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법의 효과와 우려

 

서욱진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차장)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은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주요 업종의 구조조정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업종의 기업분할, 합병 등 사업재편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 등 혜택을 주는 것이 이 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또 경영권 상속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야당의 우려를 반영한 견제 장치가 대거 추가돼 대기업 특혜 시비도 빠른 시일 안에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야당의 주장이 많이 반영되면서 원래 기획됐던 원샷법에 비해 내용이 많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법 시행 이후 보완 등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구조조정 멍석깔아줘

철강·조선·석유화학 업종의 구조조정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 100%50%이상,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 촉진

원샷법은 구조조정을 하고 싶어도 절차상 어려움과 세금 등의 부담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기업의 자발적인 결단을 이끌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조선·석유화학 업종의 구조조정이 빨라질 수 있다.

가령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 중소형 조선사끼리 합병할 때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합병 대가로 발행하는 신주가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하일 때만 이사회 결의로 합병할 수 있다. 원샷법은 이 기준을 발행주식 총수의 20%까지로 완화했다.

또 원샷법 시행으로 한진해운, 현대상선과 같은 대형 해운사의 합병 논의도 활발해질 수 있다. 원샷법 적용 대상이 되면 회사 합병 반대주주의 주식매수 기간이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되고, 주식매수청구권 요청 기간이 주총 후 20일에서 10일로 단축돼 합병이 수월해진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원샷법이 시행된다고 당장 사업재편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좋은 멍석을 깔아준 것은 분명하다기업들이 사업재편 결정을 좀 더 쉽게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샷법은 기업들의 지주회사로의 전환도 촉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체제에서는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에 대한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원샷법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면 50% 이상만 보유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바뀐 한진그룹은 손자회사인 한진해운이 오는 11월까지 한진퍼시픽 등 증손회사 5곳의 지분 100%를 보유하거나 전량 매각해야 하는 등 증손회사 규제는 지주회사 전환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삼성카드 지분을 모두 매입, 72%의 지분을 확보한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도 쉬워질 전망이다. 원샷법 통과로 삼성생명은 삼성카드를 흡수·합병할 때 주주총회를 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가능성은 높아졌다. 공급 과잉 업종에서의 사업 재편이라는 원샷법의 적용 취지에 들어맞기 때문이다.

삼성외에 현대자동차, SK 등 대기업들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빨라질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대기업 특혜론사라질 듯

경영권의 승계’,‘특수관계인의 지배구조 강화’,‘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등은 제외

원샷법은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용이 상당 부분 수정됐다. ‘대기업 특혜론을 잠재울 수 있는 여러 장치가 마련됐다. 사업재편의 목적이 경영권의 승계나 특수관계인의 지배구조 강화, 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이익의 제공등에 있다고 판단되면 원샷법 적용 대상으로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이 들어간 게 대표적이다.

또 승인 이후에도 이런 목적이 드러나면 지원액의 세 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는 조항도 새로 담았다.

이와 함께 국회가 추천하는 전문가 4인이 포함된 민관 합동 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심의를 거쳐야 한다. 원샷법의 적용을 받기가 그만큼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원샷법이 일부 대기업을 위한 특혜법이라는 일각의 지적 등도 설득력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고용이 전국경제인연합회 규제개혁팀장은 원샷법은 철강·조선·석유화학 등 공급 과잉 업종으로 적용 대상이 한정돼 있어 업황이 괜찮은 곳은 처음부터 지원이 배제된다편법을 우려한 대기업 특혜론은 법 시행과 함께 자연스럽게 가라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샷법우려도

원샷법이 내용이 대폭 수정되면서 효력이 약할 것이라는 우려도.

특혜론은 불거지지 않겠지만 일각에서는 원샷법의 내용이 많이 수정되면서 효력이 약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기업 특혜론을 배제시키기 위해 추가한 장치들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가령 국회가 추천하는 전문가 4명이 포함된 민관 합동 심의위원회의 특성상 정치권의 이해 관계에 휘둘릴 우려가 있다. 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은 세제 혜택만 받고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집단 내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계열사는 원샷법의 채무보증 특례에서도 제외되는 부분 등이 재계가 걱정하는 대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야당이 한발 뒤로 물러서면서 법이 통과된 것은 다행이지만 지금 원샷법은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의 산업경쟁력 강화법에 비해 많이 약한 게 사실이라며 원샷법을 일단 시행한 뒤 부족한 부분은 다시 수정 및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나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일단 원샷법의 시행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적용 대상 부분에서 야당의 양보를 이끌어내 공급 과잉이면 업종과 관계없이 대기업도 수혜를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원샷법 자체가 구조조정에 대한 일종의 특혜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원안에 비해 일부 내용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상당한 메리트를 갖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한 정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라는 취지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혜택을 주는 것이 바로 원샷법이라며 수혜를 받는 기업은 스스로 해야 할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에 국민 세금으로 지원을 받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