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기조에 따른 정부정책에 의해 한국 경제는 석유수요가 빠르게 감소하는 급속한 탈석유화 과정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내 석유산업과 한국 경제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최근 셰일가스, 타이트오일 등 비전통 화석연료의 공급량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은 국내 석유산업의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수출 주력산업인 석유산업의 위기는 곧 국민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국가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즉, 우리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국가 에너지 기반산업으로서의 석유산업의 위상이 흔들리고 미래 전망이 불투명하여 국가에너지 안보에서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석유산업의 수급안정성 및 경제성 측면에서 석유산업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급속한 탈석유화 과정을 늦추고 "Bridge Energy"로서의 석유의 활용도를 제고하는 방안이 고민되어야 한다. 본 기고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석유수요 감소를 유발한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들을 통해 향후 10년 동안 석유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간략하게 살펴본다.
과거 10년에 대한 고찰
'97년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정부는 석유의존도를 감축하기로 목표를 설정했고, 그에 따라 '14년 석유의존도는 37.3%로 '00년 대비 14.7%가 감소하였다.
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2014)
특히, 과거 10년('03~'12) 동안 국내 등유, 중질중유, LPG 소비는 꾸준히 감소하였다. 먼저 등유는 가격, 환경, 편리성 등의 이유로 LNG와 전기로 대체되었다. 중질중유의 수요 감소는 다음의 3가지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첫째는 전체 벙커C유의 30%가 선박용 연료로 쓰이는 상황에서 해운업계의 장기 불황과 국내외 경기불황으로 인한 물동량 감소로 선박 운항횟수가 감소한 것이다. 둘째는 강화된 국내 환경규제로 벙커C유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발전용 연료가 LNG, 원자력 등으로 꾸준히 대체되었다. 셋째는 벙커C유의 가격상승으로, '90년대 1톤당 100달러에 못 미치던 가격이 최근 600달러로 급등하여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다. LPG(액화석유가스)는 열량범위제 실시 후 천연가스와 LNG에 자리를 내어주면서 소비가 크게 감소하였다.
출처: 국가에너지통계종합정보시스템(KESIS)
미래 10년에 대한 전망
셰일가스의 영향
IEA에서는 향후 석유에서 가스로 주요 에너지원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셰일가스가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에너지 믹스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 동향을 보면, 먼저 미국은 이미 '10년 전체 가스수입의 11%를 셰일가스로 대체하였고, 생산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국내 석유 수요 감소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진다. 다음으로 중국은 셰일가스를 향후 중요한 자원으로 보고 셰일가스를 기존 석유나 가스와 분리,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분류하여 보조금 지급 및 각종 세금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상황 및 정책이 단기적으로 국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국가들은 셰일가스 채굴과정에서 야기되는 여러 환경오염으로 인해 셰일가스를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에서 저렴한 셰일가스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기업들과 석유기반의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국내 석유화학기업들 간의 경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원유수출국의 정유/정제시설 확보
최근 몇 년 사이, 중동 및 중국과 같은 주요 원유수출국들이 자체적인 정유공장을 갖추고 자체적으로 제품생산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정유공장을 확장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중동 내의 석유 수요 증가에 발맞춤과 동시에 Post-oil 시대를 겨냥한 산업 다각화 및 일자리 창출의 목적이 있다. 국내 정유업체들은 이들 국가들의 원유수급과 가격 경쟁력에서의 엄청난 우위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향후 체계적이며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실제 중동 주요국의 정제시설 확충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325.8만b/d의 추가적인 정제용량이 2020년까지 중동에 생기게 되고, 중동지역 정제 용량은 1,200만 b/d에 가까워지게 된다. 2013년 기준으로 전 세계 정제 용량이 약 9,492만 b/d 이고, 국내 정제 용량이 약 288만 b/d였던 것으로 볼 때 엄청난 규모의 증가이다.
정제시설 |
국가 |
용량 |
가동예정 |
Satorp |
Saudi |
40만b/d |
2014년 말 |
Yasref |
Saudi |
40만b/d |
2014년 말 |
Jazan |
Saudi |
40만b/d |
2017년 |
Ruwais |
UAE |
40만b/d |
2014년 말 |
Persian Gulf Star |
Iran |
36만b/d |
2017 ~2019년 |
Al-Zour |
Kuwait |
61.5만b/d |
2019~2020년 |
Ras Laffan |
Qatar |
14.6만b/d |
2016년 말 |
Sohar |
Oman |
19.7만b/d |
2016년 |
4개의 신규 정제시설 건설 |
Iraq |
74만b/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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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iddle East Economic Survey, 2014
지정학적 요인 위험
향후 유가에 작용할 불확실성 중 가장 큰 요인은 지정학적 요인이라 할 수 있으며, 중동지역 혹은 동유럽의 정세불안은 국제 유가의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중동지역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지정학적 불안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향후 10년의 석유산업의 방향
한국의 급속한 탈석유화를 늦추고 과도기적 에너지-Bridge Energy-로서의 석유의 역할을 에너지유 중 소비량이 많거나 불확실성이 큰 4대 유종(휘발유, 경유, 중질중유, 등유)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중질중유의 경우, 해운업계가 호황으로 전환된다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으나, 강화된 환경규제로 인해 선박의 연료로 중질중유를 대체하는 LNG선박, 연료전지 선박이 발전 중에 있기 때문에 중질중유를 이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수요 및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등유는 난방용 뿐 아니라 수송용, 산업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므로, 등유의 가격 경쟁력에 기반한 용도 다각화를 통해 추가적인 수요를 만들어 석유제품의 경제적인 사용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격을 기준으로 휘발유와 경유를 비교해보면, 경유가 휘발유에 비해 가격변화에 훨씬 더 탄력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경유를 중심으로 한 세제개편과 용도다각화를 통한 수요증대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