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구기보 교수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무역전쟁으로 비화되면서 중국과 미국 경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영향이 커지고 있다. 긍정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도 커지면서 세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해지고 있다.

 

1.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긍정적 영향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 2,500억 달러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시장에서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의 일부 품목(섬유 등)에 수혜를 가져다주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트럼프 정부의 중국에 대한 제재가 무역을 넘어서 특정 기업에 대한 제재로 확대되면서 해당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이나 업종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금년에 25(나노미터·1=10억분의 1m)D램을 양산하려던 국유기업 푸젠진화(福建晋华, JHICC)에 대해 201810월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면서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부상)가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되었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D램 생산 기업이 중국 기업과의 격차를 유지하거나 벌일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였다. 또한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인 화웨이(2018년 통신장비 1, 스마트폰 3)와 계열사에 대해 제재를 가하면서 제3국 스마트 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으며, 통신장비 분야에서 화웨이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되었다.

한편 미중 무역협상 최종 합의가 결렬되면서 불투명해지기는 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도달했던 합의에 따라 중국 시장이 개방되면서 우리나라는 중국 시장개방으로 인한 수혜가 기대된다. 우선 중국의 자동차 관세가 인하될 경우 우리나라 자동차의 대중국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고급 승용차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생산하여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중국 정부조달 시장에 진입할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의 정부조달 시장은 무려 31,000억 위안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므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중국내 독자 증권사(자산운용사)를 설립함으로써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증권업에 대한 진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중국 로컬 금융기관에 대한 지분 인수 제한도 없어지면서 인수합병을 통한 중국 금융시장 진출도 활기를 띨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게도 시장이 개방되는 것이므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한중 자유무역협정 후속 협상이 진행되면서 서비스시장 개방을 확대해가는 가운데, 다른 국가에게도 시장이 개방되는 것은 반드시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정적 영향

 

반면 미중 무역전쟁이 우리나라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지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의 25% 이상을 중국에 의존할 정도로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대미국 수출이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상당히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에서 원부자재나 중간재 등의 수출이 전체 수출의 70% 이상 차지하고 있다. 즉 중국이 우리나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하여 가공한 후 제3국에 수출하는 가공무역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대미국 수출 감소는 직접적으로 우리나라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 금년 들어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면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이 줄어들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의 대미국 수출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중국소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미국 수출이 감소하면서 한국으로부터 중간재 수입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이나 인도 등 동남아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동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투자환경이 악화되면서 한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도 감소될 우려가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넘어 특정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동맹국들에게 해당기업과의 거래 단절 등 제재에 협력할 것을 요구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니닉스는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LG U+는 화웨의 5G 통신장비를 사용하기로 하였으나 부품 조달을 원활하게 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2. 우리나라의 대응방안

 

중국에 진출한 대미국 수출 기업이나 협력 기업은 우선 동남아 이전을 하거나 내수시장 개척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미국 정부가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추가로 2,500억 달러 이상의 수입품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기존 투자패턴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

둘째, 우리나라 정부는 위기 상황타계를 위해 중국 정부에 대해 지원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마침 중국 정부가 외자기업의 탈중국을 만류하고 있어 중국 소재 한국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기 좋은 시기이다.

셋째, 우리나라 정부와 중국 정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국의 핵심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의 거래에 제한을 받으면서 새로운 파트너를 필요로 하게 되었으며, 중국 정부가 추진하던 4차 산업 관련 정책들이 차질을 빚게 되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닌 부문에서 한중 양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게 될 경우 한국은 해당부문에서 중국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 시장개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8년 보아오 포럼을 통해 자동차 수입관세를 상당히 낮추고 일부 다른 제품의 수입관세도 낮추며, 중국 인민의 수요와 관련된 상품의 수입을 늘리겠다고 하였다. 또한 시진핑 주석은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국가지식재산권국을 재편하여 집행력을 강화하며, 미가입 상태인 WTO 정부조달협정(GPA)에 이른 시기에 서명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조달시장에 미국기업의 진입을 허용할 것을 시사했다. 그 외에 금융업의 개방과 관련하여 은행, 증권, 보험 등 외자독자기업의 설립을 허용하고 외국기업의 중국 로컬 금융기관에 대한 지분인수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하였다.(연합뉴스, 2018410)

 

<2> 시진핑이 보아오 포럼에서 발표한 중국시장 개방 4대조치

 

금융업과 제조업 개방 대폭 확대

자동차, 선박, 비행기 등 외국 자본에 대한 제한을 빠른 속도로 완화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의 중국시장 진입 조건을 대폭 완화

매력 있는 투자 환경 조성

외자유치 과정의 투명도를 높이고 재산권 보호 강화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중국 내 외자기업의 합법적 지식재산권 보호

수입 확대

자동차 수입 관세를 상당한 정도로 인하

무역를 추구하지 않음

자료: 동아일보, 2018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