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중국
송철한 (광주과학기술원 환경공학부 교수)
주목받고 있는 미세먼지
시월 후반으로 접어들면 다시 (초)미세먼지의 계절이다. 과거의 주요 관심 사는 주로 황사였는데 요즘 들어 (초)미세먼지 문제가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초)미세먼지와 대기 오염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언감생심 반갑기도 하지만, 사실 다소 뜬금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다소 뜬금이 없다고 함은 미세먼지의 문제가 사실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었기에 하는 말이고, 최근 들어 이 문제가 급격히 악화된 것도 딱히 아닌 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
사실 연평균 기준으로 본다면 남한에서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20여 년간 오히려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서울시 연평균 기준, 1995년 78mg/m3에서 2012년 41mg/m3로 감소, 아래 그림 참조). 다만, 몇 년 전부터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대략, 시간 평균 500-1000 mg/m3), 미디어의 관심을 새삼 불러 일으켰고, 이 중 상당 부분의 오염 물질이 황해를 건너 중국으로부터 한반도로 넘어와 한반도 대기질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대중의 의식 속에 각인된 각인 효과가 클 것이다. 물론, 미세먼지 농도는 연평균 농도와 더불어 일평균 농도도 매우 중요하다.
[그림 주요 도시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
<출처: 환경부 ‘2014 대기환경연보’>
중국발 (초)미세먼지 영향에 대한 정량화 노력
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사실이 궁금해진다. 지금 우리가 고통을 겪고 있는 (초)미세먼지의 몇 퍼센트 정도가 중국의 영향 때문일까? 사실 이 부분은 환경•정치적으로 매우 예민한 문제이나 (그래서 여러 나라가 인접해 사는 유럽에서도 매우 민감한 환경 현안이지만), 딱히 이 양을 엄밀히 객관적으로 정량화 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중국 정부 측에서 작금의 한반도 (초)미세먼지 문제에 여러 발뺌의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중국의 영향에 대한 정량화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예를 들어, 대기 오염 3차원 모델링 기법, 환경위성을 통한 관측, 지상 관측소 측정 등 여러 가지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종합적으로 “대략적” 평가를 수행해 보았을 때, 연평균 기준으로 정답은 40%-60% 사이에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미세먼지의 국가간 수송은 중국이 위치한 동쪽 또는 북동쪽에서 한반도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인 겨울과 봄철에 특히 심하다. 이 때 중국의 영향은 경우에 따라 70% 이상으로 까지 올라 가기도 한다. 이 수치는 아주 간단한 계산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지금 우리나라 미세먼지 연평균 값이 대략 50mg/m3 정도 인데, 최근 봄철 측정되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인 121-200mg/m3이라면, 직관적으로 계산해 봐도 121-200mg/m3의 농도 중 71-150 mg/m3 정도의 양은 중국에서 오는 것일 것이다. 이런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은 독자들이 매일 날씨예보 시간에 보는 미세먼지 예보에서 시뻘건 미세먼지 덩어리들이 중국으로부터 한반도로 넘어 오는 것으로 시각화되기도 하고, 또한 환경인공위성 측정을 통해서도 동시에 확인이 가능하다 (그림 참조).
[그림 (초)미세먼지 장거리 수송]
(첫째 열은 CMAQ 모델의 결과이고, 둘째 열은 GOCI라는 우리나라 정지 인공위성에서 촬영된
(초)미세먼지의 국가 간 이동을, 셋째 열은 모델과 인공위성 값이 수학적으로 합쳐진 값을 보여준다)
*용어설명
AOD:
Aerosol Optical Depth
CMAQ: Community Multi-scale Air Quality model
GOCI: Geostationary Ocean Color Imager
Assimilated:
CMAQ과 GOCI를 자료동화한 결과
<출처: “동북아시아 미세먼지 오염의 장거리이동 대한 새로운 접근법”, 박미은, 2014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환경외교’의 중요성
자, 이제 이 계절, 상승하는 한반도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이 (보수적으로 잡아) 50%라고 하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당연히 우리 스스로의 미세먼지 저감 노력들을 계속해야 하겠지만, 어떤 노력이든 효과는 50% 정도일 뿐이라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의 노력에는 일정 부분, 늘 한계가 있다. 이 한계는 물론 우리의 몫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몫만도 아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경제·정치·외교적 환경에서와 마찬가지로, 대기 환경에서 조차도 우리는 불편하다면 불편한 이 거대한 이웃과 동거해야 하고, 어떤 의미에서든 그들의 협조와 동의와 동조를 얻어(내)야만 한다. 그 협조가 없이는 유감스럽게도 “한반도 (초)미세먼지 농도 저감 프로세스(process)”에서도 우리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이 그리 커 보이질 않는다. 비유적으로 얘기하자면, “한반도의 통일, 비핵화, 위기 저감 프로세스”에서 우리 역량과 역할의 한계가, 아마도 “한반도 미세먼지 저감 프로세스”에서 우리 역량과 역할의 한계와 아마도 비슷한 것일 지도 모른다. 당연히 50%의 영향에 대해 중국을 비판하거나 힐난하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문제의 이성적 해결책일 수는 없고, 그러한 비난이 (초)미세먼지 문제에 있어 중국의 영향 정도를 과학적으로 계산하려는 목적도 아니다.
우리의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있어,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된 우리의 과학•기술적 역량 강화는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겠지만, 이와 더불어 풍상(風上) 지역에 위치한 중국 측 대기 측정 자료 및 오염 물질 배출 자료의 적극적 공유, 중국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공동의 이해에 바탕한 공동 저감 노력 및 저감 지원 등의 “환경 외교” 역량 역시, 이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임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의 환경 문제에서 조차 중국은 거대한 그리고 매우 중요한 팩터 (factor)이며, 어떤 의미에서든 협력하고, 공조해 나아가야만 할 실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