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제석유시장 전망과 해외자원개발 전략

 

박 주 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작년 하반기 이후 유가 상승 기조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몇 달 간 중동에선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대대적인 고위 인사 숙청과 사우디와 이란의 긴장, 예루살렘을 둘러싼 미국·이스라엘과 중동 국가의 대립 등 갈등이 잇따르면서 유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지난 745달러 안팎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올 연 초에는 65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현재의 유가 수준은 비교 시점을 불과 2년여 전으로만 돌려도, 2016121일 기록한 최저 수준 22.83달러 대비 3배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하지만 100달러를 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2014년 이전 고유가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크게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 2년여 짧은 기간 동안 3배 가까이 오른 유가 상승은 거의 폭등 수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올해 유가는 작년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유가 상승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한 배럴당 55~60달러 선에서 연평균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OPEC의 감산과 신흥국의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비OPEC 공급 증가와 누적된 석유재고가 크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세계 석유 수요 증가량은, 세계 경제성장률이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그 동안 석유 수요 증가를 견인한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가 예상되고 있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하루 150만 배럴 정도에 머무를 전망이다.

 

공급 측면은 다소 복잡하다. OPEC의 감산과 미국의 증산 간 벌어지는 힘겨루기가 핵심이다. 특히, OPEC의 감산 이행율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미국 셰일오일의 증산 여부가 올해 유가 결정에 핵심 요소로 보인다. 원유 생산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미국 원유시추기 수는 유가 하락으로 20173분기에는 6기가 감소하기도 했으나, 유가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인 11월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또한 최근의 유가 상승이 셰일오일 생산업체들로 하여금 손익분기가격이라 할 수 있는 배럴당 50달러 이상에서 2018년 유가에 대한 헤지(hedge)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생산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해 비OPEC 전체 공급은 지난해보다 하루 12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내전과 정정 불안에 따른 생산 차질을 보였던 리비아, 나이지리아의 다소간의 증산을 감안하면 올해 석유 시장 수급은 그럭저럭 균형을 유지하게 되어, 과거 5년 평균보다 약 1800만 배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OECD국가의 석유재고도 OPEC의 목표와 달리 크게 감축되기 어려워 보인다. 올해 유가를 작년 대비 소폭 상승을 전망하는 이유다.

 

하지만, 유가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탠다드앤차터는 2015년 말에 2016년 평균 유가를 93달러로 전망했으나 실제 유가는 45.13달러로 예측오차가 무려 57달러에 이를 정도로 매우 컸다. 유가예측의 불확실성을 반증하는 예다. 앞으로 유가 예측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왜냐하면 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평균 유가의 최저가 대비 최고가 비율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1년에서 2013년까지 15~38%, 2014년에서 2016년까지는 79~93%를 보이고 있고, 어느 정도 안정화된 유가를 보인 2017년에도 56%로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석유 공급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은 그만큼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원유수입량은 약 10억 배럴을 조금 넘는다. 따라서 유가가 1달러만 상승해도, 원유수입대금은 약 1조 원 넘게 증가한다. 가볍게 볼 일이 절대 아니다. 석유 부존자원이 전혀 없는 우리나라에게 원유가격은 어쩔 수 없이 받아 드릴 수밖에 없는 외생변수다. 유가 변동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경제라는 뜻이다. 더욱이 천연가스, 석탄가격도 유가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국내에 도입되는 대부분의 액화천연가스 가격은 유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공식에 의해 결정된다. 유가변동성은 모든 에너지가격의 변동성을 높이는 구조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나라다. 2015년 통계를 기준으로 1인당 에너지소비(TOE)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5.4OECD 평균 4.1은 물론 일본3.4, 독일 3.8 보다 훨씬 높다. 최대 에너지부국인 미국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우리가 유난히 낭비해서가 아니다.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급등락으로 전체 경제가 흔들릴 수 있는 취약한 구조라는 말이다.

 

에너지안보가 우리에게 유난히 중요한 이유다. 국내 부존 에너지가 거의 없는 우리가 에너지안보를 높일 수 있는 길은 해외자원개발과 다변화 이외에는 별 도리가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정부 이후 해외유전개발은 개점휴업 상태다. 2012년 이후, 석유공사의 해외석유자산 획득은 전무한 상태일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자산매입도 2015GS의 아부다비 지분 참여 이후 이렇다할 실적이 없는 상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과 일본은 유가가 급락한 2014년 이후에도 꾸준히 해외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다. 오히려 저유가 기간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은 민간을 중심으로 약 240억 달러 가치의 해외상류자산 매입에 나섰으며, 일본은 해외자원개발 광권 확보를 위해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762억엔) 편성하고 있다.

 

캐나다 하베스트 등과 같은 과거 해외자원개발의 실패에서 비롯된 후유증으로 새로운 개발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하지만, 국제 석유시장은 우리 사정과 무관하게 변동성을 높이며 언제든지 세계 경제를 흔들 수 있는 뇌관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원개발은 위험성 높은 대규모 장기 투자 사업이다. 위험 회피적이고 단기적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민간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영역인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세계 각국은 자국의 공기업을 앞세워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자국의 공기업을 내세워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기반으로 세계 상류부문의 기업 및 자산거래의 2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해외 석유자원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에너지자원 최빈국인 우리나라도 하루 속히 자원공기업을 정상화하여 자원개발사업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해외자원개발 투자전략은 수정되어야 한다. 과거와 같이 단기간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자주개발률을 높이려는 과욕은 피해야 한다. 왜냐하면 유가가 투자 당시의 예측대로 움직여 주지 않으면 바로 대형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자원공기업이 경험한 대형 투자손실도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예상이 빗나가서 비롯되었다.

 

앞서도 논의했지만, 유가 예측은 불가능하다. 학계에서는 주가, 유가 등의 예측 오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오랜 세월 이어오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임의 행보(random walk)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쉽게 말해, 제멋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적립식 해외자원개발투자를 고려할만 하다. 일정 금액을 일정한 간격으로 꾸준히 투자하는 주식 투자 방식을 차용해보자는 의견이다. 해외자원도 확보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큰 손실을 방지할 수도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자원투자 실패는 임기 중에 실적을 올리려는 조급증에서 비롯될 수 있다. 또한 저유가 흐름에 기대 에너지안보를 등한시하는 것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해외자원 확보를 통한 에너지안보 제고는 정치 일정과는 독립적으로 끈기를 갖고 꾸준히 계속될 때 결실을 얻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적립식 해외자원투자는 고려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