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에너지타운, 에너지의 새 시대 열까

최지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정부가 2017, 한 해에만 110억 원을 투자해 친환경에너지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은 화석연료 대신 친환경에너지로 운영되는 마을이다. 마을 내에서도 화석연료를 이용하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 보내오는 전력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마을에서 스스로 만든 친환경에너지로만 생활한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친환경에너지타운, 왜 필요한가
정부가 수백 억의 예산을 투입해가면서 친환경에너지타운을 조성하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매장된 석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석유의 생산량이 정점을 찍는 오일피크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미 오일피크다’, 혹은 ‘2020년대에 오일피크다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곧 석유의 생산량이 하락세를 맞이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궤를 함께한다. 때문에 석유를 대체할 친환경에너지로 생활이 가능한 마을을 점차 늘려가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지구온난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가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는 최대 한계치는 2°C, 이 범위 안에 기온 상승을 막지 못하면 더 이상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지난 100년간 지구의 온도가 0.74°C나 올라간 데다 현재 발생한 온실가스가 그대로 유지만 된다고 해도 0.6°C가 올라간다. , 우리에게 남은 건 단 0.6°C 정도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메탄가스(CH4)과 이산화탄소(CO2)가 대량 배출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의 상용화가 절실해진 것이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 홍천에 세워진 친환경에너지타운을 100개 설립하면 연간 140만 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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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이 공급되지 않는 소외지역 역시 친환경에너지 시설이 필요하다. 다른 지역에서 전력을 끌어다 쓰지 않아도 마을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가 미치지 않는 고립지역인 인천 덕적도 안의 산간지역인 으름실 마을은 올해 6, 풍력과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친환경에너지타운으로 거듭났다.

 

신에너지 3대장, 바이오 가스 · 태양열 · 풍력
친환경에너지타운에서 사용하는 연료는 바이오 가스, 태양열, 풍력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간단하면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바이오 가스다. 바이오 가스는 유기성폐기물이 분해되면 얻어지는 메탄 가스다. 매립된 유기물, 하수처리장의 하수슬러지, 가축분뇨나 음식물쓰레기 내 메탄생성균이 발효과정을 통해 메탄가스를 만들어낸다. 이 중 가축분뇨나 음식물쓰레기는 메탄가스 함량이 50~70%, 다른 두 폐기물보다 효율성이 높고 구하기 쉬워 가장 각광받는 신에너지원이다. 홍천의 친환경에너지타운은 가축분뇨와 하수슬러지 등에서 나온 바이오 가스를 도시가스로 이용한다.
  
태양열이나 풍력 에너지는 전력을 일정하게 생산하지 못한다는 단점 때문에 상용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하지만 최근에 건설되는 친환경에너지타운은 전력생산의 불균형을 조절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이 마련돼 있다. ESS는 리튬이온전지와 같은 배터리를 이용해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장치다. 가정에 공급되는 전기는 고압의 교류전력인 반면, 배터리에 저장되는 것은 저압의 직류전력이다. ESS는 교류를 직류로, 또 직류를 교류로 변환해 주는 파워컨디셔닝시스템(PCS), 에너지가 얼마나 남아있는 지를 확인하는 에너지운용시스템(EMS), 배터리들이 모여있는 그리드배터리시스템(GBS), 배터리 사용을 관장하는 배터리운용시스템(BMS)로 이뤄져 있다. 태양광으로 교류전력이 만들어지면, 이를 직류로 변환한 뒤 배터리에 저장한다. 저장된 전력은 태양이 비추지 않는 시간대에 다시 교류로 바뀌어 사용된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은 이렇게 ESS를 활용해 전력생산이 불안정한 대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운용한다.
 

 

그림 1. 풍력발전기의 불안정한 전력 공급을 제어하는 ESS.
(
)풍력발전의 전력생산 곡선으로, 시간에 따라 차이가 심하다.

(아래)ESS를 이용해 일정한 양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보정한 결과 값.

 


올해까지 국내 15개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돼, 외국은 10년 전부터 추진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부터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이 활성화됐다. 지난 10 7일 정부가 발표한 2017년 예산안에 따르면 친환경에너지타운에 110억 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2017년까지 15~20개의 친환경에너지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선정된 지역은 강원 인제군, 충남 보령시, 제주 제주시 등 총 다섯 곳이다. 이 밖에도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여러 섬들 역시 에너지자립섬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에너지타운으로 거듭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에너지 자립섬인 전남 진도군의 가사도는 풍력발전기 4(100kW)와 태양광발전기 8개소(314kW), 디젤발전기 3(100kW) 등이 에너지를 만들고 있다. 3MWh의 용량을 저장할 수 있는 ESS도 있다. 170여 가구, 290여 명이 살고 있는 이 곳의 평균 전기 사용량은 95kWh, ESS 100% 충전될 경우 주민들이 하루 동안 걱정 없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가사도는 섬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80% 가량을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다. 날씨가 좋은 날은 태양광발전기만으로도 온 섬의 전력공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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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확보에 필요한 초기 투자 비용이 비싸 이 시설들의 수익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친환경에너지타운의 또 다른 장점은 남는 전력을 되팔 수도 있다는 데에 있다. 가사도를 예로 들면 디젤발전기만을 이용했을 때는 발전 연료비, 유지 보수비 등으로 86000만 원 정도를 사용했던 반면, 에너지자립섬으로 거듭난 이후에는 발전 연료비를 절반 이상 줄여 연간 32000만 원 정도를 절감했다. 초기 투자비는 92억 원이었지만, 한국전력은 20년 정도 이 시스템을 운영할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림 2. 가사도의 전경
국내 최초의 에너지자립섬인 전남 진도군 조도면에 위치한 가사도. 거대한 풍력발전기와 태양광발전기가 눈에 띈다. 여기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최대 3MWh까지 저장할 수 있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마을인 독일의 윤데마을은 세계 최초의 에너지 자립마을이다. 독일 남부에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던 이 마을은, 무려 20여 년 전인 1998년 독일 괴팅헨 대학의 지속 발전 학제 간 센터(IZNE)’의 프로젝트로 인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2002년부터 실행에 들어가 2006년에는 난방열과 전기를 모두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친환경에너지타운으로 거듭났다. 현재 이 마을은 마을 소비량을 제외한 잉여 전력을 팔아 연간 약 136천만 원의 수입을 거두고 있으며, 이산화탄소를 3300t이나 감축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초반에 투자된 금액이 약 90억 원인 것을 감안해도 약 7년 정도만 운용하면 손익분기를 넘길 수 있는 금액이다.

많은 과학기술을 집약한 친환경에너지타운은 신에너지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과연 석유 없이도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던 우리에게 정확한 답을 내려준 것이다. 하지만 답이 나와있다고 모든 문제가 수월하게 풀리는 것은 아니듯, 신에너지 시대를 제대로 맞이하려면 정부의 꾸준한 지원, 지자체와 주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