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기환경 규제정책의 문제점과 올바른 방향
경희대학교 환경학 및 환경공학과
김 동 술 교수
매천야록 (梅泉野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처음 석유가 도입된 시기는 1880년이다. 또한 우리나라에 자동차가 처음 들어온 시기는 1911년인데, 그 해 조선총독부에서 2대를 도입하여 한 대는 총독용으로, 또 한 대는 왕실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후 1915년에는 전국적으로 70대, 1920년에는 679 대, 1930년에는 3,873 대, 1945년 광복 당시 7,326 대로 빠르게 증가하였다. 액체연료를 사용한 이동오염원이 대기오염원의 하나로 발을 들여 놓은 시기였다. 참고로 1961년에는 석유가 차지하는 에너지 비중은 8.1%이었고, 10년이 지난 1971년에는 46.6%로 급증하였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후반부터 에너지 사용량과 함께 경제도 비약적으로 성장하였지만, 환경오염에 대한 무지와 성장위주의 정책으로 1980년대 중반까지 약 20년간 도시공해와 산업공해는 극심하였다. 한 예로 당시 도시의 아황산가스 (SO2) 농도는 현재 수준의 약 5배, 공장주변은 약 10배를 넘나들며 해외토픽이 되기도 하였다.
보통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도약할 때 즐겨 도입하는 대기정책이 연료정책인데, 우리나라도 1981년 저황유 공급, 1985년 고체연료 사용규제, 1987년 무연휘발유 공급, 1988년 LNG 사용의무화 등의 정책을 도입하여, SO2, 일산화탄소 (CO), 납 (Pb) 등과 같은 소위 후진국형 오염물질의 농도는 현저하게 감소되어 이제는 환경기준이 필요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 같은 정책이 성공한 이유는 정부가 경제발전 여력과 국민의 환경의식 고취에 힘을 얻어 강력한 확신과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추진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국가가 다른 나라의 선행경험과 환경과학적 판단에 입각하여 합리적으로 대기정책을 수립한다면, 궁극적으로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 후발이익 효과도 얻을 수 있고, 대기질도 크게 개선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소위 선진국형 오염물질이라고 불리는 오존 (O3)과 이산화질소 (NO2), 그리고 미세먼지 (PM10)와 초미세먼지 (이하 PM2.5) 등의 농도가 줄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유 중 지면상 몇 가지만을 언급하기로 하자.
세계맑은공기총회 (World Clean Air Congress)가 2016년 늦여름 부산 BEXCO에서 열리고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회의장 안쪽에서는 세계적 석학들의 대기질 개선과 관련한 학술발표가 진행 중이었고, 회의장 밖 광장에서는 대기질을 악화시키는 목재펠릿 소형 난방장치의 판촉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전술했듯이, 우리나라 대기질 개선에 도움을 준 정책 중 하나가 환경부의 대기환경보전법 상 고체연료 사용규제인데, 폐기물관리법 및 재활용촉진법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고형연료의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법률상 고체연료와 고형연료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고형연료란 생활폐기물, 폐합성 수지 및 섬유, 폐고무, 폐타이어 등 가연성 고형폐기물을 사용하여 제조한 연료를 말하는데, 목재 펠릿도 바이오 고형연료에 속한다. 이러한 고형연료를 연소시키면, PM2.5를 비롯한 각종 유해대기오염물질 (이하 HAPs)이 다량 배출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대기오염 첨단방지설비를 완벽하게 설치한 대형사업장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은 없으나, 우리나라와 같이 중소형 영세사업장 및 각종 면오염원에 대한 배출관리가 무방비인 나라에서는 당장 대기질 악화로 나타난다. 최근 이러한 이유로 전국에서 고형연료의 신규사용 사업장 설치와 관련하여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성을 내세워 고형연료의 사용을 장려한다고는 하지만, 완벽한 방지장치를 설치해야 한다면 건강비용은 차치하더라도 그 경제성도 의문시 된다. 이와 같이 환경정책과 관련한 부처간 이견과 장벽은 물론이거니와, 환경부 소관 대기, 수질, 폐기물 등 매체별 관련법도 공해예방 차원에서 일관성이 없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환경에 대한 패러다임 설정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환경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시대상황을 반영한 환경 패러다임이 우선적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도 경제개발은 번영을 위한 도구이고, 반면 환경보호는 그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1992년 리우회담 이후 성장위주의 정책이 환경파괴를 복구하는 측면에서 지속적 발전에는 비효율적이라고 인식하게 되었고, 마찬가지로 환경위주의 정책도 경제성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따라서 중진국 대부분은 경제와 환경의 조화주의를 채택하였고, 선진국 경우에는 일찍이 이 조화주의와도 결별하고 환경보전과 건강위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그런 가운데 놀랍게도 우리 정부는 일찍이 국민건강 중심으로 환경정책 패러다임을 바꾼 적이 있는데, 2006년도를 ‘환경보건 원년’으로 선언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몸집에 맞는 옷을 입었어야 했는데 너무 큰 옷을 욕심내서 구입하였기 때문에 장롱 속에 넣어둘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몸집이 커졌으니 이번 봄에는 다시 꺼내 입어도 좋을 것 같다.
