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경유차
배충식
(KAIST
교수
)
미세먼지는 이제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되었고 모든 정치적 수사와
정책에 대한 논의에서 미세먼지는 가장 앞선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
디젤
(
경유
)
을 연료로 사용하는 경유차는 최근 미세먼지의 논의에서 가장 공격을
받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
이에 경유차의 위상과 발전을 돌아보고 현황을 진단하며
,
정확하게 미세먼지와 관련한 경유자동차를 바라보는 문제를 살펴 보고 합리적인 전망을 정리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
경유차의 위상과 발전
경유차의
위상은 그 긴 역사와 큰 역할만큼 견고하다
. 2018
년 경유자동차는 승용
,
상용
부문을 합하여
43.5%
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 트럭
,
버스
등 상용차의 경우 전체의 약
94%
가 경유차로서 절대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승용차는 국내 시장의
30.8%
를 차지하고 있다
.
경유차가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우수한 연비로 대변되는 경제성과 높은 토크로 운행 중 가속 능력과 등판 능력 등의 성능이 다른 차량에 비할 바 없이 우수하다는 점 때문이다
.
그래서 상용차부문에서는 절대적 역할을 한다
.
경유차의 동력기관인 디젤엔진은 연소 과정의 특성때문에 입자상물질
(PM; Particulate Matter)
과 질소산화물
(NOx)
이
발생한다
.
입자상물질은 디젤입자필터
(DPF; Diesel
Particulate Filter trap)
로 질소산화물은
DeNOx, SCR
등 질소산화물
처리 촉매로 후처리하여 저감하는 기술을 적용하여 정화한 후 배출한다
.
디젤엔진의 연소과정은 대부분의
운전 조건에서 희박연소를 통하여 기체상의 공해물질인 일산화탄소
(CO)
와 미연탄화수소
(HC)
는 매우 작게 배출하며
,
온실가스의 대표격인 이산화탄소
(CO2)
를 적게 배출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
이는 앞에 말한 연비의 우수성과 닿아 있다
.
1900
년대 초반에 도입된 경유자동차는 지난
100
년간
꾸준한 효율의 상승에 성공하여 현재
40~45%
의 열효율을 보이며 이는 휘발유
(
가솔린
)
자동차에 비하여 약
5~10%
가
높은 셈이고 그만큼 연료소비율이 작고 이산화탄소도 적게 배출하는 것이다
.
미국의 경우
Super Truck
프로젝트를 통하여 제동열효율
55%
이상을 달성하여
획기적인 성능을 보이고 있다
.
경유차는 배기규제
,
연비규제에
발맞추어 꾸준히 미세먼지를 포함한 유해배출물과 이산화탄소를 저감하며 발전해 왔다
.
유로
4
규제 도입 이후
,
매연저감장치인 디젤입자필터
(DPF)
의 장착으로 경유자동차가 직접 배출하는 미세먼지의 양은 현저히 낮아졌으며
2009
년 출시 경유자동차 모델의 경우 미세먼지로 분류되는 입자 질량과 개수 모두 포트분사
(MPI)
휘발유 차량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며
,
입자 개수에 있어서는
CNG
차량과도 유사한 수준의 배출 특성을 보인다
.
이후
,
유로
5,
유로
6
규제
등이 순차적으로 적용되면서
,
저공해
,
저탄소 차량의 기준을
만족해오고 있고 이러한 성과를 인정 받아 클린디젤
(Clean Diesel)
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하였다
.
근자에 국토교통부
(
교통안전연구원
)
가 교통 온실가스 관리시스템
(KOTEMS)
의 계산을 통하여 보고한 결과
,
온실가스 감축 방안 중
내연기관의 목표연비 달성이 약
10%
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효과를 보여서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각각
100
만대
, 400
만대 보급하는 경우보다 각각
13
배와
6
배의 감축효과가 있다고 평가되었다
.
고효율 저배기를 달성한 승용 경유차의 도입 효과와 기술의 개발을 통한 연비 개선이 상당부분 기여할 것으로 추정된
것이다
.
경유자동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인가
?
