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년 정유 , 석유화학 산업의 경영환경 전망
소제 : 저가 원료 확보능력이 곧 경쟁력이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 황규원
2015 년은 정유 / 화학업체 경쟁력의 원천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기였다
2015 년을 되돌아보면 , 한국 정유 및 화학업체의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였다 . 연초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비용통제라는 표어를 들고 나왔다 . 그러나 , 2 분기가 끝날 즈음에는 초조했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 정유사나 NCC 업체는 과거 호황때나 볼 수 있던 이익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
글로벌 수요 여건은 나아진게 별로 없었는데 , 호황이라니 ? 정유 및 화학업체의 가장 원천적인 경쟁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임에 틀림없다 . 그 해답을 원가 경쟁력에서 찾을 수 있다 . 엄밀히 말하면 , 원재료 (Feed) 를 누가 싸게 조달할 수 있는지가 수익 창출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
구체적으로 , 정유업체의 원가 경쟁력은 지역별 원유가격의 차이에서 발생된다 . 2011 ~ 2014 년 기간에 WTI 가격은 1 배럴에 95$ 로 , Dubai 가격보다 10$ 이나 낮게 형성되었다 . 이로 인해 , 미국 정유사의 휘발유 마진은 23$ 로 , 한국 14$ 보다 1.7 배나 높았다 . 그런데 , 2015 년 10 월 Dubai 가격이 45$ 로 WTI 에 비슷해지면서 , 오히려 한국의 휘발유 마진이 17$ 로 미국 12$ 보다 유리해졌다 .
석유화학업종의 원가경쟁력은 좀 더 다이내믹하다 . 석유화학의 대표제품인 에틸렌을 생산하는데 한가지 원료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 에탄 , LPG( 프로판 , 부탄 ), 석탄 , 나프타 , 메탄올 등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2012 년 ~2014 년 동안은 쉐일가스 효과로 에탄가스 가격이 나프타 보다 월등히 저렴했다 . 미국의 ECC(Ethane Cracker Center) 에서 에틸렌 1 톤을 생산했을 때 손익은 980$ 수준으로 , NCC(Naphtha Cracking Center) 153$ 보다 8 배나 높은 수익을 얻었다 . 그런데 , 2015 년부터 국제원유가격이 60$ 이하로 낮아지면서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2015 년 10 월 NCC 손익은 246$ 로 ECC 280$ 과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
쉽게 끝나지 않을 중동의 원유 수출 경쟁은 한국업체 곳간을 넉넉하게 만들 것이다
중동산 원유가격 하락에서 비롯된 한국 정유 및 석화업체의 원가경쟁력 회복 추세는 2016 년은 물론 , 2018 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 글로벌 신규 원유 과잉공급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살펴보면 ,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IEA 2015 년 자료에 따르면 , 새롭게 원유 뽑아내기 시작하는 신규 E&P 광구의 하루 생산능력 규모 ( 신규 광구에서 최대 생산량 기준 ) 가 2014 년 330 만배럴 , 2015 년 185 만배럴 , 2016 년 192 만배럴 , 2017 년 322 만배럴 , 2018 년 178 만배럴 등으로 , 연간 120 ~ 150 만배럴의 글로벌 수요증가 규모를 크게 웃돌고 있다 . 대규모의 강제적이고 인위적인 원유생산량 통제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 원유 과잉공급 문제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힘들다는 뜻이다 .
특히 , 2016 ~ 2017 년에는 OPEC, 러시아 , 미국의 원유 수출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 당장 , 이란은 100 만배럴 원유를 수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 게다가 , 사우디아라비아 , 앙골라 , 베네주엘라 , 나이지리아 등에서 하루에 180 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E&P 광구가 가동된다 . 러시아 연방에서도 100 만배럴 규모의 신규 광구 가동이 예정되어 있다 . 달러 확보가 시급한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로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 여기에 , 2016 ~ 2017 년 미국이 원유수출이 허용하게 된다면 , OPEC 국가들 사이에서 원유를 싸게라도 팔려는 수출 경쟁이 점점 심해질 수 밖에 없다 .
희한하게도 , 대규모 설비 투자에 대한 결정장애에 시달릴 것이다
중동의 원유수출 경쟁은 2016 년 ~ 2017 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정유 및 화학업체의 탄탄한 이익을 담보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 그럼에도 , 이상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 실적이 좋아지면 경쟁적으로 대규모 설비를 짓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 2016 ~ 2017 년에는 CEO 의 결정장애가 만연할 것으로 보인다 . 3 가지 뼈아픈 트라우마 (trauma) 때문이다 .
첫째 , 정유사는 PX(Para Xylene, 폴리에스터 원료 ) 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 2012 년 ~ 2014 년 정유업체는 각 설비당 1 조원 이상의 돈을 쏟아 부으며 , 컨덴세이트 분해설비와 이를 활용한 PX( 파라자일렌 ) 설비에 투자하는 것이 붐이었다 . 특히 , PX 설비는 아시아에서만 1,000 만톤이 추가되었는데 , 글로벌 수요는 600 만톤 늘어나는데 그쳤다 . 당연히 , 신규설비는 가동과 더불어 과잉공급이라는 충격에 휩싸였다 . 가동한지 1 년도 안되어 채권단 관리를 받는 기업이 나올 정도였다 .