학자들은 수십년 전부터 대기환경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환경오염문제는 ‘신토불이’라는 특성이 있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의 현황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정량적으로 분석하여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그동안 남의 나라 해결책을 과학적 검토 없이 손쉽게 받아들이기만 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의 경우, 그 오염발생원은 수 백가지가 되는데, 비난 여론이 쏟아질 때마다 정부는 희생양 (즉 규제대상 오염원)을 찾아내어 잠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장기적 해법 없이 그때마다 위기를 넘겨왔다. 즉 1990년대까지는 생활난방에 의한 매연 탓, 2000년대부터는 자동차 탓, 2010년대부터는 중국 탓, 2016년부터는 또 다시 자동차와 함께 발전소를 탓하며 희생양으로 삼았고 여기에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부었다. 그러다보니 선택과 집중 정책에서 소외된 나머지 대다수 오염원에 대한 연구는 경시되었고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희생양을 찾는 과정은 매우 비과학적이었고 비합리적이었다. 자동차를 희생양으로 삼고 합리화시킨 한 예를 들어보자. 과거 환경연감에 의하면 자동차가 서울에서 차지하는 미세먼지 기여율은 80%를 넘은 적도 있었고 지금도 크게 부풀려져서 발표되고 있다. 이는 자동차이외에도 생활주변에 수많은 오염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극히 일부 오염원만을 대상으로 평가하였기 때문인데, 모든 오염원을 함께 고려하지 않은 기여율 평가이므로 명백한 통계적 오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산정과정을 밝히지 않고, 알고 있는 사실만 부각시키려는 의도 그 자체도 통계적 오류이다. 최근 정부는 미세먼지관리 특별대책 (2016.6.3)과 종합대책 (2017.9.26)을 발표하면서 또 다시 이러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데, 발표에 의하면, PM2.5의 수도권에서의 기여율은 1위 경유차 29%, 2위 건설기계 22%, 3위 냉난방 12%, 4위 발전소 11%로 추정하였고, 또한 전국적 기여율은 1위 사업장 41%, 2위 건설기계 17%, 3위 발전소 14%, 4위 경유차 11%로 추정하였다. 참고로 EU 28개국은 파악 가능한 모든 오염원을 조사한 후 매년 PM2.5의 평균기여율을 발표하고 있는데, 2008년도 1위는 생활주변의 면오염원으로 35%를 차지하였고 이후 더욱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2014년도에는 경유차를 포함한 모든 차량은 불과 13%, 사업장 10%, 발전소 5%로서 우리나라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가 현행처럼 비과학적인 기여율을 근거로 희생양을 찾고 천문학적 환경예산을 투자할 경우, 당연히 비용대비 개선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20년 가까이 이러한 사실을 경험하고 있는데 시행착오는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PM2.5를 비롯한 HAPs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오염원은 무엇일까? 위에서 짐작하겠지만 바로 우리 생활주변에서의 면오염원 배출과 중소형 및 영세 사업장에서의 비산배출이다. 면오염원과 비산배출원이란 적정한 처리장치 없이 직접 오염물질을 공기 중에 방출하는 오염원을 의미한다. 환경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대기오염물질 배출업소는 2016년도 57,500개인데, 이중 중소형업소가 94%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PM2.5 및 HAPs와 관련한 배출항목과 기준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현재 대다수 중소형업소는 아무런 규제 없이 이들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 또한 이들 오염원의 배출량은 조사조차 되지 않아 통계에서도 누락되고 있다. 참고로 생활상 면오염원 중 현재 가장 우려되는 곳들은 고체 및 고형연료를 첨단방지설비 없이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들이며, 또한 이들 저급연료를 난방 및 취사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주거지와 업소들이다.
정리하여 우리의 대기환경 규제정책을 돌아볼 때 많은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환경패러다임의 부재, 기초 환경연구의 경시, 공해의 사전예방 미흡, 대기환경정책의 경직, 중앙 및 지차제 환경공무원의 비전문성, 국민에 대한 환경교육과 홍보의 부실, PM2.5 및 HAPs의 배출항목 및 배출기준 부재, 기업규제완화 특별법 (겸직허용 및 공동채용 항목)등 다수의 환경악법 존속, 비합리적 대기환경관리 예산의 배분, 면오염원 배출과 비산배출의 방치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는 1978년 자연보호헌장을 선포하며 자연사랑과 환경보호를 국민의 의무로 선언하면서,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일찍이 갖은 바 있다. 또한 대통령은 1996년 환경대통령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환경에 대한 청사진이 없는 나라는 미래가 없는 나라이며, 희망이 없는 나라”라고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1997년 환경윤리에 관한 서울선언문의 실천강령을 통해 환경보전을 위한 정부, 시민, 단체, 산업체, 학계 및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모든 선언들은 항상 실효성 없는 환경규제와 정책시행으로 끝을 맺었고 용두사미가 되었다. 반복되는 시행착오이지만 이제 당시의 초심을 잊지 말고 국민의 환경권 보호를 위해 각자의 역할을 되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