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세 논란 재점화..세금 인상 어려운 5가지 이유

 

대통령 직속 재정특위 하반기에 경유세 논의

OECD “대기오염 심각”..김진표 단계적 인상

서민부담 기재부 난색 실효성 문제 있어

유류세 내리자소득주도성장에 역풍

 

이데일리 세종취재팀 최훈길 기자

 

최근 경유세 논란이 재점화 됐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재정개혁특위)가 하반기 세법 과제로 경유세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논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서민 부담이 늘어나고 야당 반발이 커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 직속 특위 하반기에 경유세 논의

 

앞서 재정개혁특위는 6.13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경유세 논의를 공식화 했다. 강병구 특위 위원장은 지난 73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하반기에 환경 에너지 관련 세제를 추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특위는 오는 12월 하반기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올해 연말까지는 재정개혁안을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특위 조세소위원회는 719하반기 특위 운용방안과 논의과제를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5개 과세가 개편 논의가 필요한 대상으로 올랐다. 이는 자본이득 과세 양도소득세제 임대소득세제 보유세제 환경에너지 관련 세제다. 특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위가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를 고려해 경유세 공론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특위 일부 위원은 환경단체와 함께 경유세 개편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홍종호 재정개혁특위 위원(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양이원영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위원(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등 전문가들과 지난 618일 에너지전환포럼 정기포럼을 통해 경유세 개편안을 제시했다.

개편안은 교통·에너지·환경세 중 경유의 기본 세율과 탄력 세율을 각각 리터당 50원씩 올리는 게 골자다. 교통·에너지·환경세법(2)에 따르면 현행 경유의 기본 세율은 리터당 340,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3)에 따르면 현행 경유의 탄력 세율은 리터당 375원이다. 탄력 세율을 올리면 교육세·지방주행세가 연동돼 함께 인상된다. 경유세가 오르면 경유 가격도 올라간다. 현재 10085 수준인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비율이 10091로 바뀌어 세액 차이가 줄어든다.

여당 내에서도 경유세 단계적 인상론이 제기된 바 있다. 탈석탄·탈원전 등 에너지전환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 7월 당시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세먼지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경유 가격을) 휘발유보다 같은 수준 또는 휘발유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정책 권고가 많은 나라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내년 재정개혁 때 (인상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기구에서도 한국의 환경 문제를 거론하면서 경유세 인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620한국경제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18)’ 핵심 권고안을 통해 환경세를 인상해 부분적으로는 경유와 휘발유의 세액 차이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 차원의 조치가 실행되지 않으면 2060년까지 조기 사망이 거의 3배 늘어 (한국이) 실외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유세 인상 가시밭길’..유류세 내리자

하지만 문제는 경유세를 올리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논란만 커질 수 있다.

첫째,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전체 차량 22528295(작년 12월말 국토교통부 집계 기준) 중 경유차는 9576395(42.5%)에 달한다.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휘발유·경유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9월 첫째주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1주 전과 비교해 3.1원 상승한 1623.4, 경유 가격은 3.3원 오른 1424.5원을 기록했다. 10주 연속 오른 결과다.

둘째, 정부도 경유세 인상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7월 기자들과 만나 수송용 에너지세 개편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논의는 할 수 있지만 쉽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는 경기 부진 등을 이유로 내년도 세입을 올해보다 32810억원 줄였다. 이 같은 감세 기조 상황에서 경유세를 인상하는데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셋째, 경유세 인상의 실효성 문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동규 조세지출성과관리센터장)은 지난해 710가지 경유세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이는 기재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가 의뢰한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연구용역결과다. 검토 결과 경유세를 올리면 연간 최대 55494억원의 세수가 증가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감축은 최대 1.3%에 그쳤다. 이동규 센터장은 경유세를 올린다고 미세먼지가 제대로 잡히는 게 아니라는 게 연구용역의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넷째, 국회 반발이 심하다. 오히려 야당은 유류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대선 후보 당시 서민들의 유류비 부담이 너무 커서 유류세를 절반으로 내리려고 한다며 유류세 인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어 홍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윤한홍 의원이 중형 이하 차량(배기량 2000미만)의 유류세를 절반으로 인하하는 법안(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을 작년 8월 대표발의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유가에 따라 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을 올해 8월 대표발의했다. 이는 리터당 휘발유 가격이 1400원 미만이면 기본세율보다 최대 15% 올리고, 1400원 이상이면 단계적으로 세율을 조정해 1750원 이상 시 최대 15%까지 낮추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고유가에도 11.4%(휘발유 기준)씩 무조건 붙던 탄력세율이 조정돼 소비자 부담이 줄어든다.

다섯째, 소득주도성장에 미칠 역풍 문제도 있다. 문재인정부는 제이 노믹스의 일환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홍장표 위원장은 지난 86일 현판식에서 가계소득 증대, 지출비용 경감, 안전망 확충 및 복지 정책을 3대 축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유세를 올릴 경우 생계비 지출이 올라가게 된다. 자영업자 부담도 커지게 된다. 올해 여름에 자영업자 지원 대책, 누진제 한시적 인하를 추진했는데 하반기에 유류 부담을 올리는 정책적 부담도 있다.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격차(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폭으로 늘어났다. 소득 양극화가 이렇게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경유세를 올리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