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떠나는 서산여행

 

이상욱

현대오일뱅크 경영지원팀

 

코끝에 찬바람이 느껴지는 겨울. 실내에만 있기 보다 겨울이 주는 호젓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여행을 즐기는 건 어떨까. 어디로 떠나야 할지 망설여진다면 충남 서산이 그

답이다. 관광지부터 음식까지, 완벽한 코스로 여행을 빛나게 해 줄 서산시를 소개한다.

 

<암석에 새긴 백제의 미소>

서산시 용현리에 있는 마애여래삼존상은 백제 후기의 작품으로, 절벽을 깎아 만든 불상 중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니고 있다고 전해진다. 긴 세월을 깊은 산 속에 파묻혀 있다약 60년 전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마애여래삼존상. 중앙의 부처 양 옆으로 두 부처가 각각 서있거나 다리를 포개고 앉아 있는 모습을 띠고 있다.

부처의 미소는 햇빛의 각에 따라 조금씩 달리 보이는데 그 중 이른 아침, 나직한 햇살 아래 드러나는 미소가 으뜸이다. 물론 보는 이의 심상 역시 미소를 달리 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인일 터. 바쁜 일상이지만, 마애삼존불을 맞이할 때만큼은 편안한 마음으로 자세히 관찰해보자. 은은한 미소에 저절로 힐링이 될 것이다.

마애삼존불은 백제인의 온화하고 낭만적인 성질을 그대로 담아냈을 뿐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를 기가 막히게 담아낸, 가장 뛰어난 마애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니 서산을 여행한다면 한 번쯤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조선의 역사를 그대로, 해미읍성>

마애여래삼존상에서 개심사 방향으로 20분정도 차를 타고 가다보면 서산의 또 다른 자랑, 해미읍성이 나온다. 성 밖은 색색의 음식점 간판들이 즐비해 옛날 느낌이 나지 않지만 성 안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그 곳은 시간이 멈춘 듯 역사와 기억을 간직하는 돌담으로 변한다. 무거운 돌로 높게 쌓은 성곽과 진남문,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성벽, 읍성을 이루고 있는 수만 개의 빛 바랜 회색 돌은 지나간 역사를 머금고 있는 듯하다. 읍성 둘레를 호젓하게 둘러 걷다 보면 벽에 옛날 마을의 이름이 띄엄띄엄 써 있는걸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읍성을 만들 당시, 해당 구간을 담당했던 마을 이름을 성벽에 새겨놓고 하자가 생기거든 해당 마을에서 책임지고 보수하도록 한, 일명의 실명책임제시스템이다. 아울러 해미읍성에는 탱자나무를 볼 수 있는데, 실제 건축 당시부터 성벽 둘레에 탱자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이는 가시가 많고 잎이 무성한 탱자나무의 특성이 적의 침입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 해미읍성의 옛 이름이 탱자성인 것을 미루어 보면 당시 탱자 나무가 무성했던 조선시대의 마을 구경거리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해미읍성은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도 찾는 곳이다. 전국에서 가장 큰 성지이기도 하지만, 조선시대 읍성 중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읍성 안에는 천주교 신자들이 옥살이 하던 감옥, 조선의 부농, 공무원, 장사꾼의 집을 꾸민 가옥, 사또가 일하던 동헌 등이 있다. 가벼운 나들이나 산책 삼아 빙빙 둘러보다 보면 조선 후기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선이 머무른 풍경, 간월도>

 

저녁의 붉은 노을이 바다를 시뻘겋게 물들이는 간월암은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면 섬이 되고, 빠져나가면 다시 뭍이 되는 신기한 장소다.

겨울임에도 차가 가득히 들어선 주차장과, 아기부터 노인들까지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던 관광지, 간월도. 지금으로부터 육백여년 전 무학대사가 이곳에 와 수도하던 중 달을 보고 갑자기 도를 깨쳤다해서 암자 이름을 간월암이라 하고, 섬 이름도 자연스레 간월도가 되었다. 이후 이방원이 정권을 잡고 불교를 억압하며 간월암이 문을 닫았는데, 1941년 만공이라는 우리나라 고승이 간월암을 다시 되살려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곳은 밀물일 때는 육지, 썰물이 때는 섬이 되는 구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밀물에 나룻배를 타고 건너가곤 했는데 사고가 여러 번 발생하며 나룻배 운행은 중단되어 물 때를 맞춰가야만 간월암을 볼 수 있다. 얼굴이 제각각, 제멋대로인 키 큰 장승들을 지나 누군가의 애탄 염원이 스며있는 돌탑 무더기를 지나면 간월암에 발이 닿는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촛불을 올리고 기도를 하며, 어떤 이들은 추억 한 장 남기려 추운 겨울바람에 아랑곳 않고 사진찍기에 바빴다.

 

 

<서산 9경 중 두 곳인 삼길포와 황금산>

 

삼길포와 황금산은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과 가까워 사실 임직원이라면 자주 가고, 또 근방의 식당 이름을 외울 정도로 익숙한 곳이다. , 새우 등 수산물이 넘쳐나는 삼길포 항에서는 아찔한 손맛의 서해바다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삼길포 선상 횟집에서 갓 잡아올린 신선한 회도 맛볼 수 있다. 여름에는 캠핑과 낚시를 하러 온 관광객들로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삼길포 항은 겨울에도 여름철 못지않은 관광객과 인근 주민이 모이는 인기 높은 장소다. 바다 위에 떠도는 유람선과 어선, 푸른 하늘과 바다 사이를 가르는 갈매기, 그리고 쉴 새 없이 바닷길을 알려주는 붉은 등대가 아름다운 경치를 뽐낸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는 지역민과 함께 하는 축제로 매년 삼길포 우럭축제를 개최한다. 우럭뿐만 아니라 선상 횟집에서 갓 잡은 횟감을 한 입 가득 넣고 잘근잘근 음미하는 것은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쾌락이다.

황금산은 몽돌해변과 코끼리바위로 절경을 이룬다. 해가 질 무렵엔 산이 황금색으로 변한다 하여 황금산이라 이름붙여진 이 곳의 입구는 ‘서산 아라메길’ 3코스의 출발지이기도 해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 온다. 해발 200미터도 안 되는 낮은 고도의 산이지만 정상에 오르면 대산 공단 정유공장, 석유화학공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엔 돌로 쌓은 정상 표시가 쓰여 있고, 바로 옆에는 임경업 장군을 모신 황금사라는 사당도 있다. 옛날 주민들은 여기서 풍어와 안전한 어촌 생활을 기원했다고 한다.

도로가 끝나는 곳에 있는 황금산. 그 주변에는 먹거리가 흘러넘친다. 주변엔 가리비 집이 많은데 이 곳에 들른다면 가리비 찜에 해물라면, 해물칼국수를 먹어보길 추천한다. 넘칠 듯 푸짐한 상은 그 자체로도 서산의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