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회복을 위한 유류세 인하 필요성
오정근(건국대 특임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현행 유류세 구조
종량세 중심으로, 원유가격이 하락해도 소비자 유류가격의 하락에는 한계
현행 유류세는 크게 내국세와 수입관세‧수입부과금의 두 가지로 나뉜다. 내국세는 다시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로 구분된다. 휘발유 1리터당 529원, 경유 369원인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유류에 부과되는 세금 중 가장 비중이 큰 동시에 나머지 내국세의 규모를 결정짓는 중요 변수다. 교육세와 주행세는 각각 교통·에너지·환경세의 15%, 36%로 고정돼 있고 경제여건에 따라 일부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품질검사수수료가 있다.
이와 같은 종량세 중심의 유류세 구조로 인해 원유가격이 하락해도 소비자 유류가격의 하락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원유가격 하락으로 휘발유의 주유소 세전공급이 리터당 489원인 경우 내외국세를 합한 세후 최종 소비자가격 1,438원의 62.6%인 901원이 세금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세금이 세전 휘발유 가격 대비 약 2배에 이르는 것이다.
결국 종량세 중심의 유류세 체계로 인해 저유가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하락으로 유류소비가 증가해 원유가격 하락에 따른 가장 큰 혜택은 정부의 세수증가로 귀착되고 있다. 유류세 세입은 2013년 17.9조원 2014년 19.4조원에서 지난해에는 22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현재의 유류세 구조에서는 국제원유가격이 아무리 내려가도 국내 주유소가격은 리터당 1300원 이하로 내려가기 힘든 구조다. 몇 년 전 고유가 시절, 유가안정을 위해 석유유통 구조 개선을 한다고 알뜰주유소를 도입하는 등 대책을 시행했지만 이러한 유류세 체계 하에서는 유류세 인하에 한계가 있어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도의 유류가격 인하는 불가능한 구조다. 현행 종량세구조는 원유가격이 많이 올라도 휘발유 값의 인상폭을 상대적으로 낮추는 이점도 없지 않지만 지금 유류 세금이 원유 수입원가의 2배를 웃도는 구조는 분명 기형적이다.
에너지간 과세 불균형
한국의 에너지세는 수송용 차량에만 중과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유류세는 원래 사치성 소비에 대한 중과세를 목적으로 한 특별소비세로 1977년 부가가치세 도입시 도입되었다. 당시는 자동차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이를 사치성 소비로 간주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가 대중화됐음에도 유류세는 달라지지 않았다. 특별소비세는 1994년 교통세로 이름만 바뀌면서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고 다시 2007년에 지금의 교통·에너지·환경세로 이름이 바뀌었다. 1991년에는 교육세가 부가되고 다시 2000년에는 증가하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지방세인 주행세가 부가되면서 유류세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세 체계 전체에서 볼 때 한국의 에너지세는 수송용 차량에만 중과되고 있다. 교통·환경·에너지세 및 지방세인 주행세는 휘발유와 경유에만 부과되고 있다. LPG와 LNG에는 교통·환경·에너지세 대신 개별소비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휘발유 경유의 교통·환경·에너지세에 비해 LPG는 절반 수준, LNG는 13% 수준에 불과하고 유연탄 무연탄 전력에는 아예 부과되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유연탄 무연탄 전력에는 부가가치세 외에는 전혀 세금이 없다. 이와 같은 에너지원간 과세 불균형은 과도한 전력수요 발생 등 에너지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한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높은 세금으로 인해 줄지 않고 있는 주유소업계의 카드수수료 부담도 문제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방침에 따라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기존 1.5%에서 0.8%로, 2~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수수료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1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도 기존보다 평균 0.3%p 수수료를 내렸다. 하지만 연매출 10억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주유소의 연평균 매출액이 21억원이지만, 여기서 유류세를 제외할 경우 9억원으로 급락하는 점이다. 유류세가 매출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카드 수수료 인하 혜택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또한 지난 1월 개정된 부가가치세법의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 적용 대상도 문제다.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를 통해 카드매출액에 대한 세금을 연간 500만원 한도로 공제해 줬으나, 2016년 세법개정안에서 매출액 10억원 이상 사업자를 공제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로 인해 많은 주유소들이 연 500만원 한도의 세액공제도 받을 수 없게 됐다. 전체 주유소의 40%(약 5000개)가 세금을 포함한 매출액이 10억원을 초과하지만, 세금을 제외한 매출액은 10억원 미만에 해당되어 기름값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 때문에 매출이 부풀려져 세액공제와 카드수수료 인하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는 불합리한 문제점이 있다.
