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석유사업법, 어떻게 바뀌는가?

글·김신|석유가스신문 취재팀장

○ 모든 석유대체연료 효과적 관리체계 마련
○ 부과금·비축·품질·등록 등 다양한 의무 매겨
○ 석유와 균형적인 경쟁기반 조성이 핵심
○ 품질보정행위 명시화·사업자 신고의무도 강화

석유사업법이 제정 30여년만에 큰 틀의 변신을 시도한다.

겉모습은 물론이고 속내용도 전면적인 수술이 진행중이다.

1970년 제정 당시 24조로 이뤄졌던 석유사업법은 이번 전면적인 개정으로 무려 50조로 관련내용이 대폭 보강되며 세월의 흐름만큼 복잡다난한 석유산업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석유산업 자율화 등을 이유로 한두차례의 전문개정이 이뤄지기 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석유 및 대체연료 사업법’으로 명칭도 바뀐다.

바뀐 법명에는 이 법이 어떤 변화를 시도하려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석유 이외에도 석유를 대체하겠다는 다양한 에너지가 등장하면서 법이 관리하고 규제하는 테두리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석유산업 자율화의 시행과정에서 돌출된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개선방안들이 마련됐다.

 

석유대체연료 정의 구체화

개정 석유사업법의 큰 틀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 하나가 석유대체연료에 대해 정의하고 관리하고 의무를 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대목이다.

기존의 석유사업법에는 석유제품과 부산물 석유제품, 또 유사석유제품에 대해서만 규정되어 있었지만 개정법률에는 대체연료가 추가된다.

산업자원부가 규정한 석유대체연료의 기본적인 개념은 ‘석탄과 천연가스가 아닌 것으로서 석유제품 연소설비의 근본적인 교체없이 석유제품을 대체해 사용할 수 있는 연료’를 이른다.

“석유는 내국세·부과금·비축에 무겁고 석유대체연료는 관세 하나에 자유신분”

석유제품과 이를 대체하겠다는 다양한 연료 사이에는 상당한 경쟁력 차이가 난다.

일단 석유제품에는 특소세와 교육세, 지방주행세 등 각종 내국세와 수입과 판매과정의 부과금, 품질검사수수료 등 다양한 공적 부담금이 매겨진다.

하지만 석유대체연료에는 모든 것이 생략되고 있다.

생산이나 유통과정 역시 석유제품은 각종 등록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산이나 저장시설 등을 확보하기 위한 의무가 따르지만 석유대체연료는 스스로 알아서 수입하고 사용하거나 판매하기만 하면 된다.

석유제품은 생산이나 판매과정에서 법에 규정된 품질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철저한 의무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석유대체연료는 예외다.

석유제품은 내수판매량의 60일분에 달하는 엄청난 비축을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데 나머지 연료들은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써도 되는 구조다.

결국 현재로서 석유를 대체하고 있는 연료들은 수입과정에서 유일하게 관세만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군장메고 군화신고 뛰는 석유연료와 가벼운 조깅화와 헐렁한 반바지 차림의 석유대체연료는 태생적으로 하늘과 땅만큼의 경쟁력이 차이나고 있다.

석유혼합제품은 기본적으로 원료물질의 혼합방식이나 조성비율에 따라 다양한 파생제품들이 생산될 수 있는데 현재의 법만으로는 그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석유화학제품에 알콜 등을 혼합한 형태의 세녹스가 결국 항소심에서 유사석유로 판명났지만 휘발유를 대신해 사용할 수 있어 대체연료로 육성해야 한다는 생산사의 일방적인 주장이 여론에 먹히면서 한때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석유연료에 물을 혼합해 만드는 에멀젼유는 국내에서만 특허출원건수가 120건을 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 석유수입사가 미국의 대표적인 에멀젼연료회사와 손잡고 국내 양산체제를 구축중에 있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콩기름경유인 바이오디젤이나 발전대체연료인 오리멀젼같은 제품도 경유나 중유를 보완하거나 대신하는 방법으로 보급되고 있다.

이들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불과 3~4년사이의 일로 이제는 석유제품보다 석유대체연료의 종류나 유형이 훨씬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어 정부의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석유대체연료의 정의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들 연료나 관련 사업자들에 대한 각종 의무를 법에서 명시하는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일단 석유대체연료는 산자부로부터 인정을 받은 제품에 대해서만 제조와 유통이 허용된다.

