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기행 (7) – 미국
이번에는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자 산유국으로 잘 알려진 미국으로 떠나본다. 미국 여행은 지금까지 소개한 여러 나라들 중에서 가장 다양한 루트가 존재한다. 자유여행도 비교적 수월하고 편리하게 떠날 수 있을 정도로 여행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부담이 적다. 이민자들의 나라답게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에서 가장 먼저 둘러보면 좋을 라스베이거스와 뉴욕의 관광지들을 소개한다.
근대 석유산업의 기반 조성
미국은 근대 석유산업의 기반이 조성된 곳이다. 1859년에 미국 펜실베이니아 타니어스빌의 오일 크리크(Oil Creek)에서 Edwin Drake가 원유 생산에 성공한 것이 시초였다. 우후죽순으로 석유 시추 및 정제를 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들이 뛰어들었고, 이 중에서 두각을 나타낸 회사가 바로 스탠더드 오일(Standard Oil)이다. 그 유명한 석유왕 록펠러가 운영하던 이 회사는 이후 미국 정유생산량의 90%를 장악하게 된다. 관련 산업의 빠른 성장에 기여한 점도 있으나 이로 인해 많은 폐해가 발생하면서, 결국 이를 방치할 수 없었던 미국은 독과점방지법을 통해 스탠더드 오일을 여러 회사로 강제 분리시킨다. 이 중에서 뉴저지주에 본부를 둔 한 회사가 현재 미국의 석유 메이저 기업인 ‘엑슨 모빌’의 시초가 되기도 한다. 록펠러의 사업방식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오랜 기간 미국 석유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것만은 자명하다.
이처럼 석유산업에 비교적 빠르게 뛰어든 미국의 현재 원유 매장량은 세계 10위권이지만, 최근 생산에서 세계 1위(2015년 BP 발표 자료)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셰일 업계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뤄낸 성과다. 그 덕에 중동으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가 바닥을 치면서 시추량이 크게 떨어졌고, 원유 재고가 20년 만에 최대치로 올라서는 악재를 맞는다. 미국 내 석유와 천연가스 기업들이 대거 파산하면서 미국 산업 전반이 흔들리는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 와중에 채굴 기술을 혁신해 원가를 낮추는데 성공한 것은 위안거리였다. 이를 통해 저유가에서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기반을 쌓았다.
그리고 이제 국제유가 하락으로 몇 년간 어려움을 겪었던 미국 석유산업은 OPEC 회원국들이 최근 원유 감산에 합의하면서 움츠렸던 날개를 다시 펼 기세다. 원가 절감에 성공해 유가 상승폭이 커질수록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치킨 게임에서 미국이 최종승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다만 셰일 업계의 생산량이 다시 증가할 경우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가 미지수다.
세계적 자연유산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된 그랜드 캐니언은 수억만 년 전 지구의 지각변동으로 바다가 융기하면서 형성됐다. 계곡 길이는 446km에 깊이는 평균 1,500m로 실로 엄청난 규모다. 야생동물 80여종과 식물 1,600여종, 조류 300여종, 40여종의 파충류와 양서류가 서식해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랜드 캐니언은 크게 노스 림과 사우스 림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몰리는 사우스 림은 해발 2,134m의 평평한 고원지대다. 그랜드 캐니언은 어딜 가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장관이 펼쳐지지만 가장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곳은 야바파이 포인트(Yavapai Point)로 꼽힌다. 거대한 절벽 위에서 그랜드 캐니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자연의 위대함을 절로 느낄 수 있다. 일출이 유명한 매더 포인트(Mather Point)와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호피 포인트(Hopi Point) 등도 필수로 보게 될 것이다.
