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기행 (5) - 러시아

송성용 여행작가

 

이번 산유국 기행에는 강추위를 자랑하는 나라 러시아를 소개한다. 춥고 변덕스러운 날씨로 유명하지만 한국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색다른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얼마 전 국내 대형항공사가 연달아 TV 광고를 선보일 정도로 관심을 받으며, 최근 들어 한국 관광객도 급증하는 추세다. 여행지로서 러시아의 매력은 엄청난 땅덩어리 위에 살아 숨 쉬는 다양한 볼거리들이다. 다만 충분한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관광객들에게는 조금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떠나보자.

 

국가가 주도하는 러시아 석유산업

2015BP통계에 따르면 2014년말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원유 생산국이다. 수출량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장량도 1,032억 배럴로 세계에서 6번째로 많다.

국영기업인 ‘로스네프트(Rosneft)’는 현 러시아 석유산업의 핵심이다. 1990년대 민영화로 운영되던 에너지 기업들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통합·재편한 곳이다. 이후로도 다양한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면서 러시아 최대 석유업체로 거듭났다. 또한 가스 분야에서도 ‘가즈프롬(Gazprom)’이라는 국영기업이 유사한 성장과정을 거쳤다.

이들 기업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러시아는 2014년까지 재정 중 절반 이상을 충당해왔다. 그만큼 석유와 가스는 러시아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주요 산업에 속한다. 허나 최근의 유가 급락으로 인해 그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 여행의 엑기스 모스크바 붉은 광장

러시아 최대의 도시인 모스크바는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짧은 일정일수록 꼭 가보길 추천한다. 영화에서도 수차례 나왔던 곳으로 최근에는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크렘린 궁과 붉은 광장 등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했다. 붉은 광장에선 러시아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크렘린 궁과 사이좋게 자리한 성 바실리 대성당은 이국적인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붉은 광장의 중심부다. 붉은 벽으로 둘러싸인 크렘린 궁은 과거 러시아 황제의 거처이면서 러시아 정교회의 중심지였다. 스무 개의 크고 작은 탑은 고딕 양식을, 4개의 대성당과 성벽은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을 느낄 수 있는 건축물이다. 이곳의 일부만 관광객의 출입이 가능하며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볼거리가 넘쳐나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성 바실리 대성당은 마치 테마파크의 놀이시설이라 해도 믿을 것 같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추위마저 잠시 잊게 만들 정도로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건축물이다. 내부는 러시아 정교회 박물관으로 운용 중이니 그들의 종교에 관심이 있다면 둘러보자. 성당 바로 옆에 위치한 붉은색의 모스크바 역사 박물관에선 러시아 역사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여유가 있으면 근처에 있는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 볼쇼이 극장 등도 둘러보길 추천한다.

냉기가 가득한 붉은 광장에서 추위를 피하고 허기를 달래기엔 모스크바 최대의 백화점인 굼이 안성맞춤이다. 전혀 백화점 같지 않은 러시아 건축 양식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하며 내부에도 휘황찬란한 장식물들을 이곳저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수백 개의 상점이 들어서 있어 기념품을 사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밤이 되면 화사한 조명으로 붉은 광장을 더 아름답게 빛내는 곳이기도 하다.

붉은 광장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지나치는 아르바트 거리도 러시아의 정취를 느끼기 좋다. 아르바트 거리는 신·구로 구분되는데, 신 아르바트 거리는 현대 상업시설의 느낌이 강하다면 구 아르바트 거리는 마치 인사동이나 홍대 근방처럼 예술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고풍스러운 건물 사이에서 만나는 다양한 그림과 그림, 거리 음악가들은 감성을 한껏 고취시켜 준다.

 

문화, 예술의 성지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다음으로 큰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제국시대의 수도였던 곳이며 19세기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모스크바가 가장 크다 해도 볼거리는 이곳이 더 많고 문화적으로도 더 발달했다는 말을 하는 이들도 많다. 수많은 운하가 존재해 북유럽의 베네치아로 불리기도 하며 도시 곳곳을 산책하기에도 참 좋다. 이곳 역시 러시아의 아름다운 궁전과 건물, 다양한 박물관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피의 구원 성당은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명소다. 그리스도 부활 사원으로 불리며 성 바실리 대성당을 본 따 지었는데, 건물 외부 색상 때문에 원조(?)에 비해 강렬함이 약간 덜하지만 내·외부 이곳저곳을 채우고 있는 모자이크 이콘화는 화려함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꼭 내부를 꼼꼼하게 구경하도록 할 것.

국립 에르미타주 박물관 역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찾는 이들이 꼭 방문하는 곳이다.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불리는데 5개의 건물, 1000여개의 방에 유럽, 이집트, 그리스와 로마, 중국 등 300만점이 넘는 전 세계 보물이 전시되어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루빈슨, 피카소, 고갱, 고흐, 르느와르 등 워낙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즐비해 대표작을 꼽는 게 무색하다. 덕분에 제대로 보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으니 일정을 잘 다듬도록 하자.

러시아 황제였던 표트르가 만든 여름 궁전은 다양한 황금 조각상과 분수로 유명한 곳이다. 황금색, 흰색과 하늘색, 살구색의 조화로 전반적으로 화려한 건물 외관을 자랑하며 시원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는 화려한 분수대를 구경하면서 핀란드만에 접한 대형 정원을 산책하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다만 겨울에는 분수가 작동하지 않아 볼거리가 줄어드는 아쉬움이 있다.

 

<러시아 여행 팁>

러시아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은 입국일 또는 거주지 이동일로부터 7일 이내에 거주 등록을 해야 한다(입국일 또는 거주지 이동일로부터 7일 이내 체류자는 면제). 초청자 또는 호텔 등 숙박업소에서 신고할 것.

5~6, 9~10월이 상대적으로 온화해 여행하기 좋다. 팁은 10~15%, 부가가치세(VAT) 18%(어린이 용품과 식품에 한해 10%).

현재 체첸을 중심으로 한 북카프카스 지역(북오세티아, 잉구세티아, 다게스탄, 카바르디노 발카리아, 북오세티아, 카라차예보체르케스카야, 아디게야)은 폭탄 테러가 빈발하고 있으니 여행을 자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