클린디젤차라고 각광 받던 경유자동차가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그 주범으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고 퇴출 대상으로 손꼽히며 그 대안으로 배터리전기차 , 수소연료전지전기차 등이 떠오르고 있다 .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공개된 2015 년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 비산먼지를 제외한 도로이동오염원을 통한 미세먼지 (PM10) 의 생성량이 전체 국가 배출량의 4%, 초미세먼지 (PM2.5) 생성량이 전체 배출량의 9% 에 해당한다 . 미세먼지 (PM10) 와 초미세먼지 (PM2.5) 는 각각 지름 10 마이크로미터 , 2.5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입자상물질을 지칭한다 . 통계자료의 도로이동오염원의 90% 이상은 경유차의 배출가스로 인한 것으로 산정하고 , LPG, CNG 차량의 배출가스는 0 으로 가정한 추정치이다 . 국가 미세먼지 (PM 10 ) 배출량의 12% 를 차지하는 도로재비산먼지의 경우는 경유자동차를 배터리전기차 , 수소전기차 등으로 대체하여도 저감할 수 없는 값이다 . 2019 년 제 1 회 미세먼지 국민포럼에서 국립환경과학원에 의해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 2015 년 국내 초미세먼지 (PM 2.5 ) 의 평균 농도 중 41% 가 중국 , 몽골에서 오는 국외기여분에 해당한다 . 합산하여 계산할 경우 , 연평균 도로이동오염원이 차지하는 미세먼지기여도는 5% 에 불과하고 , 해외 기여도가 높은 연초 (1~3 월 ) 의 경우 , 전체의 3% 가 도로이동오염원에 해당한다 ( 그림 1). 경유자동차를 모두 없애는 정책을 도입하는 경우 , 3 월 현재 초미세먼지 농도의 3% 를 감축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 전기차 등의 대안이 미세먼지 배출량을 0 에 가까운 값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에는 , 감축 효과는 매우 미미할 수밖에 없다 .
노후
경유차 문제
기여도와 절대값이 감소하여도, 수도권(서울시,경기도)의 미세먼지(PM10) 배출량은 여전히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이다. 주로 건설기계, 화물차 등의 기여도가 가장 높으며, 상대적으로 승용차의 기여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실질적으로 도로수송 부문 동력기관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PM10)의 상당 부분은 노후경유차에서 배출되는 것이다.
그림 3. 승용차 및 상용차 배기 규제 발전 내역 – EURO3 와 EUROIII 이후.
매연저감장치인 DPF 등 후처리장치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2005년 유로 4 규제 도입
이후, 신규 등록 경유차종은 상당한 배기배출물 감축을 달성해 규제를 만족시켜왔다. 2015년 도입된 유로6는 입자상물질(PM; Particulate Matter)과 질소산화물(NOx;
Nitrogen Oxides)이 2001년 도입된 유로3
차량의 1/10 수준이고, 이후 강화 유로 6 (Euro 6d-Temp, 2017년 9월 발표, RDE 도입)의 도입으로 2018년
출시된 차량은 유로 6 차량 대비 1/10 수준을 달성한다고
발표 되었다 (그림 3). 이로 미루어 노후경유차의 조기폐차
지원과 신규 경유차 모델의 후처리장치 성능 향상이 단기적 미세먼지 감축에 큰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자동차
별 미세먼지 배출 수준
한편,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포트분사 휘발유차 / CNG차 / LPG차 등의 비경유차량은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PM10, PM2.5)의 배출원으로 산정되지 않고 있다 (2015년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 기준).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로 흡입되는 작은 미세입자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자동차 배기규제에 입자갯수 (PN; Particulate Number)가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2009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그림 4), 매연저감장치(DPF; Diesel Particulate Filter)를 장착한 경유차는 포트분사 휘발유차와 유사한 수준의 입자 질량과 개수 배출량을 보이며 직접분사(GDI) 휘발유차는 입자 질량과 입자수 모두 경유차보다 높은 배출량을 보이고 있다. 국내 대표 기업의 경우 유로4 경유자동차 이후 순차적으로 DPF를 장착했고, 유로5 이후 현재까지 전 차종에 DPF를 장착하고 있어 그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 2009년보다 배기규제가 상당히 강화된 2019년 현재, 출시되는 차량은 CNG 차량과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최근 10년 이내에 출시된 경유자동차의 경우 매우 낮은 입자상물질(PM)과 미세입자 갯수 (PN) 배출량 수준을 달성하고 있다. 2013년 국내 연구결과에 따르면, 휘발유/LPG/DPF장착경유차량 모두 입자질량(PM) 배출량이 유사한 수준이며, 매연저감장치(DPF) 미장착 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입자질량(PM) 배출량을 보이며 이 점은 앞에 언급한 노후 경유차량의 문제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즉, 매연저감장치를 장착하지 않은 노후경유차가 도로이동오염원 중 큰 영향을 차지할 것을 시사한다. 동일 연구결과에서 포트분사 휘발유/LPG/DPF 경유차 등은 입자수(PN) 수준은 동등하게 보이며, 직접분사 휘발유 엔진과 DPF 미장착 경유차 (노후경유차)가 높은 배출량을 기록하고 있다.
그림 4. 연료
및 차종별 입자상물질 질량(PM)과 입자수(PN) 배출 경향
[출처: Ford Motor Companay, 2009]
배터리전기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 전기자동차가 미세먼지 문제의 대안인가?
