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제 석유시장 전망과 국내 석유 산업의 영향

 

LG경제연구원

 

이광우 책임연구원

 

지난 2017년은 국제 석유시장의 수급상황이 초과수요로 전환되면서 유가가 상승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경기가 호전되면서 석유수요는 전년 대비 150 b/d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석유공급은 OPEC이 감산을 추진하는 가운데 비OPEC에서의 생산 증가량이 70 b/d에 그치면서 원유재고가 축소되고 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2016년 연평균 41.4 $/배럴에서 2017년에 53.2 $/배럴로 상승했다.

 

2018년에도 석유 수요는 견조한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미국과 EU, 일본 등 주요국 경제가 소비와 투자 확대에 힘입어 개선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들은 선진국의 수입 수요 확대를 발판으로 양호한 성장이 예상된다. 중동과 러시아, 브라질 등은 유가 등 원자재 수출 가격 상승으로 내수 회복세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세계경제 성장 흐름에 맞춰 석유수요도 지난 해의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다. 다만 중국이 서비스업 중심의 중속성장을 재개하는 가운데 유가가 상승 했기 때문에 석유수요 증가 폭이 지난 해에 비해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올해 석유수요 증가량을 140 b/d로 예상하고 있다.

 

OPEC은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감산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OPEC 2016 11월에 러시아 등 11개 비OPEC 산유국과 함께 감산에 나섰는데, 2017 11월 총회에서는 감산기간을 2018 12월말까지 하기로 합의했다. 감산 할당량은 OPEC 117.8 b/d이고 비OPEC 54.6 b/d이며, 2017년 감산이행률이 OPEC 106%, OPEC 82%로 높게 나타났다. 2015년부터 저유가 국면이 지속되면서 원유수출에 경제성장을 의존하는 산유국들의 경기침체가 이어지자, 유가 상승을 향한 산유국들의 의지가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기업인 사우디아람코의 상장 준비도 OPEC 감산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우디아람코 상장을 통해 국부를 확충하고 이를 산업다각화 등 경제성장의 밑거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유가가 높을수록 상장 효과가 큰 만큼 최소한 사우디아람코 상장까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 감산을 적극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람코 상장 시점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있다.

 

OPEC은 현재 배럴 당 60달러대로 높아진 유가에 힘입어 원유생산 확대가 탄력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생산단가 평균이 배럴 당 50달러 내외로 추산되고 시추부터 생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2~3달에 불과한 미국 셰일오일의 증산이 주목 받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의 원유 증산 규모를 국제에너지기구는 152 b/d, 미국에너지정보청은 138 b/d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올해 늘어날 석유 수요를 충족시킬 수준이다. 게다가 미국에는 시추와 개발만 하고 생산 대기 중인 미완결유정(DUC: Drilled but Uncompleted) 7,601개가 있는데 셰일오일 유정 1개 당 평균 생산량이 673 b/d임을 감안하면 1년간 추가 생산할 수 있는 원유가 5백만 b/d 대기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 등 다른 비OPEC에서도 유가 상승에 자극 받아 원유생산이 늘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올해 비OPEC 증산량이 179 b/d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지난 해가 초과수요로 유가가 상승한 반면 올해는 미국 등 비OPEC 증산으로 석유수급 사정에 여유가 생기면서 유가가 하향조정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올해 국제 석유시장의 수급상황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미국에너지정보청은 초과공급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너지정보청은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초과공급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단가가 상승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하향 조정의 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셰일오일 개발과 생산이 늘면서 생산단가가 낮아 스윗스팟(Sweet Spot) 유정이 감소하면서 채굴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셰일오일 생산성이 위축되는 모습이다. 리그 1기당 원유생산량이 2016 7월에 727 b/d로 정점을 찍은 후 현재 673 b/d로 감소했다. 유전개발에 필요한 모래, 굴착장비, 전문인력 등도 공급부족으로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셰일오일 유정 개발용 모래 가격이 지난 1년간 10.5% 상승했다. 미국 금리인상과 트럼프 정부의 철강 수입관세 25% 부과도 자본조달 비용 상승과 기자재 가격 상승을 통해 셰일오일 생산단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국제유가는 추가적으로 오르기가 힘들고 현 수준의 유가가 제한적으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평균 가격 기준으로는 지난 해 50달러대 중후반에 비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투자은행들의 올해 유가 전망치의 중간값과 원유시장의 올해 평균 선물가격은 60달러대 초중반에 형성돼 있다. 미국에너지정보청 역시 올해 브렌트유 연평균 가격을 62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분기별 원유선물 평균가격은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올해 1분기에 66.8 $/배럴, 2분기에 65.7 $/배럴, 3분기에 64.7 $/배럴, 4분기에 63.7 $/배럴에 형성돼 있다.

 

한편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세계경제 충격과 원유선물시장에서의 투기자금 이탈, 트럼프 정부의 대이란 경제제재 재개, 베네수엘라의 경제위기로 인한 원유생산 차질 등이 국제 석유시장에서 불확실한 변수로 남아 있어 예의주시가 필요하다. 미국 금리인상은 유가 하락 압력으로, 미국의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조치와 베네수엘라의 원유생산 차질은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지난 해 경제성장률 -12%, 물가상승률 2,616%를 기록한 베네수엘라는 자금부족에 따른 석유시설 투자 위축이 이어지면서 올해에도 원유 생산량이 20~45 b/d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향후 유가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국내 석유산업의 원재료 비용 부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경제 성장 호조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비용 부담은 낮아지면서 수익이 개선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중국의 석탄화학이 석탄의 고가격 형성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있는 상황에서, 향후 유가 하향안정은 납사기반 석유화학의 가격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다. 2016년부터 지속 상승하면서 톤당 100달러를 돌파한 석탄가격은 향후에도 중국 정부의 석탄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탄광 조업 제한에 힘입어 고가격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소규모 노후 석탄 광산 1천개를 폐광하는 등 석탄산업 구조조정을 계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