 상반기 수준까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 제품의 수급구조 저하 이외에 중국시장 중심의 정제설비 증설과 아시아 지역 내 석유제품 공급 과잉 가능성은 보다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석유제품의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정유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석유 수요는 연평균 약 1.5백만배럴/일의 성장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OPEC의 정제설비 증설 전망에 따르면, 2019~2021년에 걸쳐 4.9백만배럴/일의 원유 설비 증설이 예상되며, 계획된 증설 물량의 70% 이상이 중동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정제설비 증설 규모는 주요 기관들의 전망이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 2~3년 간의 글로벌 정제설비 증설 규모가 실제 설비 가동 시점, 규모 등에 따라 OPEC의 전망치를 크게 넘어설 가능성도 증대되고 있다.

OPEC의 경우 2019~2021년 중국의 정제설비 증설 규모를 연간 0.3~0.4백만배럴/일 수준으로 추정하였으나, Bloomberg는 연간 1백만배럴/일 내외로 집계하고 있다. 특히, 국영 정유사 이외에도 Hengli Petrochemical, Zhejiang Petrochemical 등 민간업체들이 원유정제부터 다운스트림 부문인 화학제품 생산을 포함한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함에 따라 일부 소형 Teapot 정유사들의 구조조정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중국지역의 정제설비 공급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유사들의 급격한 정제설비 증설은 중국 내수 수요가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경우 내수수요를 상회하는 석유제품 물량이 아시아 지역 내에 수출물량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국영 정유사 이외에 민간 독립 정유사인 Teapot 정유사들에게도 일정 쿼터를 부여하여 원유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중국 Teapot 정유사들은 원유 수입 쿼터가 201855%, 201942% 증가하는 등 중국의 원유 수입 증가를 견인하고 있고, 이는 정제설비 증설과 맞물려 중국 석유제품 생산을 크게 확대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휘발유 부진에도 비교적 양호한 마진을 유지한 경유의 경우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 효과에 힘입어 2019년 하반기부터 추가적인 수요 증대와 마진 상승이 예상된다. IMO 2020 환경 규제는 2020년부터 선박 배기가스의 황산화물(SOx, Sulfur Oxide)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으로 강화하는 조치로서 규제 시행 이후 기존 고유황 중질유(High sulfur fuel oil) 중심의 선박 연료 시장에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610IMO20201월부터 선박 연료의 황함유량을 0.5%로 제한하는 규정을 의결한 이후 일부 회원국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201810월에는 기존 결정에 따라 2020년부터 규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확정하였으며, 규제 시행 일정을 고려할 때 20194분기부터는 저유황유의 적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해운업계는 황산화물 저감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 장착, LNG 추진 선박의 신규 발주, 기존의 고유황 중질유(High sulfur fuel oil) 대신 황함유량이 적은 저유황유를 투입하는 방안 등을 통해 규제에 대응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20~30년에 이르는 선박의 내용연수를 고려할 때 규제 대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존 선박의 경우 스크러버 장착 또는 LNG 추진선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규제 시행 초기에는 저유황유 사용에 크게 의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선두의 해운선사인 Maersk는 운항선박에 대하여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방안을 발표하였으며, 일부 선박에 대해서는 스크러버를 장착할 예정이다.

규제 시행 초기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유황유의 경우 기존의 고유황 중질유의 탈황 공정을 거친 저유황 중질유(Low sulfur fuel oil)를 사용하거나, 황함량이 낮은 경유와 고유황 중질유의 Blending을 통해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기존 중질유 수요는 크게 감소하는 반면 경유 수요와 마진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금번 규제는 경유 제품의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높은 고도화설비 수준을 기반으로 중질유 비중이 제한적인 국내 정유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향후 고도화설비 수준이 낮고 중질유 생산 비중이 높은 노후설비의 폐쇄 또는 가동률 하락으로 산업 내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도 장기적으로 석유제품 시장의 수급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2019년 하반기부터 IMO 2020 시행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산업 전반의 수요 증가와 마진 개선에 기여할 수 있지만, 정유업황의 정점을 지난 가운데 중국 지역 중심의 설비 증설과 휘발유 제품의 구조적인 공급 과잉 가능성은 당분간 국내 정유사들의 사업여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중장기적인 석유 수요 둔화와 수요 기반의 변화에 대응하여 석유화학, 배터리 등으로 적극적인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투자 방향과 실질적인 투자성과에 따라 업체별 사업역량과 이익창출력의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싱가폴 복합정제마진 ]


 

 


                                            자료: Reuters

 

[ 석유제품별 마진(제품가격-원유가격) ]

 


 

 


) 원유가격은 Dubai 기준임                                                                                자료: 한국석유공사

 

 

 

 

 

 

 

 

 

 

[ 글로벌/중국 정제설비 증설 전망 ]

 

 

 

글로벌 증설 전망(OPEC)                         중국 증설 전망(Bloomberg)

 



 

 


자료: OPEC, Bloomberg, EIA

 

 

[ 중국 원유 수입 ]                                 [ 중국 주요 석유제품 수요 ]

 

 

 

 



 

 


자료: China Custom, Bloomberg

 

 

 

 

[ IMO 2020 진행 경과 및 대응방안 ]

 

 

IMO 2020 진행 경과

 


 


 

 

 


IMO 2020 규제 대응

 


 

 

 

 


자료: Platts, 산업자료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