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기행 (8) - 호주

 

머릿속에 캥거루가 떠오르는 큰 섬나라 호주가 이번 산유국 기행의 주인공이다. 섬나라인 덕분인지 인간의 손길이 덜 미친 덕분에 다양한 천연자원의 보고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자원이 잘 보존된 만큼이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관광지로 명성이 자자하다.

 

불투명한 미래의 호주 석유산업

호주에서 최초의 시추는 1892, 적극적인 탐사까지 진행된 시기는 1953년으로 알려져 있다.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은 때는 1965년이다. 남호주 배스 해협에서 첫 대규모 유전 발견 후 1969년까지 4개 지역으로 유전을 넓혀가면서 석유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급용으로 사용하다가 1970~80년대에는 상당량을 국외로 수출할 정도에 이른다. 허나 1990년대 이후 국내 석유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마땅한 대형 신규 유전을 꾸준히 발견하지 못하면서 호주의 석유산업은 큰 성장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생산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노후 유전을 대체할만한 것이 나타나지 않는 한 호주의 석유산업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런데 2013년에 재미난 일이 벌어진다. CIA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까지만 해도 호주의 석유매장량은 세계 29위인 33 1,800만 배럴이었다. 분명 세계 석유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낼만한 정도는 아니다. 호주 자원개발업체인 링크에너지가 2,330억 배럴의 석유를 발견했다고 2013년 발표한 순간 분위기는 반전된다. 석유 매장량 순위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선 것이다.

그러나 마냥 장밋빛 미래가 다가온 것은 아니었다. 일반적인 원유가 아니라 셰일 오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채굴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생산단가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제약으로 인해 현재까지도 미국 외에는 셰일 에너지를 개발하는 곳이 전무한 수준이다.

문제는 또 있다. 호주는 환경문제에 민감한 나라다. 이로 인해 석유를 포함해 많은 자원개발사업들이 발목을 잡히는 사례가 많다. 지난 2016 10월에는 메이저 석유 기업인 BP가 환경단체와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몰려 유전 시추 계획을 포기하기도 했다. 동일 지역에서 탐사를 추진하는 메이저 석유 기업 셰브론이나 호주 석유 기업인 산토스 역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특히 셰일 에너지 채굴은 환경오염에 더 큰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문제가 크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 때문인지 정부의 석유산업에 대한 기대치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이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후된 정제시설은 폐쇄하거나 단순 저장 터미널로 전환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결국 호주의 석유산업은 당분간 큰 변화 없이 현 상황을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하면 생각나는 오페라 하우스

호주를 대표하는 도시 시드니는 세계 3대 미항으로 유명하며 호주 여행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필수 코스다. 다양한 볼거리들이 넘쳐나는데 대표적인 것을 꼽는다면 역시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가 있다.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건축물인 오페라 하우스는 호주 여행에서 한번은 꼭 봐야할 곳이다. 1957년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서 우승한 덴마크 건축가 예른 웃손이 설계했고 1973년에 문을 열었다. 마치 돛을 올리고 범선이 항해하는 것 같은 특이한 지붕 모양을 어떻게 창안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는데 오렌지 껍질에서 떠올린 것이 가장 유력하다고 전해진다.

오페라하우스는 1,500여석의 오페라 극장과 2,600여석의 공연장을 비롯해 극장, 전시관, 도서관 등이 모여 있는데 방 개수만 1천개가 넘는다고 한다. 다양한 음악 콘서트가 열리는 콘서트홀에서는 1500개의 파이프와 5단 건반으로 이뤄진 세계 최대 규모의 기계식 오르간이 인상적이다. 오페라 극장은 오페라와 발레, 댄스 공연이 주로 진행되는 곳인데 호주 미술가 존 코번이 만든 무대 커튼 ‘태양의 막’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문화 중심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공연이 없는 날에도 많은 시드니 시민들이 이곳을 찾아 휴식을 즐길 정도로 일상에 잘 녹아들어 있다.

오페라 하우스를 방문하면 근처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아치형 다리 하버 브리지(Harbour Bridge) 역시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외관 때문에 시민들에게 ‘옷걸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하버 브리지는 오페라 하우스와 함께 시드니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길이 1,149m에 높이 134m, 49m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며 다리를 건너는 브리지 클라이밍이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2~3시간 정도 소요되며 체험 시간에 따라 요금에 차이가 있다. 다리 상단에 위치한 파이론 전망대는 오페라 하우스가 가장 가깝게 보이는 곳으로 멋진 경관 덕에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는 곳이라 한다.

 

호주의 그랜드캐니언 블루마운틴

시드니 서쪽 약 100km 근방에 위치한 ‘블루마운틴’은 푸른 안개 덕에 이 같은 지명을 얻게 된 곳이다. 코알라들이 참 좋아하는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증발된 유액이 햇빛과 만나면서 환상적인 푸른 안개가 조성된다고 한다. 시드니 사람들이 등산을 위해 이곳을 찾곤 하는데, 관광객들은 궤도열차와 케이블카를 타면 다리 아플 걱정 없이 편하게 블루마운틴을 둘러볼 수 있다.

100만 헥타르 규모의 울창한 숲에서 다양한 종류의 희귀식물과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블루마운틴의 최고 명소는 ‘세 자매 봉(Three Sisters)’을 볼 수 있는 에코 포인트다. 한 마법사가 마왕에게서 딸 셋을 보호하고자 돌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깃든 3개의 융기한 사암바위인데 탁 트인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호주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km가 넘는 산책로 그레이트 오션로드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멜버른은 고풍스런 유럽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3,000여개의 레스토랑이 미식가들을 유혹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며, 패션, 문화, 이벤트 등을 중심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멜버른 교외에는 이곳을 대표하는 관광지 ‘그레이트 오션로드’가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으로 비유하자면 제주 올레길 정도랄까? 200km가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 바닷가를 따라서 걷다 보면 그 아름다운 풍경에 푹 빠져들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곳은 로크 아드 고지와 12 사도 상 등이 있다.