60% 이상이 세금
과도한 유류세, 적정수준으로의 인하를 통한 소비진작 도모
현행 유류세 체계는 소비절감 환경보호 등 유류세 도입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세목이 8가지나 되고 소비자가격의 60% 이상이 세금인 점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 한국의 유류세는 일본보다 원화 환산 기준으로 30% 이상 더 많고 미국은 휘발유 1리터당 세금이 150원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1리터당 세금이 900원 정도인 한국 유류세 부담은 비정상으로 높은 수준이다.
불경기로 인해 서민들의 지갑이 꽁꽁 얼어붙은 지금 유류세를 소비 진작 차원에서라도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 유류세를 낮춰 가계의 지출부담을 줄여주면 가처분 소득이 증대되면서 실질구매력을 높여 경제회복에 긴요한 내수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자영업자들도 어려워지고 있다. 유류세가 과도하게 높으면 높을수록 생산과 유통비용이 높아져 상품가격을 올리게 된다. 이렇게 높아진 장바구니 물가는 다시 인건비 인상으로 연결되면서 한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과도한 유류세의 적정 수준으로의 인하를 통해 소비진작을 도모해야 할 때다.
일단 유류세 세목이 너무 많으므로 석유제품에 꼭 필요한 부분만 부과하도록 세목을 단순화하고 국제원유가격 변동에 대한 완충역할을 할 수 있도록 종량세 체계는 그대로 유지하되 유류세를 적절한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부가가치세 10% 외에 다시 특별소비세 형태로 부가되는 세금이기 때문에 유류소비억제, 환경보호와 소비진작 간의 상반된 주장을 고려하더라도 최소 30% 이상은 인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부가가치세에다 교통·에너지·환경세에 다시 교육세라는 특별세까지 부과되므로 지방세인 주행세는 폐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한 세목에 대해서는 목적에 맞게 잘 사용되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도 있다.
과도한 세금의 부작용
주유소 카드수수료로 인한 신음과 열악한 경영환경
과도한 세금을 그대로 두고 정유업계의 담합 운운하면서 세무조사나 한다든지 인위적으로 알뜰주유소를 도입한다든지 하는 임시방편식 조치는 시장을 왜곡시키고 소비자 후생차원에서 바람직한 조치가 아니다. 알뜰주유소는 이미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기회에 에너지원 간 과도한 과세불균형을 시정해 에너지자원의 배분이 왜곡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휘발유 경유 등 수송용 유류에 과도하게 부과되어 있는 세목을 폐지하거나 단순화하고 부가가치세 외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있거나 낮은 세금이 부과되고 있는 에너지원에 대해서는 일률적인 개별소비세 도입을 통해 에너지원간 조세형평을 제고하고 자원배분 왜곡을 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주유소가 과도한 세금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카드수수료 문제도 정부를 대신해 세금을 징수해 주고 있는 주유소에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시정해야 한다. 많은 주유소들이 유류세 징수 협력비용으로 주유소당 연간 약 3000만원의 카드가맹점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하면서 수수료 폭탄에 신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아울러 연간 500만원 한도의 세액공제혜택 마저 제외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 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영업이익율이 1%대로 낮아지고 주유소의 연간 영업이익이 3,800만원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는 등 경영환경이 열악해 폐업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임을 고려해 볼 때, 카드수수료 인하와 연 5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은 주유소 입장에서는 절실하고 시급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