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전력분야 협력방안과 과제>

(한국전기연구원 윤재영)

 

   분단이후 남북한 관계는 길고 깊은 긴장관계와 짧고 얕은 대화국면을 계속 반복하여왔다. 2018년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은 이러한 남북한 간의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남북과 북미 간에 핵폐기를 포함한 정치적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북한입장에서는 그 반대급부로서 최우선적으로 에너지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북한이 당면한 문제가 에너지 부족, 특히 전력난이기 때문이다. 북한경제에서 전력부족은 경제를 멈추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는 핵심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의 해빙무드를 감안할 때 향후 남북한 전력협력의 가능성은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45년 해방이후 북한은 일제 강점기때 건설된 수력발전소를 활용하여 에너지 공급이 풍족한 편이었다. 북한 전력산업은 해방이후 추가적인 발전소 건설 등의 노력이 부족하여 60년대 말부터 지속적으로 전력사정이 악화되어 현재와 같은 심각한 전력부족 상태에 이르고 있다. 국내 관련 연구기관에서는 북한 전력계통과 전력산업에 대한 현황분석과 더불어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 및 향후 남북 전력협력 정책방안에 대하여 검토하여 왔다. 남북 전력협력 정책의 최종 목표는 남북한통합전력망(UKPS-Unified Korean Power System) 구축과 운영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단계적인 다양한 정책방안을 구상하였다. 하지만, 북한자료의 불확실성과 단편적인 연구로 인하여 대부분의 검토는 개념설계 차원이므로 향후 실제 실행을 위해서는 보다 세부적인 고 기술경제적 검토와 Action Plan 수립이 요구된다.

 

   기존에 검토된 4대 남북한 전력협력정책은 상호 전력망 연계, 북한지역 전원 건설 및 공동 활용, 발송배전 기자재 공급 및 인력과 기술협력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협력방안으로서 남북 전력망 연계의 시작점은 대북한 직접 송전용이지만 최종적으로는 남북한 전체 전력망을 연계하는 3~4개 루트의 간선 연계선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는 최종적으로 한반도 통합전력망 구축으로 완성될 것이다. 2005년도에 핵폐기를 전제로 한 대북 200kW 송전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 개성공단 지역을 북한계통에서 분리하고 남한 변전소에서 공급한 것도 대북 송전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도 통일 이후 기술적 검토결과를 반영하여 동서독 간을 연결하는 4개 루트의 380kV 간선 연계망을 건설함으로써 실질적인 통합운영이 되었다.

 

   두 번째 협력정책은 북한지역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이다. 이는 북한이 가장 희망하는 긍정적인 협력방안이지만, 투자비가 과다하고 북한이 발전소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부정적인 여론도 있다. 과거 1994년 북미합의에 따라서 신포지역에 경수로원자력 2(200kW)를 건설하고자 했던 KEDO(Korea Energy Development Organization) 사업을 들 수 있다. KEDO 사업은 30% 이상의 공사 진척율인 상태에서 2002년 최종적으로 중단되어 많은 휴유증을 남겼다. 하지만, 향후 경제협력 예상지구의 인근에 발전소를 건설하고 이를 연계선로를 통하여 남북한이 공동으로 사용한다면 상호 Win-Win 정책이 될 것이다. 남한은 발전소 입지난을 덜 수 있고 북한은 직접적인 에너지공급원을 확보하는 실익을 거두게 된다. 현재 북한은 전력공급의 60% 이상을 수력에 의존하는 과점상태로서 추가적인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원자력전원 역시 핵폐기 문제가 완전 해결되기 이전에는 어려울 것이며, 가스전원 역시 고가이고 LNG 터미널 등 연료 수급문제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역시 소규모 시범사업이나 단기간의 가정용 전력공급 등에는 유용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북한 전력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북한에 건설하는 가장 합리적인 전원은 친환경 석탄화력이 될 것이다. 북한 내부의 풍부한 석탄자원이나 혹은 수입탄을 사용하면 경제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전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로는 북한에 전력설비와 발전연료를 공급할 협력방안이 필요하다. 낙후된 전력설비를 교체하고 신규 건설하기 위한 발송배전 기자재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공급하는 것이다. 남한 중전기회사는 세계 각국에 변압기, 차단기 등 다양한 전력기기를 수출한 기술력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북한 기자재 공급에 거의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남북한의 전압체계가 다르고 내수용이 아니므로 설계와 생산에 다소간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장애요인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청구권 자금을 공급하는 일본 등 해외 유수업체와의 시장선점등 치열한 경쟁은 예견된다. 국내 업계 입장에서 북한 전력설비 공급은 한 개 국가의 전력망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거대한 시장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네 번째는 전력부문 기술과 인력지원 등의 협력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동일한 전력시스템이라도 계통운영방식의 노하우와 인력수준에 따라서 전기품질이나 송배전손실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북한 전력계통은 20% 이상의 송배전손실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설비 노후화와 계통 운영기술이 낙후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북한 송배전손실을 절반으로만 감소시켜도 이는 발전소를 10% 이상 증설하는 큰 효과에 버금간다. 특히 인력과 기술지원 등의 협력방안은 상호간의 인적 교류라는 또 다른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남북한 전력협력 정책방안은 수행시기 측면에서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되며, 협력규모면에서는 시범사업과 북한주민 전기 지원사업, 남북한 경협사업 및 대규모 북한전력망 재구축 인프라 투자사업으로 대별할 수 있다. 남북한 전력협력사업은 그 불확실성을 감안하여 소규모 단기적인 시범사업부터 착수하여 대규모 인프라 협력사업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최우선적으로 민간차원의 소규모 시범사업 전개 등을 최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예시로서 북한 민생전기 공급을 위한 신재생에너지원이나 소규모 마이크로그리드 혹은 배전망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중기적으로는 남북한 경제협력 사업에 따른 전력공급이 될 수 있는데 개성공단 2단계 확장사업이나 단천 에너지특구 개발을 위한 전력지원사업 등이 예이다. 장기적으로는 남북한 대용량 전력망 연계나 대규모 발전소 건설 및 전력망 인프라 재구축 등을 시행할 수 있는데, 이는 핵 위기가 타결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남북한 협력과정에서 산업 동력원으로서 전력공급은 크게 중요한 사안이다. 사전에 우리가 남북한전력협력에 어떻게 준비하고 실행하느냐가 미래의 북한 에너지 공급문제만이 아니라 북한경제의 회생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에 대한 전력협력과 공급비용은 산업부문 전체의 통일비용을 절감시키는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점을 크게 강조하고 싶다. 남북한협력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자료의 폐쇄성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북한 전력부문에 대한 남북한 공동 실태조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북한 전력부문 실태조사를 통하여 실효성 있고 합리적인 전력협력 정책방안을 수립할 수 있다. 더불어 전력부문 표준화 등은 사전에 검토되어야 할 사안으로 판단된다. 이는 최종적인 한반도 통합전력망 운영이라는 목표 하에 남북한의 전압체계와 계통구성 및 전력설비 등의 표준화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남북한 전력협력방안은 그 자체로서 당장의 남북한 협력과 먼 미래의 통일에 대비한 최우선적인 과제이자 남한 중전기업체의 향후 블루오션이다. 전력산업계는 북한 전력망이라는 1개 국가의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개조하고 재구축하는 원대한 사업에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나아갈 것을 제언한다. 통일은 결코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에게 부지불식간에 닥칠 수 있는 현안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