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원유 수출허용 가능성과 국내 정유산업의 대응방향

김재경 부연구위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미국산 원유 수출금지 기조의 변화 가능성

2015년 10월 9일, 미국 하원은 1975년 이후 미국산 원유의 수출 금지조항, 에너지정책 및 절약법(Energy Policy and Conservation Act: 이하 EPCA) Section 103을 폐기하는 법안(H.R. 702.)을 찬성 261표, 반대 159표로 통과시켰다. 유사한 내용으로 공화당 Murkowski 상원의원(알래스카州)과 민주당 Heitkamp 상원의원(노스다코다州)이 각각 제출한 법안들(2건)도 상원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여 현재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석유업계는 2016년 내 미국산 원유의 수출허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물론 걸림돌도 있다. 하원 본회의 표결이 있기 직전인 10월 7일 거부권(veto)을 가지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반대의사를 공식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설혹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미국산 원유수출 자유화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경우, 거부권 무효화를 위한 재심사과정에서 상·하 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미국산 원유 수출자유화에 미온적인 민주당의 합의가 이 경우 절실히 필요해진다. 다행히 원유 수출자유화를 재생 에너지 촉진법과 연계시키거나 에너지 절약, 수자원 보호 등에 대한 재정지원을 연말에 시작될 차년도 예산 승인절차에 포함시켜 처리하는 등의 타협안을 가지고 양당간 물밑협상이 진행 중이다. 비록 섣불리 단언하기에는 설익은 감이 없지 않지만, 2016년 내 적어도 금수조치 일변도의 현 기조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석유안보와 원유 수출금수조치

미국산 원유 수출금수조치가 마련된 계기는 1973년 아랍석유수출국기구(Organization of Arab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OAPEC)가 미국으로의 원유수출을 전면 금지한 조치에 있다. 해당 조치의 여파로 국제유가의 급격한 상승(1973년 9월 3.65$/bbl → 1973년 12월 11.65$/bbl)을 경험하면서, 미국 내에는 원유수입의 안정성에 대해 국가 안보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회저변으로 확산되었고, 원유의 국외반출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금지하자는 주장이 큰 힘을 얻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미국 닉슨 대통령은 1973년 12월 25일 특별담화를 통해 소위 ‘에너지 독립(energy independence)’을 주창하게 되었으며, 이어 1975년 12월 22일에는 에너지정책 및 절약법(EPCA)이 제정되었다.

특히 EPCA의 Section 103은 특히 석유안보와 관련하여, 에너지공급 교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행정부(정확하게는 그 수반인 대통령)에게 일부 예외사항을 제외하고는 미국산 원유의 수출을 완전히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실제 금지조치의 이행을 미국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가 담당할 수 있도록, 1979년 전면개정을 통해 수출관리법(Export Administration Act: EAA)의 수출관리규정(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 EAR)을 실행규범으로서 마련하게 된다.

이와 같이 EPCA를 통해 미국산 원유 수출규제가 도입된 이후, 지난 40년 동안 미국이 자국산 원유를 수출해야 할 만큼 충분한 생산이 이루어진 적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 그 동안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순수입국이었기 때문에, 몇몇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수출을 규제하지 않더라도 수출 필요성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급변하였다. 미국 수평시추(horizontal boring) 및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법이라는 신기술 도입으로 촉발된 셰일혁명(Shale Revolution)의 여파로, 저유황 경질 타이트오일(Light Tight Oil: LTO)의 생산이 2011년 이후 급증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주로 중남미나 캐나다 산 중질유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는 미국 정제능력의 한계로 인해, 이러한 LTO가 미국 내에서 과잉공급 상태에 높이게 되면서, 해당원유 가격(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기준)이 국제시세 보다 할인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에 1973년 상황논리에서 만들어진 1975년 체제를 탈피, 원유 수출 전면자유화라는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요구 및 주장이 자연스럽게 관련업계에서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14년 1월 30일 미국 상원 에너지 천연자원 위원회(U.S. Senate Committee on Energy and Natural Resources) 공청회 찬반토론을 기점으로 논쟁은 보다 확전되었다. 

 

 

 

미국 상하양원 의원

이해당사자

수출자유화

찬성진영

수출규제

전면폐지

L. Murkowski (R., AK)

API

Independent Producers

Integrated Producers/Majors

Chamber of Commerce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Institute

Cato Institute

수출규제

부분개정

J. Barton (R., TX)  R. Portman (R., OH)

M. Landrieu (D.,La.) R. Wyden (D., OR) M. Cantwell (D., WA) G. Green (D., TX)

수출자유와 반대진영

E. J. Markey (D., MA)   R. Menendez (D. NJ)

Independent Refiners(CRUDE)

Center for American Progress

*주: R.: 공화당(Republican); D.: 민주당(Democrat), ( ): 주명 

 

 

 

 

원유 수출자유화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한편 2016년 미국산 원유 수출자유화 가능성은 중동산 원유에 절대적으로 의존적인 한국 정유업계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특히 중동산 원유 도입의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한편, 도입거래 협상 시 중동원유판매자들에 비해 상대적 열위에 있는 현상을 극복하고 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새로운 원유 도입선 발굴은 한국 석유업계의 오랜 숙원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국산 원유 수출자유화는 원유 도입선 다변화 노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중국과 인도 등이 정제능력을 확충해 나아가면서 경쟁이 심화되어 가고 있는 국제 석유제품 시장에서, 최근 셰일혁명의 여파로 증산이 이루어진 관계로, 국제 시세다 저렴해진 미국산 원유 도입은 생산원가 절감으로 말미암은 가격경쟁력 제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여 정부차원에서도 미국산 원유(특히 콘덴세이트) 도입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이미 가시화되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수출규제 정책의 변화방향은 미국 정부가 현행 규정을 고수하면서, 상대적으로 유연한 운영을 통해, 미국산 원유수출을 확대해 나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여 저렴한 LTO 중심의 경질유를 국내로 도입하는 방안으로서 원유 스왑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앞 원유 스왑은 성상이 다른 원유를 미국으로 재수출하는 것을 전제로, 현행 규제의 범주 안에서 용인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미국산 원유 도입방법 중 하나이다. 가령 캐나다 서부지역 보유 유정(가령 한국석유공사 Black Gold광구, Harvest Energy社 등)에서 생산된 중질유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미국산 경질유를 국내로 도입할 경우,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미국과의 협정을 통해 규정개정 없이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도 국내로 도입할 수 있다. TTIP를 활용한 EU의 사례에서와 같이, 현재 정부가 현재 참여의사를 보인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등에서 의제의 하나로서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장기적 관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물론 현행 수출규제의 전면적 폐기를 통해서나 최소한 일부개정을 통해 한시적․한정적으로 수출 자유화가 이루어지게 된다면, 미국산 원유의 국내도입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수출자유화 조치의 결정은 전적으로 미국 정부와 정치권의 몫인 것인 분명하지만, 국내 석유화학업계나 정부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필요는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미국산 원유를 국내로 수출하는 것이 한․미 상호간 이익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미국 정부관계자 및 정치권에 홍보내지는 전달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미국 정부(정확하게는 대통령)가 원유 수출금지의 예외조항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해당결정이 국익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경제적 이익과 함께 미국의 외교․안보적인 이익도 중요하게 고려하였다는 점을 참고한다면, 미국산 원유의 도입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한․미간의 60년 이상 지속된 동맹관계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