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망(내연기관과 전기차)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항구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동력 자율주행차시대로 전환
자동차산업에서의 파괴적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기술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동력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의 스마트화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혁신 속에 우리 자동차업계는 내우외환에 직면해 있다. 수출과 생산이 감소하고 통상환경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 자동차업계는 모방을 통한 빠른 추격자 전략과 수직통합적인 산업구조 및 준 폐쇄적인 거래구조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자동차생산국이자 6위의 수출국으로 성장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자동차 수출국이었지만 멕시코의 자동차산업이 외국인 직접투자에 힘입어 급성장하면서 수출순위에서 우리를 밀어냈으며, 완성차 생산에서도 우리를 바짝 뒤쫒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20년에 인도와 멕시코 다음의 세계 7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밀려나면서 브라질의 추격을 받을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는 부품과 소재산업내 협력업체들의 지원을 통해 성장해 왔다. 그런데 최근 자동차 부품과 소재 구성이 변화하고 소프트웨어와 통신네트워크 등 정보통신기술 산업과의 융합이 확산되면서 우리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에서 하드웨어인 자동차와 소프트웨어 및 통신 네트워크간의 융합인 다중융합(Trivergence)이 진행되고 기초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한 과학의 융합(Convergence of science)도 일어나고 있지만 국내 관련 기업간 협력과 기초 원천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의 지속적인 혁신에 따라 자동차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연 120조원에 달하고 있으나 우리 자동차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7조 원을 약간 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엔지니어도 독일이 10만 명을 넘어섰으나 우리나라는 2만 명에도 못 미치고 있다. 선진국과 중국은 전기동력 자율주행차의 보급 확산을 위해 관련 하부구조를 확충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하부구조를 활용할 전기차 판매도 부진하고 자율주행 시험 차량과 시험 설비도 부족한 실정이다.
백가쟁명 속의 전기동력 자율주행자동차
근래 국내에서는 자동차업체들이 패러다임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우리 정부가 너무 편향된 자동차산업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동시에 일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둘 다 틀렸다고 본다. 전술한 바와 같이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소위 잠행혁신(stealth innovation)을 촉진하고 있고, 정부의 자동차산업 육성정책도 전기차와 자율자동차에 이어 내연기관의 효율성 제고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소통과 정보, 그리고 홍보 부족이 이러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130년의 역사를 보유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자동차업계로서는 우리 정부 뿐 아니라 선진국 정부의 자동차산업 정책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주요 자동차시장 보유국 정부는 연비 및 환경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 인력 양성, 관련 하부구조의 구축과 특허 출원 및 시장정보 제공 등 기업지원을 강화해 왔다. 물론 이러한 정책에 자동차산업 이해관계자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오해와 부정적인 인식이 대두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자동차산업이 독점구조로 바뀌고 금융위기 이후 급성장하자 자동차산업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각도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가 자동차산업에 대한 연구개발 예산 지원이다. 상당수의 자동차산업 이해관계자들은 자동차산업이 웬만큼 성장했으니 이제 자율적인 혁신이 가능하고, 독점구조이니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도 특정업체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은 정보통신기술산업, 소재산업, 에너지산업, 서비스산업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내 기업의 자동차사업 진출을 촉진하면서 투자와 고용 증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선진국과 중국 정부는 자동차산업의 생태계가 확장되자 자동차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생산유발 효과와 고용창출 효과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왜 정부가 전기자동차에 대해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느냐고 반문하지만 환경과 에너지 문제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정책이다. 오히려 정부의 충전 하부구조 구축이 지연되면서 우리나라는 초기시장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과 중국 정부는 전기동력 자율주행차에 대한 연구개발에 수 조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자동차산업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규모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자동차산업과 연관산업에 대한 정부의 연구개발을 비롯한 각종 지원을 어떻게 하면 증대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
2030년까지 내연기관의 수요 주도 속에
전기동력 자율주행화가 점진적으로 추진될 전망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으나 수요 구조의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이 2030년까지의 자동차 수요와 파워트레인 구성을 전망해 본 결과 전세계 자동차 수요는 2016년의 9,150만 대에서 2030년에는 1억 2,000만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자동차 모델별 판매는 2030년에 전기동력 자동차가 3,700만대, 화석연료 내연기관 자동차가 8,3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2016년 전기동력 자동차의 세계 수요는 230만대, 화석연료 내연기관 자동차는 8,820만대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파워트레인 별로는 배터리 전기차가 900만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가 1,000만대, 하이브리드 카가 1,800만대에 달할 예상이다. 하이브리드 카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카가 소형 엔진을 탑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내연기관의 수요는 물량기준으로 감소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은 향후 주요국의 환경 및 연비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겠지만 전기동력 자동차 구매 보조금 지원이 2020년 이후 중단되고, 세계 자동차 수요 증가를 신흥개도국이 주도할 것이라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당분간 세계 자동차 수요는 연평균 2% 내외의 증가율을 유지할 전망이다. 자동차 수요 증가를 주도해 온 신흥개도국의 경제가 서서히 회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전기동력 자동차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시현할 예상이다. 금년에 세계 전기자동차 수요는 100만대를 넘어서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1%를 넘어설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혁신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1%를 넘어설 경우 빠른 수요 증가세가 나타난다. 전기차 역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나 전술한 바와 같이 주요국 정부가 구매 보조금을 점차 축소 조정할 계획이어서 관망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그 동안 전기차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해 온 충전하부구조가 확충되면서 수요를 견일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 6월 말이면 국내에도 2,000여기에 달하는 급속 충전기를 포함해 2만여기의 충전기가 보급될 계획이다. 선진국에서는 무선 충전기의 보급도 확산되고 있는데 금년말이면 5만기가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기자동차 수요는 보조금 지급이 중단될 경우 일시적으로 수요가 둔화되었다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시 증가할 예상이다. 신흥개도국의 경우 전기자동차의 보급은 전력 공급과 충전 하부구조 구축 비용 등의 문제로 제한적일 전망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자동차용 화석연료 수요는 내연기관의 효율화와 함께 전기동력 자율주행자동차의 보급이 확산되더라도 2030년까지는 2016년에 비해 감소하지 않을 전망이다.
<그림> BP의 자동차부문 화석연료 수요 전망
주 : 전기차 보급이 완만히 진행될 경우
주 :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확산될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