5~11월에만 입장할 수 있는 노스 림은 사우스 림에 비해 아직 개발이 덜 된 곳이라 관광객 수가 적은 편이며 더 자연다운 풍광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이곳은 해발 2,438m로 사우스 림보다 높은 곳에서 더 웅장한 스케일의 자연을 접하게 된다. 가장 높은 포인트 임페리얼(Point Imperial) 전망대나 일출 및 일몰 장면이 인상적인 케이프 로열(Cape Royal) 등은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자이언 캐니언은 그랜드 캐니언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그에 못지않은 거대한 바위산과 계곡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빽빽한 숲과 고원 지대 및 사막 등 다양한 생태계가 구성된 국립공원이다. 수천만년 동안 퇴적암을 강물이 침식시켜 만들어낸 자이언 캐니언에는 800여종의 다양한 식물과 300종에 가까운 조류, 70여종의 포유류, 30여종의 파충류 등이 서식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연 아치로 폭이 95m에 달하는 콜랍 아치(Kolob Arch)는 가장 유명한 볼거리다. 파이브 오르간을 연상시키는 1,500m 높이의 오르간(Organ) 산봉우리, 거대한 바둑판을 보는듯한 바위 언덕인 체커보드 메사(Checkerboard Mesa), 자연이 만든 원형극장인 템플 오브 시나와바(Temple of Sinawava) 절벽 등도 놓치면 서운하다.
브라이스 캐니언은 400여종의 식물, 160여종의 동물이 서식하며, 규모가 크지 않은 편에 속해 빠르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라이즈 포인트(Sunrise Point)와 선셋 포인트(Sunset Point) 전망대는 일출, 일몰로 유명한 곳이며, 원형 계곡 안에 수천 개의 첨탑이 우뚝 서있는 인스피레이션 포인트(Inspiration Point), 마치 광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듯이 첨탑으로 가득 찬 브라이스 포인트(Bryce Point) 등이 가장 인상적인 곳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세계 문화 및 경제의 트렌트리더 뉴욕
뉴욕은 전 세계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 최고의 도시다. 맨해튼, 브루클린, 브롱스, 퀸스, 스태튼 아일랜드의 5개 자치행정구역으로 구성된 뉴욕은 각 지역마다 개성적인 관광지들이 넘쳐난다. 많은 유명 관광지가 맨해튼에 몰려있으니 숙소를 이 근방에 정하고, 구역별로 유명 관광지들을 둘러볼 계획을 짜면 실속 있는 여행이 가능하다.
그 유명한 브로드웨이와 타임스퀘어는 뉴욕 여행이 처음이라면 꼭 방문하자. 타임스퀘어는 화려한 조명과 각종 광고 영상물, 수많은 인파들 말고는 딱히 볼만한 것은 없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면 자주 방문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브로드웨이에서의 다양한 공연들은 생각보다 영어 듣기 능력을 요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잘 알아보고 관람하는 준비도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도심공원인 센트럴 파크도 많은 이들이 꼭 보고 가는 관광지다. 긴 직사각형 모양으로 도시 중심에 떡하니 자리 잡은 이 공원은 뉴요커들이 휴식과 여유를 즐기는 장소다. 산책로를 거닐고 그레이트 론(Great Lawn)의 넓은 풀밭에 앉아 가볍게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센트럴 파크 동물원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마스가스카’에서도 등장한 동물원은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도심 속에 있어서인지 찾는 이들이 많다. 1870년 개관한 1880년에 센트럴파크로 자리를 옮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세계 최고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회화, 조각, 공예품 등을 300만점 넘게 소장하고 있는데, 이집트 미술품과 식민지 시대 이후의 미국 조각 작품이 많다. 하루 만에 다 보는 것은 불가능하니 일정을 늘리거나 보고 싶은 것만 고르는 게 현명하다.
