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자동차의 기술발전과 미래

배충식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2015년 말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는 전세계를 뒤 흔들어 놓았다. 고리타분 하리만큼 정직한 이미지의 그들이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세계는 경악했고 ‘클린디젤’이라 불리우는 기술은 피노키오의 이미지로 둔갑 되었다. 디젤엔진을 소유한 소비자는 환경을 생각하지 않은 몰상식한 사람이 되었으며, 우리 정부는 디젤엔진을 친

환경자동차 기술개발 목록에서 배제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있다. 폭스바겐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범죄적 사실은 단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스캔들로 얼룩진 과학적 사실은 바로잡았으면 한다. 혹 이와 같은 스캔들로 인하여 현존하는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변환 기술을 경외 시 하는 일이 발생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내일의 자동차의 모습을 예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자동차를 움직이는 심장격인   동력기관의 종류를 예단하는 데에 있어서는 고려할 점이 많아서 더욱 어렵다. 지금은 가솔린과 디젤엔진이 양분하여 대부분의 자동차를 움직이고 있다. 배터리와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가 머지 않아 내연기관을 대체하여 자동차 동력 기관의 주종을 이룰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고, 수소와 산소를 연료로 하여 전기를 얻는 연료전지 기관이 미래의 모습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2030년 혹은 2050년의 동력기관별 점유율을 예측하는 미래자동차에 대한 시나리오는 국가별, 권역별, 국제기구별로 수십, 수백 가지에 이르러 종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기술 예측 시나리오가 너무나 다양하다 보니 미래자동차기술을 개발하는 정책이나 연구개발 전략이 마치 도박처럼 다루어 지기도 한다. 이와 같이 자동차기술 R&D 전략을 수립 하는 것은 우리의 경제 및 에너지 안보를 결정하는 일이니 어렵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을 통하여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미래의 자동차 동력을 개발하는 것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할 점으로는 에너지 안보, 경제성, 환경성, 기술성을 들 수 있다. 권역별로 시간대 별로 지구 에너지 자원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지에 따라 우리의 에너지 안보가 결정되어, 다양하고 불확실한 에너지 자원별 공급 시나리오를 고려하여 에너지 자원의 쓰임새를 다양화 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에너지 안보 현실이다. 에너지원 변화에 따른 전주기적 경제성과 환경성 분석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져야 도박 같은 무리수를 피해갈 수 있다. 이렇듯 고려할 점이 많은 특성과 각 고려사항이 갖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많아 어느 한 기술에 집중하는 올인 전략은 에너지 기술전략에서는 배제하여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총 7번에 걸쳐 2050년 에너지기술전망을 발간하였다. 최초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기준으로 Base Line, ACT MAP, BLUE MAP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였고, 2010년에 위 3가지 시나리오가 각각 6DS (6 Scenario), 4DS (4 Scenario), 2DS (2 Scenario)로 변형되어 시나리오 분석을 실시하였다. 자동차 기술 시나리오의 가장 현실적인 6DS는 내연기관의 중심에 더해, 저탄소 연료의 적용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확대를 전망하고 있는 반면, 가장 이상적인 2DS는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 전기자동차,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판매의 최대화를 전망하고 있다. 주목해야 될 점은 가장 이상적인 2DS도 최근에 세계 주요 이슈에 의해 내연기관의 확대를 반영하는 추세에 있다.

지구환경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태양광, 풍력, 수력, 조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원으로 발전을 하여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동력 자동차는 공해도 없고 온실가스 발생도 없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순환을 달성할 수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미래 자동차의 모습으로 꼽힌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비용이 많이 들고 전기 저장 장치인 베터리의 에너지 밀도, 동력 밀도, 내구성 등에서 아직 기술적 성숙도가 떨어져서 가까운 시일 안에 자동차 동력의 대세를 이루기에는 무리가 많다. 석탄 40%, 천연가스 20%, 원자력 35%, 나머지 5%로 구성된 우리나라 발전원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은 전기 발생단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등 공해물질을 고려하면 반드시 청정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발전 에너지자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전기 동력을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를 줄이는데 드는 비용은 가솔린, 디젤 등 내연기관에 비하여 20-30배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아울러 전기 충전 구조를 전 사회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인프라 스트럭쳐(Infrastructure)의 숙제도 크다. 이렇듯 전기동력자동차는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운 부분이 많고 아직 해결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최근 국토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전략에 따르면 연간 1700만톤의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하여 기존 내연기관의 연비개선(목표: 22.3km/l)을 통하여 1200만톤, 전기차 100만대 보급으로 130만톤, 하이브리드자동차 400만대 보급으로 260만톤의 저감을 예상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실효성 있는 이산화탄소저감을 위해서 내연기관의 연비 개선이 필수적이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자동차 동력기관을 대표하는 가솔린 엔진, 디젤엔진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석유 연료를 이용하여 저렴하게 큰 힘을 내는 장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100여년의 기술개발을 통하여 가솔린엔진은 38%, 디젤엔진은 43%의 제동열효율을 달성할 정도로 기술적 성숙도가 높다. 최근에는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조합한 하이브리드기술로 그 효율을 더욱 높이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내연기관이 갖고 있는 경제성과 기술성은 장점으로 말미암아 내연기관의 효율 향상이 온실가스 저감에 미치는 영향은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이상적인 시나리오 마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성이 도리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고려사항과 기술개발 추세, 에너지원 공급 등 현실을 감안하여 미국에너지정보관리원(EIA;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이 올해 발표한 수송부문 에너지원 전망에 따르면 2040년에도 가솔린 33%, 디젤 33%, 천연가스 11%, 항공용 제트연료 14%로 구성되어 있고, 나머지 9%가 선박용 중유, LPG 등 대체연료, 바이오 연료, 전기 동력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즉 석유가스계 연료를 위주로 하는 화석연료는 그 경제성과 에너지안보의 중심축으로서 당분간 안방을 차지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많은 시나리오들을 분석해 보면 2050년이 되어서도 80~90% 자동차는 내연기관이 동력을 담당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앞에서 말한 에너지 안보, 경제성, 환경성, 기술성을 모두 고려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들은 에너지 분야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다양한 연구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그 예로서 미국의 Super Truck Program (디젤엔진 제동열효율 55% 목표), 일본의 SIP(내연기관 제동열효율 50% 목표), 스웨덴의 THE60(내연기관 도시열효율 60% 목표), 유럽의 HORIZON 2050 등의 사업들이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솔린, 디젤, 대체연료(LPG, CNG, 바이오연료) 등을 기반으로 하는 내연기관 R&D를 부흥하여 기술 고도화를 이루어 내고,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연료전지차 분야의 기초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상식적인 LCA(Life Cycle Assessment; 전주기적 분석)을 통하여 급변하는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개정하는 노력을 기울려야 할 때이다. 

이와 같은 보고서 및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디젤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내연기관기술이 향후 에너지 변환기술에서 중추적 역할을 차지 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 기업이 저지른 부도덕한 행위로 인하여 유한한 화석에너지를 가장 효과적/친환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디젤엔진기술이 사장(死藏)되어야 하는 기술로 오도(誤導)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현시점에서 ‘디젤 게이트’ 사건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한다. 범죄적 사실과 과학적 사실을 분리한 성숙한 안목이 지식적 재산으로 국가의 기반을 마련한 우리를 한층 발전된 미래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송분야 에너지 시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