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에너지 정책과 우리의 대응

 

김연규 교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적인 에너지 정책에 온 세계가 생소해 하는 것은 자원 개발에 관한 국가이기주의는 이제까지 주로 중동, 아프리카, 러시아 등 자원생산국의 전유물로만 여기던 고정 관념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트럼프 신행정부의 에너지정책의 유래와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왜 미국이 현 시점에서 국수적인 에너지정책으로 갈 수 밖에 없는지를 논의해 보고자 한다.

 

 

트럼프정부의 에너지정책의 핵심 목적은 석유, 가스, 석탄 생산의 부활을 통해 중동 생산국들로부터의 에너지독립을 실현하고 동시에 미국 중산층의 생활 향상을 가져오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유, 가스, 석탄생산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초점을 두었던 오바마 정부의 정책이 미국의 에너지안보를 위협하고 화석연료 생산에 의존하던 많은 미국의 중산층 가구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논리이다. 여전히 미국은 800조원의 무역적자를 겪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에너지수입 대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대외안보와 경제를 위해 석유, 가스, 석탄을 계속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내용적인 면만 놓고 보면 미국의 에너지정책이 아니라 중동의 한 국가의 전략과 너무나 유사한 점이 흥미롭다.

미국의 몬태나, 다코다, 오하이오, 팬실바니아, 와이오밍과 같은 화석연료 생산이 집중되어 있는 들이 오마마 정부의 기후변화, 재생에너지 위주의 각종 규제들로 재정적으로 위기에 처할 상황이라는 점이 부각되었으며, 해당 기업들은 오바마 정부의 환경관련 규제로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불만들이 언론에 보도되곤 하였다.

트럼프가 주요 철폐대상으로 규정하는 규제에는 탄소배출 관련 규제와 송유관, 가스관 관련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큰 폭발력을 가진 것으로 연방소유 토지에 석유가스 개발을 개방하는 것이 있다. 최근 몇 년동안 미국의 석유가스 생산은 괄목할 만한 생산 증가를 가져왔는데 이제까지 석유가스 개발은 주로 사유지와 주정부 토지에서의 개발에 국한되었었다. 트럼프 정부가 새롭게 고려하고 있는 이미 하원과 상원에 제출된 법안은 연방정부 토지 소유권을 주정부에 넘겨주고 석유가스 개발 허가권 (oil and gas drilling permits)을 현재의 내무부에서 정부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네바다, 유타, 알라스카, 오레곤, 캘리포니아, 워싱턴 등은 연방정부가 전체 토지의 약 80 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는데 따라서 현재는 많은 석유가스 개발 인허가는 연방정부의 소관인 것이다. 이 경우 석유가스 생산의 폭발적인 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

 

왜 트럼프 정부와 상당수의 미국사회는 이러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일까? 현재 전세계의 석유 수요는 약 90 MBD (million barrel per day)으로 매년 약 1 MBD(백만 배럴)이 추가로 늘어나는 추세를 이어왔다. 현재 전세계에는 약 9억대의 자동차가 존재한다. 자동차에 소요되는 석유량은 19 MBD로 석유수요의 20 퍼센트는 내연기관 가솔린 자동차 연료에 충당된다. 철도, 트럭, 항공, 해운 등 전체 운송분야를 모두 합치면 석유수요의 55 퍼센트 정도가 소요된다. 나머지 30 퍼센트 정도는 산업용으로 분류된다.

직접적인 측면에서는 미래 석유수요는 전기자동차 (EV: Electric Vehicles)의 개발과 확산 속도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전기차 확산에 가장 주력한 국가는 노르웨이이다. 노르웨이는 세계에서 1인당 전기차 보급대수가 가장 많은 국가이다. 지난 7년동안 전기차 보급이 매년 110 퍼센트 씩 증가하였다. 노르웨이의 전기차 급증은 그러나 석유수요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고 오히려 노르웨이의 석유수요는 소폭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유는 전기차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디젤과 가솔린 자동차 전체가 전기차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했으며, 특히 최근에는 정부가 전기차 구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전기차 확산 속도가 급속히 느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4-2015년 내연기관자동차 판매대수가 1650만대에서1750만대로 늘어난 반면, 전기차 판매대수는 122,438대에서 116,099로 감소하였다. 선진국에서 조차 전기차의 석유수요에 대한 여파는 단기간에는 크지않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들이 아직 다수이다.

BP 에너지전망(Energy Outlook)은 이러한 견해를 잘 대변한다. BP에 의하면 향후 20년동안 오일 수요는 20 MBD가 늘어난다. 운송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13 MBD이며, 특히 이 가운데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5 MBD이다. BP2035년 전기차 대수는 7천만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 자동차도 현재의 9억대에서 2배가 늘어 18억대에 달하게 된다. 전기차 비중은 2035년에도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이미 상당기간 중동과 OPEC,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부터 미국, 캐나다 등 신규 생산국으로 생산축이 다변화 되면서 생산국간 공급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매장된 화석연료를 생산 수출하기 이전에 묶인 재산” (stranded assets)이 되고 원유 이외에 경쟁적인 에너지원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도 석유생산국들의 전략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 한 연구에 의하면 지구 기온 상승을 2도로 억제하려면 중동 국가들의 총 매장량 가운데 38 퍼센트의 화석연료가 묶인 자산” (stranded assets)이 될 것이라고 한다. 반면 미국의 수치는 6 퍼센트에 불과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제한된 시간에 이제는 가능하면 많은 원유를 생산해 수출함으로써 저유가를 유도하고 저유가가 다시 수요를 늘리도록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피크수요로 인한 리스크를 고비용 셰일 생산국인 미국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국내 에너지규제 철폐가 계획한대로 실행된다면 미국의 셰일생산량 추이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OPEC과 비OPEC 감축분은 미국의 셰일 생산량 증가에 의해 감축 효과가 금방 상쇄될 것이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2017년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60-70만 배럴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결과적으로 저유가 상황속에서 재정적 압박을 심하게 겪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먼저 감축에 나서게 된 것이며, 미국은 기술개발과 비용감축으로 저유가를 견딘 이후 이제는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은 또 하나의 한국 에너지안보에 대한 도전이자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우선 에너지수요가 향후 급증하게 되는 아시아지역에 위치해 중국, 동남아등 주요 에너지수요국의 에너지수요 안보 경쟁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한국은 중동지역에 수입처가 편중되어 있고 계약과 가격 등 불공정한 시장상황에 처해 있어 일본, 중국 등 주요 수입국과 함께 에너지시장을 개선시켜 나가야 하는 위치에 있다. 한국은 또한 신기후체제속에서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로 전환해 나가야 하는 전환점에 있다.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계획의 주요 기조를 한국이 처한 에너지안보 상황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