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의 불편한 진실
정동수(창원대 기계공학부 초빙교수)
최근 미세먼지의 문제점이 전국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의 사전예고 외에 대책이 전무하고, 그나마도 미세먼지 사전 예보의 정확성이 떨어져 국민적인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언론들도 미세먼지에 대해 매일 같이 기사를 내보내고 있으나, 미세먼지 발생원인에 대한 명확한 근거 자료 없이 경유차 등에만 미세먼지 발생 책임을 전가하며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미세먼지의 발생 문제 해결방안으로 경유차량 확산 억제에만 집중했던 건 사실 하루 이틀 된 상황은 아니다. 환경부는 선진국의 대도시에 비해 대기오염이 심각한 국내 수도권의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미세먼지(PM) 발생 주범을 경유차로 지목하여 관련 정책을 시행해 왔다. 서울 시내버스를 CNG버스로 교체하고, 노후 경유차에는 배출저감장치(DPF)를 부착시키거나 LPG차로 개조시 지원해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유차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유차 운행비율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유럽의 파리, 런던, 베를린보다도 수도권의 대기오염 정도가 심각한 실정이다.
기재부와 감사원도 환경부가 대기질 개선을 위해 투입한 예산에 비해 개선효과가 훨씬 미흡하다는 공식 평가를 내렸다.
사실 국내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이 경유차라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환경부는 2014년 자체 연구를 통해 경유차보다 타이어마모에 의한 미세먼지의 발생이 20배나 더 많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더군다나 중국의 경제발전에 따라 국내 미세먼지 경보가 잦아지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지난 10년간 경유차의 미세먼지(PM)에만 집중하며, 최근에는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밝히고 있어 전문가의 입장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질소산화물은 스모그의 원인이고 산성비를 유발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질소산화물이 2차 화학반응을 통해 미세먼지를 생성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이에 반해 질소산화물이 줄어들 경우, 경우에 따라서 오존의 감소로 광화학 반응이 활발해져 미세먼지 생성이 오히려 증가될 수 있다는 학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이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 증가의 원인이라는 과학적인 확실한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더구나 현재 국내에서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경유차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신규로 등록되어 운행되는 경유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기준을 가진 유로6 배출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유로6 기준은 경유차의 미세먼지 및 질소산화물의 배출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유로6 경유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은 전체 대기 중의 질소산화물 배출량 중 10%에 수준에 불과하며, 휘발유 차와 비교해서도 1.3배에 불과하다는 독일의 연구결과 자료도 있다.
또한, 경유차 비중이 낮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차량도 별로 없고, 공장은 아예 없는 백령도의 미세먼지 농도가 국내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을 볼 때 국내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 원인이 국내보다는 외부 요인이 더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국내 미세먼지 발생 상황을 볼 때 미세먼지 원인을 국내 요인, 특히 경유차에만 책임 지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내 미세먼지 감소 정책 수립시, 이런 국내 및 외부 요인 모두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적절한 해답을 찾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국내 수도권의 대기질 개선을 위해선 우리나라 미세먼지 발생원인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하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해결책을 찾아 지원하는 정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