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의 원인은 공급 위협이 아니라 수요증가에 있다

이 자료는 에너지데땅트誌 (2004. 8. 20) 를 옮긴 것임
 - 편집자 주 -

대한석유협회 기획관리팀

지나치게 과장된 공포 분위기

세계 석유공급을 불안케하는 ‘리스크’가 일종의 ‘프리미엄’을 형성하여 현재의 고유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유가를 끌어 올리는 근본 요인은 세계 석유수요 강세이다. 석유가격 뉴스에는 의례 석유생산을 위협하는 다양한 정치적 요인들이 지면을 장식하고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통이 증대되는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급불안 가능성’ ‘나이지리아 석유노동자의 소요’ ‘베네수엘라의 정정불안’ 그리고 ‘러시아 유코스사의 파산 가능성’ 등이 단골 메뉴로 등장하였다. 이제는 고유가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해설가의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석유공급국들의 여러가지 정치적 리스크가 세계 석유공급을 위협하고, 나아가 세계 경제를 침체시킬 것이라는 유가 전문가들의 전망은 종종 멜로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그러한 분석은 공급과 수요의 데이터에 대한 분석이 없는 뉴스 시청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급자료로 무장이 된 유가 전문가들조차도 뉴스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석유공급국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이에 대한 트레이더들의 변덕스러운 해석에 의해 그것이 석유공급에 중요한 영향을 초래하지 않는 사건일지라도 종종 판단미스를 범하곤 한다.

예측 어려운 수요전망

IEA(국제에너지기구) 는 석유수요에 대한 실적과 전망자료를 내놓는다. 3년 연속으로 올해도 세계 석유수요전망을 실적보다 낮게 예측 발표했다. 2002 9월 발표한 2003년 세계석유수요 전망은 77.8백만b/d 였으나 실제 수요는 이보다 1.8백만b/d 많은 79.6백만b/d 였다. 또한 2004년 수요전망(2003 7월 발표) 78.3 백만b/d 였으나 2004년 상반기 석유수요는 81.7백만b/d로 예측치를 무려 3.4백만b/d 초과했다. 2002년도 수요도 77.9백만b/d로 예측치보다 1.3백만b/d 초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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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 OECD 회원국들 뿐 아니라 OPEC 회원국을 포함한 다른 모든 국가들도 지난 3년간 세계 석유수요가 이처럼 IEA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다만 중국이 수요와 비축 등 데이터의 공유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석유수요 예측이 일정부분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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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006년 기간동안 세계 석유수요 증가 추이를 보면 2001년과 2002년의 부진에서 벗어나 2003년과 2004년에 크게 증가한 후 2005~2006년에도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급은 여유가 있다

IEA자료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중 세계 석유공급은 석유수요를 80b/d 초과하는 것으로 예상되었다. (공급 83.0백만b/d : 수요 82.2백만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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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의 세계 석유공급은 전년에 비해 2.7백만b/d 증가했다. 또한 2004년에는 이보다 많은 3.4백만b/d 증가하여 83.0 백만b/d 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예상 공급 증가분 3.4백만b/d의 거의 3분의 1은 고유가에 고무되어 생산량을 증대시키고 있는 비OPEC 으로부터의 증산에 의한 것이다.

최근 트레이더와 분석가들을 인용하여 고유가에 대해 언급하는 언론매체들은 세계의 석유분쟁지역과 석유수급을 완충할 수 있는 OPEC의 생산여력 부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고유가를 현재 미행정부에게 있어 정치적 승리를 위한 유용한 재료로 보고 이를 이라크 전쟁 및 전후 안정화 지연이 석유공급 부족을 초래하고 있는 것과 결부시키고 있다.

그러나 공급부족은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가까운 장래에 1백만b/d의 증산이 가능하며, 이러한 매력적인 고유가 상황이 지속된다면 모든 석유생산국들과 석유회사들은 생산 증대 및 매장량 확대에 진력할 것이 당연하다.

일례로 OPEC은 생산량을 증대시키고 있다. OPEC 2002 12월 생산쿼터는 21.7백만b/d(이라크 제외) 였으나 2년이 채 못된 2004 8 1일에는 26.0백만b/d로 늘어났다. 2004 7월에는 25.5백만b/d가 생산쿼터였으나 실제 생산량은 27.11백만b/d 1.61백만b/d를 초과 생산하였다. 이라크를 보더라도 갖가지 장애에도 불구하고 7월 현재 2백만b/d를 생산하고 있어 1년전의 60b/d에 비해 괄목할 만한 생산 증가를 보이고 있다.