12 사도 상은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12개의 기암괴석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예수의 12제자가 떠오른다고 해서 지은 이름인데 정말 절묘한 네이밍 센스를 엿볼 수 있다. 이름만 듣고도 찾아올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12개가 아니라 8개만 남아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2천만 년 전에는 지금 형태가 아니라 하단은 구멍이 있고 상단은 육지와 연결되는 아치 형태라 파도가 드나들곤 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파도와 바람에 의해 12개의 바위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과정이 계속 진행되면서 몇몇 바위가 사라졌고, 앞으로도 붕괴되는 바위가 늘어날 수도 있다. 자연의 힘은 정말 신비롭고 무섭기도 하다는 것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일출, 일몰 때 이곳을 찾으면 평생 잊지 못할 장관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해변 액티비티의 중심지 골드 코스트

섬나라 호주에는 아름다운 해변이 많지만 40km가 넘는 황금빛 모래사장을 자랑하는 골드 코스트가 으뜸이 아닐까 싶다. 그 중에서도 ‘서퍼스 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는 단연 인기 지역. 이름 그대로 서퍼들의 천국인데 골드 코스트의 여러 해변 중 가장 긴 5km의 해안선을 자랑한다. 그래서 이곳은 서핑과 수영, 일광욕 등을 즐기는 이들로 항상 붐빈다. 특히 서핑은 골드코스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꼽힌다. 좋은 파도가 있어야만 즐길 수 있는 운동이지만 이곳에서는 거의 매일 질 좋은(?) 파도가 치다보니 당연하게도 서핑을 즐기는 이들이 몰리고 있다. 그래서 매년 세계 서핑 대회가 개최될 정도로 서핑의 중심지다. 관련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서핑을 타본 적 없는 이도 이곳에서는 한번 배워볼까 욕심이 생길 정도다.

서핑에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골드 코스트는 즐길 거리가 참으로 많다. 해변에서 제트 스키나 보트, 패들 보드 등을 탈 수도 있고 스킨스쿠버나 스노클링 등도 당연히 가능하다. 크루즈를 타고 경치를 즐겨도 좋고 강태공이 될 수도 있다. 바다와 육지를 넘나드는 수륙양용차가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이며, 헬리콥터나 열기구를 타면 하늘에서 골드코스트의 절경을 시원하게 감상할 수도 있다. 골프를 치거나 경마를 관람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양한 테마파크는 관광객들이 골드 코스트를 찾는 또 하나의 이유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근교에 드림월드(Dreamworld), 워너브라더스 무비월드(Movie World), 씨월드(Sea World), 웨트 & 와일드(Wet & Wild) 등 유명 테마파크가 위치하고 있다.

가족 놀이 공원인 드림월드는 ‘호주의 디즈니랜드’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놀이시설과 쇼를 선보인다. 호주 특유의 자연을 테마로 삼아 여타 놀이공원과는 차별화를 시도한 드림월드에서는 직접 코알라를 안아볼 수 있는 코알라 컨트리가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 세계 4대 호랑이 사육장 중 하나인 타이거 아일랜드도 유명하다. 1995 6월 개장할 당시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렸던 곳으로 멸종 위기종인 벵갈 호랑이의 생태를 꼼꼼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무비월드는 워너브라더스의 영화와 만화 속 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놀이공원이다. 슈퍼맨, 배트맨, 그린랜턴 등 저스티스리그 캐릭터들과 루니툰스 캐릭터들을 테마로 한 다양한 놀이기구와 체험시설들을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헐리우드 스턴트 드라이버라는 공연이 가장 볼만했다. 생생한 자동차 추격 신을 코앞에서 지켜볼 수 있어 흥미롭다.

씨월드는 여러 해양생물을 만나보면서 다양한 공연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아이들에게 적합한 놀이기구도 간단하게 준비돼 있다. 가장 유명한 공연은 돌고래와 바다사자 쇼이며 제트스키 쇼도 인기가 높다. 하루 2번씩 공연되기 때문에 동선을 잘 짜는 것이 중요하다.

웨트 & 와일드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워터파크다. 40여개의 워터 슬라이드와 150m의 서핑 풀, 70m 길이의 파도 풀 등과 다양한 놀이시설도 겸비하고 있다. 한국 워터파크들이 이를 벤치마킹해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으며 비슷한 분위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혹시 무비월드, 씨월드, 웨트 & 와일드를 모두 관람할 생각이라면 일정 기간 동안 무제한 입장이 가능한 입장권을 구매하는 것도 효율적이다.

 

 

<호주 여행 팁>

호주의 날씨는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뜨거운데,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대륙으로 습도가 낮아 여름에도 무덥지 않게 지낼 수 있다. 다만 자외선이 매우 강력해 선글라스, 선크림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호주 의료비는 한국에 비해 고가이니 만일을 대비해 여행자 보험 가입을 권장한다. 처방전이 없으면 약도 쉽게 구입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길.

호주 차량은 좌측통행을 하므로 운전을 하거나 길을 건널 때 유의할 것. 대중교통 이용시에는 도시별로 1회 또는 여러 번 이용할 수 있는 티켓, 다양한 종류의 교통수단을 자유롭게 탈 수 있는 티켓 등도 있으니 잘 살펴보고 필요에 따라 구입할 것.

간혹 볼 수 있는 알코올 프리 존은 술을 마음껏 마시는 곳이 아니라 금지된 곳이니 주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