둘째 , 미국의 에탄 크랙커 (Ethane Cracker Center, ECC) 투자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 ECC 설비의 경제성을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 국제유가가 100$ 이상에서 형성되었던 시기에 ECC 설비에서 1 톤의 에틸렌을 팔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은 980$ 수준이었다 . 그런데 , 2015 년에는 280$ 으로 급락했다 . 싼 쉐일가스 ( 에탄 ) 로 에틸렌을 생산만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견에 가려있던 문제점이 부각된 것이다 . 사실 , 미국의 에틸렌 수요량은 2,600 만톤인데 , 수요성장이 거의 없다 . 이런 상황 속에서 2015 년에 50 만톤 정도의 소규모 증설이 이루어졌을 뿐인데도 , 벌써 에틸렌 잉여문제가 붉어졌다 . 그런데 , 2017 ~ 2018 년에 ECC 로부터 약 850 만톤 규모의 에틸렌이 쏟아지게 되는데 , 누가 2013 년과 같은 고수익을 장담할 수 있을까 ?
셋째 , 프로필렌 트라우마는 NCC(Naphtha Cracking Center) 증설도 막을 것이다 . 2013 ~ 2015 년 아시아지역 대형 석화업체는 프로필렌 투자에 몰두했다 . 이목이 집중된 미국 ECC 에서 프로필렌 생산량이 극히 낮기 때문에 투자 기회가 충분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 OCU(Olefin Conversion Unit). PDH(Propane Dehydrogenation), MTP(Methanol to Propylene), CTP(Coal to Propylene) 등의 기술이 총 동원되며 , 2014 ~ 2015 년 동안 약 2,000 만톤의 프로필렌 설비가 새로 만들어 졌는데 , 수요는 고작 900 만톤 정도 증가하는데 그쳤다 . 2015 년 중반부터 과잉공급에 빠졌는데 , 2018 년까지는 회복이 힘들어 보인다 .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감히 대형 NCC 투자를 결정할 수 있을까 ? 아마도 , 투자 제안이 들어오면 , ‘ 프로필렌을 어디다 팔어 ?’ 라는 저항에 부딪힐 것이 뻔하다 .
Aramco ㈜의 동진 ( 東進 ) 에 대비해야 한다
트라우마를 빌미로 , 한국 정유 및 화학업체는 2016 년 넉넉해진 현금을 손에 꽉 쥐고만 있으면 될까 ? 사우디아라비아의 아시아 진출 움직임을 보면 ,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 2015 년 4 월 ,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Aramco 는 2020 년까지 800 억달러 ( 약 80 ~ 90 조원 ) 의 자금을 아시아지역 M&A 에 사용하겠다는 발표했다 .
그들의 동진 정책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 2015 년 3 월 Aramco ㈜는 금융기관과 10 조원 규모의 자금조달계약 (Credit Tranche, 언제든지 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 대출형태 ) 을 성공했다 . 2015 년 9 월부터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 S-Oil ㈜이 4.9 조원의 대규모 고도화설비 및 석유화학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 비슷한 시기에 , 글로벌 1 위 합성고무업체인 독일 Lanxess ㈜의 고무사업을 인수하는데 합의했다 . 더구나 , 10 월에는 중국의 CNPC ㈜의 정유 및 주유소 등에 대한 자산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1 배럴당 채굴 비용은 10 ~ 40$( 평균 20$ 내외 ) 로 ,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다 . 만일 , 앞으로 5 년간 80 ~ 90 조원의 M&A 계획이 실제로 진행된다면 , 아마도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기술력이나 시장지배력이나 , 규모를 가지고 있는 정유사 , 주유소 , NCC 설비 , 스페셜티 업체가 대상이 될 것이다 . M&A 과정이 끝나면 , 대규모 증설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아시아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것은 명약관화 ( 明若觀火 ) 하다 .
정리해 보면 , 2016 년 한국 정유사와 석유화학업체는 수익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 더구나 , 중국의 석탄화학 설비 (CTO, Coal to Olefin) 가 그랬듯이 , 미국의 에탄크랙커 (ECC) 의 공포도 너무 과장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 많아 질 것이다 . 그러나 , 세계에서 가장 싼 원료를 생산하고 있는 Aramco ㈜가 아시아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변화이다 . 비록 , TPA, PX, 컨덴세이트 스플리트 , 프로필렌 투자 실기로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 승패를 병가지상사 ( 兵家之常事 ) 로 여기는 대범함이 필요해 보인다 . 정유 / 석유화학업체의 경쟁력의 원천인 저가의 원료 ( 원료 다변화 ) 를 확보하기 위한 혜안을 고민하는 것은 어떨까 ?
표. ECC(에탄가스 분해설비)의 에틸렌 경제성 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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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ECC(Ethane Cracking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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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NCC(나프타 분해설비)의 에틸렌 경제성 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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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NCC(Naphtha Cracking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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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CTO(석탄 분해설비)의 에틸렌 경제성 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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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CTO(Coal to Ole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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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MTO(메탄올 분해설비)의 에틸렌 경제성 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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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MTO(Methanol to Ole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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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글로벌 신규 원유 자원개발광구 생산 규모 : 2017년 또 다른 과잉공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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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배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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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각 광구의 최대 생산 가능량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