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응, 새로운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서울연구원
황인창 부연구위원
2018년 1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환경부와 수도권 지자체를 중심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이하 비상조치)’가 시행되었다. 공교롭게도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둔 시점에 비상조치가 시행되면서 언론 등을 통해 논란이 증폭된 점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비상조치에 대한 뜨거운 논쟁은 최근 수년간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과 불편함이 상당히 높아져 왔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비상조치가 언제라도 다시 시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른 시일 안에 지난 1월의 경험을 돌아보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바를 점검하고,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다시 정립하는 과정(경험을 통한 학습과 환류)은 공공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 글에서는 미세먼지 농도 기여율 연구 결과, 비상조치 경험, 기후변화 대응 과정의 교훈 등을 돌아보면서 목표관리 측면, 국제협력, 시민과 기업의 참여, 배출관리 부문, 노출저감 전략 등을 중심으로 앞으로의 미세먼지 대응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지역별 기여율은 한중일 공동연구, 한미 공동연구, 서울시 연구 등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물론 해당 연구들이 특정 기간에 대한 기여율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한계는 있지만, 대체로 평상시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국내 기여율은 50% 내외이며, 고농도 사례일의 경우 국내 기여율은 30% 내외이다.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미세먼지의 농도는 대략 절반 이하인 것이다. PM2.5(직경 2.5㎛ 이하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서울 자체의 기여율(수송, 건물 등 서울시 내부 배출원 기여율)은 더욱 낮은데, 최근 연구결과 평상시에는 22%, 고농도시에는 16%이다. 결국 해외 대기오염물질 배출량과 기상조건(풍향과 풍속)이 변하지 않는 한, 미세먼지 농도를(최근 3년 서울의 PM2.5 농도: 연평균 23~26㎍/㎥)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주요도시 수준(연평균 15㎍/㎥ 이내) 이나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연평균 10㎍/㎥) 이하로 낮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세먼지 농도 기여율 자료가 시사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정부(지자체 포함)는 미세먼지 농도와 관련하여 정부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영역(국내 배출)과 주변의 도움 없이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직접 관리할 수 없는 영역(해외 배출)을 구분하여 관리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따른 정책 수단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할 때 책임감 있는 정책 실행이 가능하고 관리목표 달성과 관련한 혼선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지역 또는 국가 간 협력을 위한 다양한 정책수단이 마련돼야 한다. 물론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달라 실질적인 감축 협력을 단기간 내에 이끌어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어렵겠지만, 유사한 문제를 경험하고 이를 해결해 가고 있는 사례를 통해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미세먼지의 월경성(transboundary) 문제는 먼지 입자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유럽 주요 도시들도 유사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입자가 작아 인체 위해성이 큰 PM2.5의 경우 대기 중에서 수일~수주까지 머물 수 있고 기상조건에 따라 수백~수천km까지 이동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예테보리 의정서(Gothenburg Protocol)를 통해 국가별로 대기오염물질 배출 한도를 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유럽에서 이처럼 구속력 있는 협상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유럽연합이라는 정치 체제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대기오염물질의 발생과 이동, 지역별 기여도 등에 관한 과학적 연구 결과와 함께 대기오염 피해비용, 감축 잠재량, 감축 비용 등에 관한 경제 분석 결과가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 응용시스템 분석연구소(IIASA)가 유럽연합 위원회를 대신해 수행한 대기-보건-경제학 종합연구 결과는 예테보리 의정서가 시행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최근 동북아 지역에서도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대기과학 공동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유럽의 사례에서처럼 구속력 있는 대기오염물질 감축협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경제적 영향에 관한 분석도 함께 수행되어야 한다. ‘배출량을 누가 얼마만큼 줄일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경제 분석 자료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비상조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이, 시민과 기업 등 행위자의 실질적 참여 없이는 미세먼지 농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미세먼지 배출의 대부분은 재화나 용역의 생산과 소비라는 기본적인 경제활동과 시민의 생활양식에 깊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90% 이상은 경제활동 및 생활양식을 지탱하기 위한 에너지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한다(국가 배출량통계, 비산먼지 및 식생 제외). 특히 발전소나 생산시설 비중이 작은 대도시에서는 소수의 대량 오염배출 행위자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하로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시민의 행동양식과 에너지소비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어야 있다.
시민과 기업의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유인책으로는 경제적인 보상이나 제제 이외에도 오염행위자에 대한 규제(유럽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등급에 따른 차량운행제한 사례 등), 공동체 의식 및 환경 의식 증진 교육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유인책이 시민과 기업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비상조치 기간 동안 서울에서는 차량통행 억제를 위해 대중교통 무료화가 시행되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참여가 낮아(서울 14개 지점 평균, 도로교통량 1.8% 감소) 미세먼지 배출량은 수도권 평균 1.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대중교통 무료화라는 유인제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유럽의 많은 도시들에서도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대중교통 무료화를 시행 중), 현재의 대중교통 요금체계와 교통수단별 편의성 등 조건하에서는 서울의 대중교통 요금에 대한 자동차 통행수요 탄력성이 상당히 낮음을 보여준다. 이는 시민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강한 인센티브(혹은 페널티)를 사용하거나 제도적 접근 등 다른 방안을 고안해야 함을 시사한다.
