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에너지 세제 도입의 필요성과 과제

 

에너지정책학과 유 승훈 교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장

 

환경과 안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에너지 세제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우리는 발전부문에서 온실가스를 대폭 감축해야 한다. 하지만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미세먼지까지 많이 배출하는 석탄발전소는 현재 가동률을 높이면서 그 숫자 또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반면에 석탄발전과 비교할 때 온실가스를 절반 이하로 배출하면서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가스발전의 가동률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저탄소 연료인 천연가스의 가격이 고탄소 연료인 석탄의 가격보다 비싼 것도 한 가지 원인이지만, 천연가스에 붙는 세금 및 부담금이 석탄에 비해 높은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즉 천연가스는 저탄소 연료이기에 우대를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작년의 경주지진 발생 이후로 국민들의 수용성이 크게 떨진 원전은 면세라 가동률을 높이면서 새로 더 지어질 예정이다. 특히 가스(열병합)발전과 달리 석탄발전 및 원전은 공급지와 수요지가 서로 달라 장거리 송전탑이 필요하여 사회적 갈등 또한 증가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소비세 또는 환경세 등의 명목으로 에너지원간에 조세를 차등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즉 석탄에 세금을 많이 매기고, 천연가스(열병합)발전에는 세금을 낮게 매기거나 면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원전에 대해서도 세금을 매기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와 반대로 석탄에 세금을 매우 낮게 매기고, 천연가스(열병합)발전에는 세금을 높게 매기며, 원전에 대해서는 면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즉 선진국들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에너지 세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는 에너지 세제가 석탄 및 원전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에너지 세제가 환경비용, 안전비용, 갈등비용 등의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이다.

 

과세 형평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현행 에너지 세제

 

2017년 정부예산을 기준으로 할 때, 에너지 관련 조세 수입은 전체 국세 수입의 약 11%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약 88%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를 넘지 않는 수송용 연료인 휘발유 및 경유 등에 집중될 예정이다. 하지만 OECD 국가들의 수송용 에너지 비중은 20%를 상회하여 우리보다 높은 반면에 수송용 연료에 부과되는 세금의 비중은 70%를 넘지 않는다. 즉 우리는 수송용 에너지에 세금이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으며, 전력, 석탄, 가스 등 타 에너지원에 비해 징벌적이라 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세율(162분기 기준 휘발유 가격의 62.5%, 경유 가격의 54.4%)이 적용되고 있어서 에너지원간 과세 형평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세계 최고 수준의 정유플랜트를 갖고 있는 우리의 탈석유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전력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정의되는 전기화의 속도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국가 대부분은 전력에 환경세 또는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 및 오스트리아는 주택용 전력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3.3% 38.9%이다. 반면에 우리는 환경세 또는 소비세를 전혀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는 에너지 믹스 조절의 실패로 배출하지 않아도 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더 많이 배출했으며 수입하지 않아도 될 에너지를 더 수입했음을 의미한다.

 

에너지원간 과세 형평성을 담보하기 위해 통합 에너지 세제를 도입해야

 

따라서 바람직한 에너지 세제 개편을 위해서는 에너지원간 세금부과의 균형 확보가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 통합 에너지 세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수송용과 비수송용을 구분하여 차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수송용 에너지와 비수송용 에너지를 구분하지 말고 일관된 세금 부과 기준을 적용하면서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즉 각 에너지원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비용을 정확하게 산정하여 이에 비례하는 일관된 기준으로 과세를 하는 통합 에너지 세제를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환경세 명목으로 석유제품에 과세를 한다면 석탄 및 전기에도 충분한 수준의 과세를 해야 하며, 안전세 명목으로 석유제품 및 가스에 과세를 한다면 우라늄이나 원전에도 과세를 해야 한다. 혼잡세 명목으로 수송용 석유제품에 과세를 한다면 전기차 및 압축천연가스 차량에 대해서도 유사한 수준의 과세를 해야 한다. 휘발유차나 경유차를 사용하면 혼잡을 더 많이 일으키고 전기차나 압축천연가스차를 이용하면 혼잡을 덜 일으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경유가격의 절반 이상이 세금인 상황에서 경유에 대한 세금 인상을 통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들의 부담만 늘리면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미세먼지 배출 원인은 다양한데 경유차 소유주에게만 부담을 집중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경유는 화물차를 모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이용하는 서민 필수 연료이기 때문에 세율 인상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주로 저소득층의 난방연료로 사용되는 등유에 과거 골프용품, 요트 등 사치품에 대해서도 폐지된 특별소비세를 이름만 개별소비세로 바꿔 과도하게 부과하는 것 또한 에너지복지에 역행하는 처사다. 세계에너지기구(IEA)“Energy Prices and Taxes”에 따르면 20163분기 우리나라의 등유 가격 및 가정용 도시가스 가격은 각각 996.2(USD/toe) 622.8(USD/toe)로 전자가 후자의 약 1.6배 수준이다. 통상 도시가스 미공급지역인 서민층 주거지역에서 난방연료로 등유가 사용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서민용 연료가 더 비싼 상황이므로, 에너지복지를 감안하여 등유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세제의 왜곡은 에너지 믹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 에너지 소비를 왜곡하고 온실가스 배출, 미세먼지 배출, 사회적 갈등, 무역수지 악화를 더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에너지원간 환경비용, 안전비용, 갈등비용 등의 사회적 비용을 엄밀하게 평가한 결과에 근거하여 에너지 세제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세제를 개편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 믹스를 재정립해야 한다. 따라서 국민들의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세수 중립이라는 대전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현재 면세인 우라늄 또는 원전에 대한 세제 신설, 석탄발전에 대한 과세 강화, 가스(열병합)발전에 대한 과세 완화 또는 면세, 전기에 대한 세제 신설, 수송용 연료에 대한 과세 완화가 추진되어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과 안전이라는 국민들의 가치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