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퇴출과 친환경차 보급이 미세먼지 대책인가?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겸임교수

박장혁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 35조에 명시되어 있는 국민의 권리다. 그런데 요즘 우리 국민들은 그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하다. 미세먼지가 날로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그날의 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언론에서는 거의 매일 미세먼지 관련 기사가 등장하고, 미세먼지의 원인과 대책을 따지는 토론회도 줄을 잇고 있다.

 

얼마전 끝난 대통령선거에서 각 당의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미세먼지 대책을 주요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새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도 업무지시 3호로 6월 한 달간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가동 중단이라는 특단의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만큼 미세먼지의 유해성과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201310월 세계보건기구(WT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석면과 같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였다. 또한 지난해 발표된 미세먼지 피해에 대한 OECD 보고서에는 약 40년 뒤인 2060년에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회원국 중 유일하게 1,000명이 넘으면서 사망률이 가장 높고 경제 피해도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세먼지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는 것이다.

 

지난해 6, 정부는 부처 합동으로 미세먼지 대응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주로 수송부문에 대한 저감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면서 2013년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보고서를 인용하여 수도권 미세먼지 배출 기여도에서 경유차가 29%1(건설기계등 22%, 냉난방 12%, 발전소 11%, 비산먼지 10%)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국을 기준으로 보면 공장 등 사업장(41%), 건설·기계(17%), 발전소(14%), 경유차(11%), 비산먼지(6%) 순으로 경유차는 4위다.

 

정부의 미세먼지 특별대책 세부이행계획에 따르면 미세먼지 저감 예산의 대부분이 수송부문, 특히 친환경차 보급에 집중되어 있다. 2020년까지 신차 판매의 30%를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보급한다는 목표를 150만대로 잡고 있는데, 이는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의 약 7%에 불과하다. 또한 주유소의 25% 수준으로 충전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2020년까지 미세먼지 저감 예산 5조원 가운데 약 70%37,6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실제로 정부의 미세먼지 특별대책 예산을 보면 20174,834억원 중 약87%4,205억원이 수송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그중 약79%3,308억원(전체 미세먼지대책 예산 중 약 68%)이 친환경차 보급 및 인프라 확충 예산이다.

 

미세먼지 특별대책 예산 현황(2016~2017)

(단위 : 억원)

구 분

2016

2017

총계

3,881

4,834

 

합계

3,688

4,509

수송

분야

소계

3,482

4,205

경유차 미세먼지 감축

103

166

친환경차 보급 및 인프라 확충

2,647

3,308

대기오염 심각도에 따른 자동차 운행제한

699

705

건설기계 등 비도로 이동오염원 배출 저감

34

26

산업

분야

소계

131

133

사업장 미세먼지 관리

131

133

생활

분야

소계

75

171

생활주변 미세먼지 관리

75

171

주변국과의 환경

협력

 

주변국환경협력분야

소계

110

110

주변국과의 미세먼지 저감 협력 강화

6

6

국내 신산업의 해외 환경시장 진출 지원

104

104

미세

먼지 예경보 혁신

 

 

 

예보

정확도

취약

계층

분야

소계

83

215

미세먼지 예보정확도 제고

80

211

강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홍보 등

3

4

자료: 환경부

 

이 계획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건지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 경유에 물리는 유류세를 인상하고, 2030년까지 경유차를 퇴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공공기관 신규구매 차량의 70%를 전기·친환경차로 대체하고, 이를 위해 친환경차 구입 보조금 확대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조기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유차와 미세먼지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석유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2008~2013년 수송부문 경유 소비량과 경유차 등록대수는 각각 6%, 21%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미세먼지는 오히려 33% 감소했다. 독일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독일연방통계청에 따르면 독일에 등록된 경유차는 2001636만대에서 20161,453만대로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경유차 비중도 15%에서 32%로 증가했다. 그러나 1995~2015년 수송 부문의 미세먼지 배출은 65% 감소했다.

지금까지의 미세먼지 대책에 오류가 있었고, 새정부의 대책도 걱정스러운 것은 정확한 원인분석 없이 땜질식 처방만 있었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올해 1~3월까지 미세먼지 발생현황과 원인 분석 결과 76%가 중국 등 해외요인에 따른 것이며, 국내 요인은 24%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는데, 국내 미세먼지 배출 원인중 경유차가 11%를 차지한다는 결과를 대비해보면 전체 미세먼지 배출원인중 경유차는 2.6%에 불과하다.

 

양산되는 친환경차의 대부분이 승용자동차라는 점을 감안할 때,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할 경우 대부분이 휘발유/경유/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승용자동차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전체 전력생산량의 40%를 석탄화력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사용을 늘릴 경우 그만큼 석탄화력 발전이 증가하고, 미세먼지도 많아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 무게로 타이어 마모가 늘어 도로 비산먼지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7%도 안되는 수송부문 미세먼지를 잡겠다고 해당 예산의 70%를 사용한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미세먼지 저감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자명한데도 여전히 경유차를 퇴출시키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고집한다는 것은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근시안적인 탁상행정에 지나지 않다. 손쉽게 통제가 가능한 국내 배출원에 대한 규제에 집중된 행정 편의주의적 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은 정부가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경유차 퇴출과 친환경차 보급은 미세먼지 대책이 아니다. 친환경차 보급은 당연히 확대해야 할 일이지만 미세먼지 대책 예산에서 할 일이 아니라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추진하면 될 일이다.

 

앞으로 범정부 기구인 미세먼지위원회를 설치하고 미세먼지를 특별 관리 하겠다고 한다. 위원회가 가짜가 아닌 진짜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국민들에게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