또한 정부(지자체 포함)는 시민이나 기업이 직접 미세먼지 대응 방법을 제안하도록 하고, 제안된 방법들이 실행되기 위해 필요한 자원(자금 등)을 지원하는 시민참여 프로세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관련하여 최근 4년간 6백만 파운드 규모의 대기질 펀드(air quality fund)를 조성하고, 시민과 기업, 교육기관, 하위 지자체(borough) 등이 제안하고 참여하는 대기질 개선사업을 지원한 런던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대기질 펀드로 수행된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학교교육 사업(clean air 4 schools), 녹색방지막 사업(green screen), 공회전 시민감시단, 기업 참여 프로그램, 대기질 모니터링 사업(citizen science) 등이 있다.
대도시의 경우 미세먼지 배출량의 상당부분은 도시개발 과정(공동주택 건설, 재개발 등)에서 발생한다. 실제로 도시개발 과정에서 사용하는 건설장비는 중분류 기준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있으며(국가 배출량통계 기준, 서울 총 PM2.5 배출량의 38.5%), 공사기간 동안에는 다량의 비산먼지가 발생한다. 또한 서울시 자체 기여율을 100%라고 할 때 건물과 관련된 난방발전 부문의 PM2.5 농도 기여율은 39%를 차지한다. 향후에는 지금까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도로이동 배출원 관리 뿐 아니라(서울의 경우, 도로이동부문 기여율은 2008년 52%에서 2013년 37%로 감소), 도시개발 및 난방발전 부문에 대한 관리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관련하여 런던에서는 도시개발 전후로 대상지역에 대한 대기오염의 영향이 증가하지 않아야 함을 제도화(영향 증가 시에는 페널티를 부과하거나, 개발업자가 다른 지역에서 감축한 상쇄분 인정)하고 있는데(air quality neutral), 국내에서도 이를 참고하여 제도를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도시개발의 이익이 많은 경우 개발업자(기업)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기업의 미세먼지 대응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기후변화 대응 경험을 통해 국제 사회는 파리협정문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변화하는 기후(기후변동성 포함)에 대한 적응(노출저감과 역량강화)의 중요성이 온실가스 감축에 비해 덜하지 않다는 것을 배워왔다. 월경성 문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 역시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참고해 정책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대내적인 노력만으로 단기간에 미세먼지 농도를 큰 폭으로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정부(지자체 포함)는 미세먼지 감축 노력과 함께 미세먼지 노출 정도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마련하고 관련 사업을 다양화해야 한다. 몇 가지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런던과 호주에서는 도로 주변과 대기오염 배출시설 주변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생활주변 미세먼지 노출 위험지역을 선정하고 이를 관리해나가고 있다. 또한 모니터링을 통해 공기 좋은 길(clean air walking routes)에 대한 정보도 구축하고 있는데, 한 사례(도보 25분 거리)에서는 이동 경로에 따라 대기오염 노출정도가 60% 이상 달라지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에서처럼 정부(지자체)는 마을 또는 단위 구역별로 미세먼지 노출지도를 작성하고,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직업이나 연령별로 미세먼지 노출 특성을 분석하고, 특성에 따른 노출저감 행동요령을 제공할 수 있다. 노출인구를 고려해 미세먼지 농도 관리목표(노출인구 가중 평균)를 설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국내에서도 런던에서처럼 하위 지자체별로 대기질 관리구역을 설정하고 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보급 위주인 현재 노출관리 사업영역을 더욱 다양화해야 한다. 런던에서는 식물의 미세먼지 흡착 기능 등을 활용한 녹색방지막이 도로주변 학교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데(모니터링 결과, 평균 30% 이상 농도 저감), 이러한 사례들을 참고해 노출저감 사업내용을 다양화해야 한다.
참고자료
국회입법조사처, 2017,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LTP)”, 지표로 보는 이슈 제89호, 국회입법조사처
서울시, 2016,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 인벤토리 구축 및 상세모니터링 연구”, 서울특별시
환경부, 2017, “한·미 공동연구결과, 미세먼지 국내영향 52%... 국외보다 높아”, 환경부 보도자료(2017.7.17.)
환경부, 2018, “환경부, 비상저감조치로 배출량 1.0~2.4% 감축 추정”, 환경부 보도자료(2018.1.25.)
황인창, 2017, “서울시 미세먼지 관리정책 진단과 개선방안”, 서울연구원
Kiesewetter, G., Amann, M., 2014, “Urban PM2.5 levels under the EU clean air policy package”, IIA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