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자동차, 소비자 마음 흔들까

 

우아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친환경 자동차에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자동차는 수 년 전만 해도 기술적 한계와 비싼 가격 때문에 양산이 요원한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관련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소비자에게 성큼 다가섰다. 실제로 국내 선두 주자로 꼽히는 현대차는 3월 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네바모터쇼에서 최근 개발한 하이브리드 차(HEV), 전기차(EV),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PHEV) 모델을 모두 공개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 업체인 혼다는 첫 양산형 수소 연료전지 차(FCEV)를 유럽에 처음으로 공개한다. 갈수록 자동차에 대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유럽에서 연비를 개선한 친환경 자동차로 유럽 시장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미다.

 

전기차를 향한 과도기 기술, 하이브리드 차

회생제동, 바퀴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저장

궁극의 친환경 자동차는 순수한 전기차라고 볼 수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엔진) 없이 전기모터만 탑재한 차량으로,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로 모터를 작동시켜서 모터에 연결된 구동축(바퀴)을 돌린다. 배기가스가 전혀 나오지 않으며, 내연기관에 비해 부품 수가 적어 소음이나 고장이 적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내연기관을 가진 기존 자동차는 차종에 따라 느린 속도에서 토크가 낮다는 약점이 있었는데, 전기차는 저속에서도 높은 토크를 낼 수 있고 효율이 높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가솔린이나 디젤 차가 배출하는 각종 공해 가스가 대기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일찌감치 전기차가 제시됐다. 특히 1990년대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개발이 추진됐고,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전기차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배터리가 발목을 잡았다. 수 년 간 집중적으로 투자했지만, 한 번 충전으로 충분한 거리를 갈 수 있을 만큼 배터리 성능이 개선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만 떠올려도 쉽게 알 수 있다. 오전에 집을 나설 때 스마트폰을 100% 충전했더라도 한나절을 연속해서 사용하기가 어렵다. 하물며 커다란 차를 몇 시간씩 구동하려면 대용량 배터리를 달아야 하는데, 부피가 너무 크고 무거워 차의 연비를 되려 깎아 먹었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게 바로 하이브리드 차다. 순수한 전기차로 넘어가기 위한 과도기 기술로, 전기차가 상용화되기 전까지 조금이나마 연비를 높이고 공해 물질을 줄이기 위해서 개발됐다. 주로 기존의 화석연료를 사용해 동력을 얻는 엔진과, 전기로 구동하는 모터를 사용한다. 하이브리드 차는 내연기관의 여러 약점을 보충한다. 예를 들어, 일반 내연기관 차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바퀴에서 마찰열로 에너지가 손실된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차는 제동할 때 바퀴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저장한다. 이를 회생제동이라고 한다. 저장했던 전기에너지로 모터를 돌려 엔진을 더 빠르고 부드럽게 가속시킬 수도 있다. 내연기관이라면 동력을 허공으로 날리는, 내리막길을 가거나 잠시 정차하는 등의 상황에서도 하이브리드차는 엔진을 멈추고 모터를 가동시켜 연료 낭비를 막는다(아이들 스탑, Idle stop).

 

이제 가정에서 충전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충전한 전기를 이용해 모터로 주행하다가 배터리 방전시, 엔진과 모터를 동시에 사용

하이브리드 차는 동력계통의 구조에 따라 크게 병렬형, 직렬형, 혼합형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병렬형은 기존 엔진에 보조 모터를 붙인 것으로, 엔진과 모터가 각각 독립적으로 바퀴에 연결돼 있다. 주행할 때는 주로 엔진의 기계적 추진력을 동력원으로 이용하는데, 엔진을 가속하거나 출력이 부족할 때 모터의 전기적 추진력으로 이를 보조한다. 시스템이 단순한 편이라 현재 하이브리드 차에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반면 직렬형은 엔진이 발전기를 돌리고, 이 발전기에서 발생한 전기로 모터를 돌린다. 병렬형과 달리, 오직 모터만 바퀴의 구동축에 연결돼 있다. 엔진-발전기-모터-바퀴가 직렬로 연결돼 있다는 얘기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어 차를 구동하는 태양광 차가 보통 이 방식을 쓴다. 태양광 차에는 엔진과 발전기 대신 태양전지판이 부착된다.

