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국제 석유시장 전망과 국내 석유산업 영향

 

유가는 어찌될 것인가?

 

2018년은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한 해였다. 미국의 이란 제재, -중 무역분쟁, OPEC/non-OPEC(이하 OPEC+)의 감산 결정 등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굉장히 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사전에 가늠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2018년말, 이란 제재가 본격화되고 OPEC 등 산유국의 감산 규모가 확정되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은 다소 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유가의 변동성은 전년보다 축소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서 2019년 유가가 연중 횡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 무역 분쟁 종료, OPEC+의 감산 연장 결정, 이란산 원유 수입국 제재 유예 만료, 미국 원유 수출량 급증 등 풀려가던 실마리를 언제든 다시 묶을 수 있는 이슈들이 1년 내내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55/배럴(WTI 기준) 수준에서 연중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판단한다.

 

OPEC+는 지난 127일 정례회의를 통해 회원국별 감산 규모를 확정지었다. 총 감산량은 120b/d 수준이며, 201810월 생산량 기준 OPEC2.5%, non-OPEC2.0%의 감산을 할당 받았다. 이란, 리비아, 베네수엘라 등 3개국은 자국내 원유 생산 및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감산 할당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과는 별개로, 감산 이행률이 유의미한 수준에 도달할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가 상승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OPECnon-OPEC의 좌장격인 사우디와 러시아는 미국과 마찰을 일으키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OPEC+ 입장에서 그 어느 때 보다 통과 가능성이 커진 미국의 NOPEC(No Oil Producing and Exporting Cartels Act, 석유 생산/수출국의 담합 금지 법안)법안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올해 5월부터 8개국에 대한 이란 제재 유예가 만료되기 때문에, 제재 유예를 명분으로 한 감산 주장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유예 조치가 5월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미국의 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는 한, 미국의 유예 조치는 이란산 원유 수입국으로 하여금 6개월간 대안을 찾으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올해 4~5월경 이러한 조치가 다시 이슈화될 가능성이 있고, 이를 전후로 유가가 소폭 강세를 보일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발 원유 수출량이 대폭 증가하게 되면, 유가는 다시 약세 전환할 것이다. 2018년 말 EIA는 미국의 원유 순수입량이 20189562b/d에서 201912444b/d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과 수출량이 일간 100만배럴 이상 증가하기 때문이다. 수출량 증가의 주요인은 올 하반기 완공되는 202.5b/d 규모의 원유 운송 파이프라인이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미국 최대 원유 생산지인 Permian Field에서 텍사스까지 연결될 예정이며, 수송량이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고 있는 PermianBottleneck도 해소시킬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 내 원유 수요 성장이 순수출 증가의 억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EIA는 미국 개솔린 소비량이 2020년을 전후로 Peak Out해 소비가 추세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개솔린 소비국인 미국의 개솔린 소비가 실제 감소한다면 원유 수요 역시 추세 감소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유가는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유업 : 실제로 다가오는 중국의 물량 압박

 

냉정히 말해 올해 국내 정유업의 전망이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갖게 하는 요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바로 중국발 석유제품 수출 증가, 중국내 PX 증설, 그리고 유가 변동성 축소이다.201811월 아시아 개솔린의 두바이유 대비 마진이 음(-)을 기록한 바 있고, 현재까지도 개솔린 약세는 이어지고 있다. 이는 신흥국 환율 약세로 인해 해당 지역의 개솔린 내수 가격이 상승하여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20181~10월 누적기준 중국의 개솔린 수출량은 YoY 32.21% 증가했다. , 수요가 꺾였음에도 불구하고 역내 석유제품 공급이 증가하여 가격 약세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2020E10 시행을 앞두고 있다. 중국의 일간 개솔린 소비량이 280만배럴 수준이기 때문에, E10 사용에 따른 연비 하락(1.5%~2.0%) 등을 감안하면 일간 22만배럴 내외의 잉여량이 발생되고 이는 결국 수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Sinopec 산하 경제 연구소는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량이 20184,600만톤에서 20195천만톤 초반, 20206천만톤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중국의 정제처리 능력이 20171,450b/d에서 20201,800b/d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내수 소비 증가 속도가 생산량 증가 속도보다 더딜 것이라는 예측에 근거하고 있다. 중국 스스로도 자국 석유제품 수출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으니 정유업 입장에서는 매우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겠다. 지난 1215, 중국 Hengli Petrochemical은 신규 정제 설비의 시험가동에 돌입했다. 동사가 밝힌 타임라인에 따르면, 본고가 발간될 즈음에는 사우디산 원유를 이용한 막바지 시험가동이 진행중일 것이다

 

Zhejiang Petrochemical 또한 일부 설비의 시험가동을 시작했거나 목전에 두고 있을 것이다. 작년부터 양사의 설비 가동 시점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으나, 중요한 점은 PX 설비의 일부 지연이 있더라도 CDU는 가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아시아 정제마진에 부정적이다. 이후 이들의 PX 설비가 가동되면 중국발 개솔린 수출은 일부 감소하나 PX 생산이 증가해 중국의 PX 수입이 감소하게 된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중국향 PX 수출을 감소시키며, 한국/일본의 개솔린 잉여 발생에 따른 수출 증가를 유도해 역시 정제마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 중국의 신규 PX 설비 가동이 지연되는 동안에는 정제마진이 좋지 않을 것이고, PX가 가동된 이후에는 PX마진과 정제마진 모두가 좋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정유업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사우디의 정제설비 신증설 계획 역시 부담이다. 사우디는 현재 486만배럴인 국내외 Refinery Capa2025~2030년 사이에 1천만배럴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실질 원유 수출량은 없을 것이고 사우디는 세계 최대 석유제품 수출국이 될 터이니, 이런 상황을 두고 정제업이 좋아질 것이라 전망하긴 어렵다.

 

일각에서는 IMO 2020 시행이 정유업에 모멘텀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필자는 이를 단언하기엔 아직 변수가 너무 많다고 본다. 국내외 정유사들이 앞다투어 고도화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이에 따라 Fuel Oil 생산량은 감소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MGOFuel Oil의 가격차가 확대되면 스크러버 등의 장착이 확산될 것이기에, 이로 인한 Fuel Oil 가격의 장기적 상승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또한 Fuel Oil 생산량 감소는 결국 개솔린/디젤 생산량 증가를 수반하므로, 복합 정제마진 측면에서도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고도화 투자를 통한 MGO/디젤 생산 확대가 반드시 수익성 개선의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국내 정유업은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사업 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비정제 부문의 비중은 빠르게 확대시켜야 할 것이다.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