또 석유대체연료에 포함되면 석유제품처럼 각종 부과금이나 비축, 품질관리 의무가 뒤따르고 사업자에 대해서는 등록이나 보고의무가 부여된다

개정 법률에는 석유대체연료에 대해 대통령령에서 별도로 규정하는 비축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에너지수급안보가 절실한 국내 상황에 비춰볼 때 석유대체연료의 활용범위나 유통량이 늘어날수록 비상시에 안정적인 공급방안이 마련돼야 할 필요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석유연료와 마찬가지로 수입이나 판매과정에서 1리터당 36원의 범위안에서 부과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별도의 품질기준을 마련하고 유지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수송연료중 유일하게 대체에너지로 인정받은 바이오디젤에 대해 정부는 산·학·연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품질기준 설정을 위한 전문위원회’를 구성했고 최근 그 결과가 발표됐다.

석유대체연료가 사용되는 폭이 넓어지고 유통물량이 커질수록 차량을 포함한 사용처에 대한 안전한 품질기준이 설정돼야 하고 조세형평성이 고려돼야 하며 안정적인 수급이 담보돼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이번 개정법을 통해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 석유대체연료의 제조자나 판매자에 대해서는 석유사업자들과 마찬가지로 등록의무를 부여하고 각종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나 등록취소를 명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석유사업자 체계적 관리 가능해져

개정법의 또다른 축은 석유유통부문에 대한 제도보완에 있다.

일부 석유사업자들이 조건부 등록제도의 헛점을 악용해 아무런 의무부담없이 편법으로 석유사업자로 활동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산자부는 개정법에서 내인가(조건부등록)이후 일정기간내에 시설요건을 구비해 별도의 본등록을 신청하도록 명문화하고 정해진 기간내에 등록요image건에서 정한 시설을 갖추지 않을 경우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석유사업자들이 사업을 시작할 때는 물론 휴업하거나 폐업할 경우에도 시행령에서 규정한 절차에 따라 산자부나 관할 행정관청에 의무적으로 신고토록 하는 조항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석유사업자들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게 됐다.

산자부가 직권으로 석유사업자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규정도 강화됐다.

이에 따라 1년 이상 석유정제업을 수행하지 않을 경우나 석유비축의무를 위반할 경우, 부과금을 상습적으로 연체하는 정유사는 산자부가 언제라도 등록을 취소할 수 있게 됐다.

석유수출입업자도 1년 이상 관련업을 수행하지 않을 경우 등록을 취소하고 부과금을 상습 연체하거나 비축의무를 위반할 경우 6월이내의 기간을 정해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석유수입업을 등록하고 전량 내수시장에서 석유제품을 조달해 판매하는 ‘무늬만 수입사’인 경우는 산자부 직권으로 등록 취소가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1년 이상 석유판매업을 수행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서도 수출입업자와 동일한 처분이 가능토록 했다.

석유사업자에 대한 사업정지처분에 갈음해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액도 기존의 2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또 석유부과금이나 과징금 징수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징수자는 국세체납처분절차 등에 준용해 국세청장에게 체납업체와 그 대표자에 대한 과세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석유대체연료가 사용되는 폭이 넓어지고 유통물량이 커질수록 차량을 포함한 사용처에 대한
안전한 품질기준이 설정돼야 하고 조세형평성이 고려돼야 하며 안정적인 수급이 담보돼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이번 개정법을 통해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석유수입사들의 보세지역내 품질보정행위에 대한 불법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이와 관련한 규정도 신설했다.

산자부는 석유사업법의 품질기준에 미달하는 석유제품을 그 기준에 맞도록 조정하는 행위를 「석유제품의 품질보정행위」로 규정하고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세부내용을 규정할 예정이다.

석유사업자의 지위를 승계할 경우 전 사업자의 행정처분을 인수사업자가 승계하되 변경등록과정에서 행정처분이나 법위반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점을 관할 행정기관이 인정할 경우는 예외로 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이에 따라 사업장을 새롭게 인수하는 사업자에게 과거 사업자의 법률위반이나 행정처분결과가 부당하게 승계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석유사업법령에서 각 사업자별 고유의 석유거래형태를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개정 석유사업법에 명시된 행위의 금지조항에는 산자부가 대통령령으로 별도로 정한 석유사업자 외의 석유판매업의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산자부가 이 조항을 신설한데는 석유사업자별 고유의 업무영역을 명확하게 구분짓고 그 범위는 넘어서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가 높다.