미세먼지를 포함한 유해배출물에 의한 공해문제와 지구온난화의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문제에 더하여 화석연료의 유한성과 가격 변동, 공급 불안 등의 에너지안보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수송 부분에서는 내연기관은 친환경자동차로 불리는 배터리전기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 전기자동차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성, 기술적
성숙도, 경제성, 에너지안보를 모두 고려한 논의는 매우 복잡다단하지만
촛점을 미세먼지에 국한하여 이 두 차종이 대안일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 면밀하게 분석하여 보자.
여러 해외연구기관의 연구결과를 통해 종합해보면, 미세먼지, 초미세먼지의 배출량은 내연기관차량과 전기차가 유사한 수준을 보인다. 전기차량의
공차중량의 증가가 비산먼지 / 아스팔트 마모 / 타이어 마모
등으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량 증가를 야기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브레이크 미장착, 배기가스 오염원이 없어도 동등 수준을 보이는 것은 또한 실망스럽고 충격적이다.
전기를 발생하거나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미세먼지 생성량과 합산하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서울연구원의 2016년 발표를 보면 실제로 발전부문의 미세먼지 생성량이
증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실제 도로이동오염원과 관련된 경우, 배기가스의
기여도는 5% 수준이고, 도로 내 비산먼지와 아스팔트 마모 / 타이어 마모 등이 높은 기여도를 보인다. 수소연료전지전기자동차
도입 시 200~300kg의 공차중량 증가가 예상된다. 2018년
투산 디젤모델과 2018년 넥쏘 수소전기차모델을 비교하여 계산한 결과 배터리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배출가스
외의 원인으로 인한 미세먼지 생성 증가가 예상되었다.
경유차의
가능성 – 규제, 제제 대상이 아닌 기술 개발의 대상
근자의 통계 결과를 보면, 2014/ 2015년의 경유차 등록대수는 약 9% 증가하였다.
해당년도에 도로이동오염원에 의한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는 각각 5% 감소 결과를 보였다. 2015년의 폭스바겐게이트로 디젤에 대한
혐오 여론이 높아지고 규제와 정책적 통제가 강화되고 있으나, 최근 SUV차량의
증가로 다시 디젤차량의 수요가 반등하는 추세가 보이기도 한다. 사실 최근까지도 신규개발경유차의 자연스러운
노후경유차 대체가 미세먼지 생성량을 감소시키고 있다. 기술 개발을 통한 미세먼지 저감이 실질적으로 가능한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 (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에너지기술전망 (ETP; Energy Technology
Perspective)에 따르면 2060년까지 트럭, 버스
등의 상용차 동력기관의 대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앞의 친환경자동차의 기술적 발전이 성능과 경제성 면에서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ICCT에서 2018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유 품질 개선과 신규경유차 개발을 통한 노후 경유차 대체, DPF 장착 등의 전략으로 BC(Black Carbon), 즉 미세먼지의
수송부문 생성량을 2040년까지 현재의 10% 이하 수준으로
저감할 수 있다고 한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연비가 좋고 토크성능이 좋은 경유자동차의 대체안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는, 디젤연료의 규제와 제제보다는 연구개발투자와 기술개발, 디젤 신규차량 보급 정책이 수송부문 미세먼지 배출량 저감의 실질적 해결책인 것이다.
본질적 문제 ; 정의와 범위
앞의 모든 논의가 갖고 있는 한계가 있다. 일단 미세먼지에 대한 정의가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미세먼지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 혹은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입자 질량을 의미하는 PM10 혹은 PM2.5 (초미세먼지)로 정의하는데 수송부문의 경우 전통적인 입자상물질 총량 PM과 입자갯수 PN으로 규제한다. 측정에 있어서 가장 작은 입자의 크기도 측정 기기상 한계가 있는 점도 과제이다. 질량만으로 산정할 경우 화학적 성분의 영향과 고체상과 액체/기체상의 영향이 별도로 평가되지 않은 형편이며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조차 입증을 통하여 표준화되거나 통일된 결론이 없다. 대부분의 미세먼지 발표자료는 추정치로서 무수히 많은 가정과 정확하지 않은 자료에 의지하여 계산 되어진다.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문제의 미세먼지는 평균값이 아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고농도 사고가 문제인데 이 경우의 외부 유입량에 대한 값도 들쭉날쭉이다. 국민들은 외부 요인을 의심하거나 확신하여 외교적 노력과 기술개발을 요구하는데 관리 기관은 조변석개로 빌표값을 바꾸어 가며 스스로 신용을 무너뜨리고 있다. 믿을만한 객관적 자료도 없는 근본적 한계에 대하여 솔직한 분석도 권위있는 설명도 방책도 없다. 수년 전부터 제대로 된 발생기구 규명과 측정을 처절하게 요청하며 과학적 접근과 기술개발을 통한 개선의 노력을 하자는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합리적 해법을 차분하게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대책이 늦었다.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그나마 이른 기회라는 말을 위안으로 삼아 지혜를 모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