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자동차 질주의 영향

 

박재범 수석연구원(포스코경영연구원 산업연구센터)

 

중국 정부의 전기차 굴기

지난 2008년 워런 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가 18억홍콩달러( 2,600억원)를 무명의 중국 기업에 투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워런 버핏의 투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 기업은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해 지난해에는 세계 전기자동차 판매 1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 업체가 바로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대변하는 비야디(比亞迪, BYD)이다. ’Beyond Your Dream’에서 유래된 이 회사의 이름처럼 전기차의 대명사인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1위 기업에 등극한 것이다.

지난 2009년 미국을 넘어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은 2013년 단일 국가로는 최초로 판매량 2천만대를 돌파한대 이어 지난해에도 2,460만대의 판매대수를 기록해 전년 대비 4.6%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내수판매가 150만대 수준이니 중국 시장이 16배 이상 큰 규모임을 알 수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과 궤를 같이하여 중국 정부의 고민도 깊다.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특히 세단형 승용차는 2010 31%에서 2014년에는 22%까지 점유율이 급감했다.1) 자국 소비자들의 소득수준과 눈높이는 계속 높아지는 반면, 로컬 브랜드 제조사가 글로벌 업체의 기술력과 브랜드파워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참고: 그림1) 이에 중국 정부가 자국 자동차 시장에서 로컬 브랜드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꺼내 든 카드가 바로 전기차 기업의 육성이다. 이미 기술성숙 단계인 기존 내연기관차 대신 기술개발 초기단계인 전기자동차로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Game Changer 역할을 기대한 것이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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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또 다른 고민은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 문제이다.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년 2조위안( 350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나, 현재 관련 예산은 필요 자금의 15%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라는 분석도 있다.2) 특히, 대기오염의 심각성이 많이 지적되는데 자전거를 이용하던 중국인들이 자동차를 타게 되면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의 양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도입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이유도 바로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에너지 대외의존도 축소를 위해 전기자동차 확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석유 해외 의존도는 최근 60%를 돌파했는데, 전체 휘발유 소비량의 85%, 디젤 소비량의 45%를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사용 중이다. 중국 정부는 전기자동차를 포함한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를 통해 이를 개선해 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전기차 시장 육성을 통해 세 마리 토끼를 쫓고 있으며, 이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시장에 쏟아 붓고 있다. 지난해 중앙정부에서 지급한 보조금만 310억 위안( 50억 달러)에 달하며, 지방정부의 보조금까지 포함할 경우 5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노력과 기대에 부응해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가속페달을 밟으며 성장 중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지난 5년간 해마다 약 3배의 성장을 거듭해 왔으며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자동차만 33만대에 달하는데, 앞으로도 해마다 약 48%의 성장을 지속해 2020년에는 18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전망이다. 예상대로 성장할 경우 2020년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8%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기차 시장 확대에는 아직 산적한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전기차 가격, 저유가,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이 있는데, 이처럼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여러 요인들이 단시간 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차전지 가격하락과 기술향상이 전기차 확산의 열쇠

전기차 확산과 대중화를 위해서는 많은 요인들이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전기자동차용 이차전지, 즉 리튬이온배터리(LIB)의 가격하락과 기술향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적인 전기차인 닛산 Leaf의 경우 차량가격( 3만달러) 33%에 달하는 1만달러가 배터리 가격이다. 또한 내년도 출시가 예상되는 GM Bolt의 경우 차량가격( 37천달러) 중 배터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0%에 달할 전망이다(물론 GM Bolt에는 닛산 Leaf 보다 성능이 개선되고 용량이 큰 배터리가 채용된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개화가 진행되지 않고 있음에도 이차전지 제조사들이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선행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달성을 통해 원가를 지속적으로 줄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다수의 시장조사기관과 전지제조사들은 2020년이 되면 전기차용 배터리 가격이 현재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3) , 같은 가격으로 주행거리를 2배 이상 늘릴 수 있는 배터리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이는 전기차 대중화의 결정적인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 그림2)

(그림2)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 전망 (E-PV E-CV의 합계가 전체 전기차 판매량)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한 거리를 향상시키는 것 또한 전기차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일반 내연기관차가 가득 주유했을 때 500~600km 주행 가능한 것에 비해 전기차는 아직 배터리 완전 충전 시 주행가능한 거리가 내연기관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닛산 Leaf의 경우 135km 주행 가능). 전기차 배터리의 급격한 기술진보가 이런 어려움을 빠르게 극복해가고 있는데, 내년에 출시 예정인 GM Bolt의 경우 1회 충전 시 320km, 테슬라 모델3의 경우 340km까지 주행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전기차 충전인프라의 부족, 충전 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 또한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현재 전기차 충전 시 걸리는 시간은 3~4시간에 달하며 급속, 고속 충전을 이용할 경우에도 30분 가량이 소요되어 5분 미만이 소요되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편의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 부분 또한 배터리의 성능 향상, 충전 방식의 변경 등 기술적 노력을 통해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이 배터리, 즉 이차전지 시장이다.