이곳 말고도 맨해튼에서는 유명한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넘쳐난다. 뉴욕 현대 미술관은 반 고흐, 고갱, 클림트, 피카소, 앤디 워홀 등 현대 미술계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화폭에 그려진 미술품이나 조각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영화, 디자인 작품들 등과 도서 등 폭넓은 전시품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배경으로 유명한 미국 자연사 박물관도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3,600만점 넘는 소장품을 자랑하는 세계 제일의 자연사 박물관으로 지구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관광지인데 특히 공룡 뼈대와 화석, 동물 박제 등이 엄청나게 전시돼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세계적 박물관과 미술관의 중심지
브롱스에서는 센트럴 파크의 3배 이상 크기로 뉴욕에서 가장 큰 펠험 베이 파크(Pelham Bay Park)를 방문해보자. 롱 아일랜드 해협을 따라 시원하게 뻗어 있는 21km 길이의 이 공원에는 오차드 해변과 골프장, 다양한 하이킹 코스 등이 갖춰져 있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놀이터도 많아 가족 여행자에게 더욱 안성맞춤. 근방에는 한인타운이 존재해 한식이 그리운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또한 정통 이탈리아 요리로 유명한 아서 애비뉴(Arthur Avenue)에서 분위기 있는 데이트를 즐기는 것도 좋다. 세계적 명문 야구구단인 뉴욕 양키즈의 새로운 홈구장도 브롱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야구팬이라면 빼놓지 말 것.
하지만 무엇보다도 브롱스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브롱스 동물원이다. 세계 전역의 650여종, 4,000마리 이상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물들의 평소 서식환경에 최대한 유사하게 조성한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동물원과 달리 대부분 넓은 공간에 동물들이 있다 보니 자세히 들여다보기엔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는 점만 알아두자.
퀸스에도 여러 박물관이 주요 관광지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미디어 관련 의상, 특수 분장, 영상 파일, 기기, 세트 등 공예품 13만점이 전시된 영상 박물관(Museum of the Moving Image)이 백미다. 영화감상을 즐긴다면 이곳에서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의 작업실을 미술관으로 변신시킨 노구치 미술관, 야외에서 다양한 조각품을 만나볼 수 있는 소크라테스 조각공원도 들릴만하다.
브루클린은 뉴욕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여러 문화가 뒤섞인 거리 분위기를 곳곳에서 손쉽게 느낄 수 있다. 최고 명소는 단연 브루클린 브리지다.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이어주는 길이 1,053m의 이 다리는 뉴욕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불린다. 1883년 개통 당시 최초로 철 케이블을 사용한 현수교인데 그 아름다운 건축양식을 느껴보고자 도보 30분 거리의 이 다리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다리에서 바라보는 맨해튼 마천루의 스카이라인과 야경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미국 7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브루클린 박물관 역시 대표 관광지다. 맨해튼에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의 유명세에 가려졌을 뿐이다. 이곳에서는 아프리카 및 오세아니아의 조각과 도기, 아시아 미술품, 이집트와 그리스 및 로마의 미술품 등을 코앞에서 만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고대 이집트 미술 컬렉션이 가장 유명한 전시물로 꼽힌다.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추천할만한 여행지는 리치몬드 역사 타운(Historic Richmond Town)이다. 17~19세기 옛 건축물들을 복원해놓은 전통마을로 우리나라로 치면 민속촌이라 할 수 있다. 더치 콜로니얼(Dutch Colonial) 및 그리스 복고(Greek Revival) 양식 등 오래된 건축 양식을 적용한 집들이 남아있어 색다른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티베트 미술관(Jacques Marchais Museum of Tibetan Art)도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티베트의 전통 미술품들과 함께 네팔, 몽골, 인도, 중국 등지의 진귀한 불교 관련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1991년에 달라이 라마가 이곳을 방문해 크게 유명해졌다.
<미국 여행 팁>
미국을 여행하는 한국인에게 가장 난처한 것이 팁 문화다. 식당이나 택시 등을 이용할 경우는 요금의 15~20% 정도를, 호텔이나 공항 등에서 짐을 옮겨줄 경우 가방당 1달러 정도를 팁으로 지불한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만, 한국에 비해 비용이 매우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응급상황을 제외하고는 병원 이용시 예약이 필수이며, 비상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것은 감기약, 진통제, 소화제, 알레르기 약 등이다. 때문에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는 게 좋다. 이때 각 병원마다 해당되는 보험이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공공기관이나 박물관 등을 방문할 때는 보안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으니 오해를 살 여지가 있는 소지품은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게 좋다.
미국은 공공장소에서의 음주가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으며, 새벽 2시 이후 주류를 구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