다만 최상의 석유공급자인 정유사나 석유수입사에 대해서는 일정 규모 이하의 제품 상호교환이나 판매행위는 허용하는 탄력성을 뒀다.

또 석유사업자도 아니면서 불법으로 석유제품을 구입해 무자료로 판매하는 불법 무자료 거래행위에 대해서도 차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명시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석유경쟁력 인위적 제한은 곤란

이번 개정 석유사업법의 가장 큰 의미는 바뀐 법명칭에서 유추할 수 있듯 석유와 석유대체연료가 건전한 경쟁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한다는데 있다.

석유대체연료가 석유제품과 품질이나 용도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도 세금이나 부과금, 비축, 품질관리 등 다양한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생산이나 유통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게 된다면 에너지수급이나 조세형평성이 왜곡될 수 있고 유통질서가 문란해지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될 것이 분명하다.

에너지의 경쟁력과 수급구조가 정부정책에 따라 얼마나 달라 질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심각한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는 에너지세제재조정의 핵심 역시 제조나 수입원가가 비슷한 수송연료들을 환경성이나 효율 등 다양한 이유로 정부가 나서 인위적으로 세금을 조정해 경쟁력을 차등화시키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석유화학공정의 부산물이라는 이유로 한때 정부의 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등유나 중유에 비해 탁월한 경쟁력을 유지했던 부생연료유가 얼마나 유통시장을 왜곡시켰는지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사석유인 세녹스가 ‘첨가제’와 ‘석유대체연료’ 사이에서 줄을 타며 석유연료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던 것 역시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각종 제세부과금이나 비축의무 등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이번 개정 석유사업법의 가장 큰 의미는 바뀐 법명칭에서 유추할 수 있듯
석유와 석유대체연료가 건전한 경쟁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한다는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시행령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될 석유대체연료의 범위에 따라 향후 우리나라의 에너지믹스와 수급, 연료간 경쟁력은 상당한 명암이 엇갈릴 것이 분명하다.

오리멀젼의 경우 벌써부터 주요 수입사들을 중심으로 석유대체연료에 포함되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오리멀젼을 수입해 자체 소비하고 있는 삼성정밀화학이나 남부발전은 ‘오리멀젼이 천연역청에 물을 섞은 제품으로 특성상 석유제품과 다르다’는 이유를 내세워 석유대체연료에 포함되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리멀젼이 석유대체연료에 포함될 경우 부과금이나 비축, 품질유지 등 다양한 의무를 질 수 밖에 없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유업계는 ‘중유를 대체해 사용되는 연료인 만큼 석유와 동일한 의무가 부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일한 용도로 사용되는 연료간에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으로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베네수엘라에서만 생산되는 오리멀젼이 안정적인 수급에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한 논의는 국회 국정감사나 정부차원의 조사과정에서도 충분히 밝혀진바 있다.

세계 5위의 산유국이기도 한 베네수엘라는 고질적인 정정불안과 석유노조의 파업 등으로 국제유가를 끌어 올리고 수급비상을 야기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2년 오리멀젼의 도입타당성검토를 목적으로 베네수엘라 현지를 방문했던 정부조사단 일행조차 ‘정부차원의 개발타당성 조사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결론내린 바 있다.

베네수엘라의 정치불안이 극심하고 로비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정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오리멀젼 생산 모듈(Module)의 추가 개발여부 등 어느것 하나 명확하고 투명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쟁연료인 중유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발전사들을 중심으로 수입, 사용되고 있는 오리멀젼이 석유대체연료에서 조차 제외될 경우 경쟁연료인 중유는 발전연료의 부족사태 등에 대비한 ‘예비연료’라는 부담만 지게 되고 사실상 판로가 막히는 것이 불가피하게 된다.

지난 2002년말 일본 동경전력내 원전사고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야기된 LNG수급사태는 향후 우리 정부의 대체연료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일본내 원전사고로 발전연료대체가 불가피했던 전력회사들은 LNG사용을 늘리면서 그 파장이 역내 국가의 수급부족현상으로까지 확대됐다.

남부발전을 시작으로 점차 사용대상발전사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오리멀젼의 경우 적절한 수급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강조할 필요성조차 없다.

정제산업의 특성상 중유생산이 불가피한 정유업계는 대정부 건의문 등을 통해 오리멀젼과 중유간에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줄기차게 요청하고 있다.

석유사업법에 대체연료를 포함시켜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오리멀젼에 대한 처리결과에 따라 본래의 취지를 지켜내느냐 아니면 훼손되느냐의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