올해 7월 현재 이라크를 포함한 OPEC의 총생산량은 29.1백만b/d 1년전의 25.9수준에 비해 3.2백만b/d 생산 증대를 시현하고 있다.

원유가격

2003 1월부터 2004 8월까지 19개월간 뉴욕상품거래소의 WTI원유가격이 [그림 4]에 나타나 있다. 2003 9월이후 2004 7월을 제외하곤 매달 가격상승을 지속했으며, 모두 합해 16.78달러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현재 유가수준이 이라크전 개전 이전 (2003 1~3)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는 것이 의미가 있다.

OPEC는 통상 판매전략으로서 물량 또는 가격중에서 양자택일을 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궂이 선택할 필요 없이 앞에 놓여진 과실을 먹기만 하면 된다. 각 회원국의 최대 생산량은 석유부존의 발견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 국별로 자원개발 투자와 관련된 장기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 OPEC로서는 현재 만나서 전략을 논의할 필요가 거의 없으며, 생산쿼터를 무시하고 단지 수요에 맞춰 생산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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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석가가 지적하였 듯이 OPEC은 현재 파워가 없다. 그들이 가진 유일한 파워는 장래 생산과잉이나 가격급락시 생산량 제한을 취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다. 만일 OPEC이 당장 해산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유가에 영향은 없을 것이지만 장기 선물시장가격은 상당히 떨어질 것이다.

1981년 미국 정제업자 취득원가 기준 평균 원유가격은 최고 배럴당 35.24달러였다. 그것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다면 2004년 달러화 가치로 배럴당 72.88달러에 달하는 가격 수준이다.

장기 원유 가격 전망

트레이더들은 향후 유가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2004 9월 이후 2006년을 거쳐 2009년까지의 유가 전망이 [그림 5]에 나타나 있다.

향후 5년동안 원유가격의 가파른 하락이 기대된다고 하더라도 2009년 말 원유가격은 배럴당 36.23달러로 전망된다. 그 가격 수준은 2003 10월말에 비해 9달러 높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현재처럼(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이라크, 러시아 사태)단기적 공급 리스크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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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수요와 예상 수요를 반영한 펀더멘탈에 근거한 가격 수준이다. 2009년의 세계석유수요는 91백만b/d 수준으로 2003년 대비 14.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스크 요인에 대한 고찰

올해는 어느 때보다 고유가와 관련하여 ‘리스크 요인’이라는 어구가 가장 빈도있게 인용되었다. 공급 중단 또는 공급 부족의 위험성이 일정 부분의 프리미엄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리스크 요인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70년대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의 석유매장량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계산하는 것이 석유전문가들의 가장 비중 있는 일이었다. 석유생산지인 개발도상국의 정부 정책이 갑자기 뒤집어 진다면 어떡할 것인가?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가 일부 선물시장 가격에 반영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석유 개발과 생산에 관계없는 주식중개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종종 탁상공론으로서 원유가격에 정치적 리스크 요인이 배럴당 15달러, 혹자는 5~10달러 가산되어 있다고 말을 하는데 단지 그들의 추측에 불과할 뿐이다. 예를 들어 막대한 세금채무를 둘러싼 러시아 정부와 유코스사의 갈등이 유가상승에 일조하고 있다고는 할 수 있을지언정 인상요인이 얼마라고 말하는 것은 단지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어느 사건 또는 어느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지고 유가 프리미엄을 측정하기란 부정확하다. 하지만 지난 3년동안 여러 국가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 특히 후세인이 공격받을 시 자국의 유전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하거나 또는 베네수엘라의 석유노동자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파업을 하는 등의 행위는 공급에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서 유가 상승요인이 된 것은 확실하다.

지난해 OPEC는 공급제한 역할로부터 공급확대 역할로 변신하였고, IEA는 세계석유수요 전망을 연거푸 상향조정 해왔다. 그 결과 세계 석유수급균형은 ‘윈-윈 상황’이 조성되었다. 충분한 공급과, 활기찬 수요, 공급에 대한 높은 댓가는 석유 생산국들의 공급능력 증대를 위한 투자 유인 역할을 한 것이다. 비록 오늘날 소비자들이 고유가를 지불하고 있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그 혜택이 소비자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석유공급의 리스크 요인이 2년전에 비해 높아진 것이 아니라 낮아진 것이다. 이라크의 부패한 지도자들이 제거되고 정권이양이 진행중에 있으며, 베네수엘라는 생산과 수출이 회복되었고, 미국의 경제가 회복되고, 테러리스트에 대한 전세계적인 압박 등에 의해 유가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차지하는 부분은 이라크전 개전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의 고유가는 공급에 대한 위협적 요인때문이 아니라 왕성한 수요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