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관동대 교수 홍창의
빈번한 사고의 위험성
지금은 장애인과 택시, 렌터카, 일부 차종에서만 LPG 차량을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 이 같은 LPG 차량에 대한 사용제한이 대폭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5년 이상 된 LPG 차량에 대해 일반인 양도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기 때문이다. 개정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장애인이 아닌 일반인도 LPG 차량을 마음대로 운행할 수 있게 된다. LPG 차량 이용 확대를 주장하는 근거는 LPG가 친환경 차량이고 기존 LPG 차량 소유자의 재산적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대한민국 도로를 화약고로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2011년 서울 용산구 남산 1호 터널에서 LPG 택시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시간가량 불이 계속 타오르며 점차 커지는 동안, 운전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당시 터널에는 30m 간격으로 소화기가 비치돼 있었지만 택시 LPG 가스통이 폭발할까봐 접근하지 못하여, 불을 초기에 끄지 못했다. 가스 차량의 경우, 화재가 발생하여 초기 진화를 충분히 할 수 있어도 폭발의 위험성 때문에 일반인들이 두려워 접근을 쉽게 못하기 때문에 진화가 지연되고 피해가 가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시 사고원인은 노후 차량의 정비 불량으로 인한 사고로 잠정결론이 났다. 사고택시는 2007년 6월 21일 최초 등록한 택시로 차령이 4년이 넘는 차량으로, 총 주행거리가 50만 km를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운행되는 일반택시는 4년간 운행한 후 택시연장검사를 통해 상태를 점검 후 1년간 더 운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따라서 문제의 차는 택시연장검사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가 났다. 문제가 많은 가스 차량에 대해 정부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해준 셈이다.
이렇듯 대개의 가스 차량검사는 피상적이고 형식적이다. 결과적으로 택시의 상태는 주행 중 불이 붙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LPG 가스 차량이었지만, 사고 직전의 가스 차량검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실제로 가스 차량검사에서 탈락하는 택시는 거의 없을 정도니, 지금과 같은 형식적인 검사로 가스차량의 화재나 폭발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LPG 사고가 도처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신차보다는 중고차가 사고에 더 취약하다. 이런 마당에 LPG 중고차를 일반인에게 까지 마구 확대한다는 발상 자체가 의아스럽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정책인가 아니면 LPG 가스업계의 마케팅을 위한 정책인가?
경제성보다 국민 안전이 우선
LPG 차량 사용제한을 완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는 광경은 2014년 4월 16일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를 또 다시 보는 듯하다. 승객안전보다는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 주다가 화를 자초한 모양이 닮은꼴이다. 세월호 295명 사망으로 국민안전처가 신설됨에 따라, 각 부문의 안전제고 방안과 방재 방안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이에 교통 분야에서도 국민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 방안 마련이 새롭게 요구되고 있다.
특히 교통수단의 화재와 폭발의 재난 방재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준 대중교통수단’인 택시가 LPG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택시의 연료도 LPG에 국한시키지 말고 다양화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일반인까지 LPG 차량을 마음대로 운행할 수 있게 한다면, 이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 된다.
교통사고는 사고 후 대책보다는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 터널에서 LPG 가스차량이 폭발한다면, 터널 안 캄캄한 연기 속에 갇혀서 세월호처럼 질식사하는 대형인명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국가는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국회는 새로운 법안의 경제성만 부각시키지 말고 안전성을 면밀히 따져보고 LPG 차량확대 정책을 즉각 철회하기를 촉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