 

중국, 이차전지 최대 수요시장이자 공급시장으로 부각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함께 21세기 ‘3대 전자부품으로 꼽히는 이차전지는 개발 초기에 파나소닉, 소니 등 일본기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으나 1990년대 삼성, LG가 시장에 진출한 후 대규모 투자를 거듭하며 2010년을 기점으로 시장의 주도권이 한국으로 이전되었다. 최근에는 ATL, Lishen, BYD 와 같은 중국기업들이 수요시장의 성장을 기반으로 한국, 일본 기업들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글로벌 이차전지시장은 전기차,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수요산업의 성장세에 힘입어 연간 30%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중국은 지난 2011년 세계 최대 스마트폰 수요시장으로 부각되었으며, 이에 따라 샤오미, 화웨이 같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바 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 관심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전기차 산업의 Value Chain에 자국 기업을 초기 단계부터 참여시키고 육성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다.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부품, 소재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분야이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대형 이차전지에서는 아직 BYD(상반기 출하량 기준 세계 2)를 제외한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눈에 띄지는 않으나 수요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급성장 중이다. 이는 IT 시장의 경험이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디바이스 제품에 사용되는 소형 이차전지의 경우, 글로벌 10위 이내에 포함된 중국 기업이 5개 업체에 달하며(ATL, Lishen, BYD, Coslight, BAK, 2015년 출하량 기준) 이들 업체는 점차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추세이다.

(그림3)                                        (그림4) 전기차 배터리시장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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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부품·소재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에 주목할 필요

이차전지 시장에서 벌어지는 한중일 삼국지는 전지소재 시장에서도 이어지는데 최근 중국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차전지의 원가구조는 재료비, 즉 소재의 비중이 높은 특징을 갖고 있으며 리튬이온전지 기준으로 전체 원가의 60% 가량을 재료비가 차지하기 때문에 큰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차전지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를 기준으로 보면, 글로벌 Top10 기업 중 중국 업체가 양극재 5개사, 음극재 6개사, 분리막 2개사, 전해액 5개사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저가의 범용 제품은 중국 업체, 기능성 제품은 한국-일본 업체의 제품을 주로 사용하는 추세였으나, 중국업체의 기술력 향상에 따라 최근에는 기능성 제품에서도 중국산 비중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배터리 제조사의 중국 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중국 소재 업체와의 협력관계 구축도 활발해질 전망인데, 부품·소재 국산화를 통한 자국 기업 육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이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전기차 산업의 Value Chain 관련 분야에서 전세계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로컬 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협력 관계 하에 더욱 치열한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투자에 따른 Risk도 보다 신중히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이미 중국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제조 3(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는 중국 정부로부터 안전 규범 인증을 받지 못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어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한국기업들이 인증을 받지 못하는 명확한 이유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뚜렷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배터리 제조사의 기술력이 중국 기업 보다 앞서 있음을 감안할 때, 이는 중국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선두주자인 한국 기업을 배제하면서 중국업체들이 catch-up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단지 시기의 문제일 뿐 전기자동차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아울러 전기차 굴기를 앞세워 정부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중국 시장이 최대의 판매, 제조 시장이 될 것임에도 의심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우리나라의 다양한 관련 산업과 기업들에 기회이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에 대해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켜보되 투자에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Green Field 방식의 대규모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부품·소재 수급, 영업망 확보 등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는 로컬 강소 기업을 분야별로 발굴해 단계적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적 옵션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겠다.

 

 

 

 

[Reference]

  1. 중국자동차제조연합(CAM)

  2. 파이낸셜타임즈 기사(2015.4) 인용

  1. B3, 디지털타임즈 (각 방식별 주도 업체 - 캔형: 삼성SDI, 파우치형: LG화학, 원통형: 파나소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