혼합형은 이 둘을 섞은 방식이다.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작동하거나 각각 단독으로 차량을 구동할 수 있다. 내부에 동력 분할 기구가 있어서 엔진 출력을 발전기와 바퀴에 효율적으로 나눠준다. 이를 통해 엔진을 항상 효율이 높은 상태로 운전하도록 제어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연비와 출력을 모두 이상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비싸다. 도요타의 프리우스가 대표적이다. 직렬형이나 혼합형은 모터를 주행 시 주 동력원으로 쓰기 때문에 병렬형보다 전기차에 더 가깝다. 안정적인 대용량 배터리를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최근에는 가정이나 건물 등 외부의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가 대세로 떠올랐다. 미리 배터리에 충전한 전기를 이용해 모터로 주행하다가, 배터리가 방전되면 일반 하이브리드 차처럼 엔진과 모터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 모터를 본격적으로 주행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대부분 병렬형이었던 기존의 하이브리드 차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역시 배터리의 성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소 연료전지 차,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물을 전기분해하여 발생하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전기 발생

친환경 자동차의 또 다른 대안은 바로 수소 연료전지 차다. 전기차의 배터리만 연료전지로 대체한 개념이다. 물을 전기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발생하는데, 연료전지를 이용해 이 화학 반응을 반대로 하면 전기를 얻을 수 있다. 연료전지 차에는 배터리 대신 크게 수소 저장 탱크와 수소 연료전지, 그리고 전기모터가 들어간다.

전기차의 배터리가 문제이듯, 수소 연료전지 차는 수소 연료가 발목을 잡고 있다. 물을 전기 분해해서 수소 연료를 생산하는 데는, 수소로 만들 수 있는 전기에너지의 몇 배에 달하는 에너지가 든다. 이 때문에 태양에너지나 미생물을 이용해 물을 분해하는 등 더 저렴하게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이 연구 중이지만,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수소 연료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수송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수소 가스를 액화하는 기술과 유체 형태가 아닌 격자 구조 물질에 수소를 저장하는 수소저장합금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수소 충전소 등 인프라 문제도 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소 연료전지 차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장점이 월등하기 때문. 무엇보다 수소는 전기화학반응이 일어난 뒤 오직 물만 배출되는, 몹시 이상적인 대체 에너지다. 게다가 이론 효율은 최대 80% 정도로, 30% 남짓한 기존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보다 훨씬 높다. 수소가 가연성이 높아서 폭발 위험이 높다는 우려가 있지만, 수소 가스는 무게가 가벼워 공기 중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불이 났을 때 차량을 태우지 못해 오히려 안정적이다.

 

포기할 수 없는 매력, 클린 디젤

지속적인 성능 개선으로 유럽의 배출가스 규제기준인 유로6’ 충족

디젤 차량 가운데 일부도 친환경 자동차로 분류된다. 바로 유럽의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만족하는 클린 디젤이다. 한국 정부는 2010, 기존 가솔린 차량보다 연비가 훨씬 뛰어난 디젤차를 육성하면서 환경지표를 유럽의 배출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6’에 맞춘 클린 디젤을 만들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디젤 차의 배출가스에는 탄소가 미처 연소되지 않아 생기는 미연 탄화수소와,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2012년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를 1등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클린 디젤 차는 이 같은 배출가스를 엔진 성능을 개선하고 후처리 장치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환경과 인체에 덜 유해한 물질로 바꿔 내보낸다. 꾸준한 기술 개발 결과, 현재는 질소산화물을 80% 이상 정화하고 있다. 물론 후처리 장치를 달면 무게가 무거워지고 가스가 원활히 배출되지 않으면서 연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높아지는 가격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데다 나노 단위의 초미세먼지는 여전히 배출된다는 점에서 친환경 차가 아니라는 비판도 있지만, 어쨌든 당분간은 디젤차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환경 규제 기준만 만족하면 전기차 같은 높은 수준의 친환경 자동차보다 연비 측면에서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디젤차를 대체할 만한 친환경 자동차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주효하다. 전기차가 쓸 전기의 70%는 화석연료로 운영하는 발전소에서 온다. 친환경 자동차 전성시대의 서막이 오른 2016, 과연 어떤 친환경 자동차가 대세로 떠오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