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蹴球樂部(축구클럽)


박진호 팀장(석유협회 언론홍보팀)



842, 1684, 38765.

이 숫자는 무엇을 말할까?

‘15년 현재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잔디구장수, 팀, 선수 숫자이다.

여기에 대한체육회 등록 축구회원수가 22,798명이다. 이들을 합하면 6만이 넘으나 중복숫자를 감안해도 5만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쯤 되면 ‘국내최대조직’이다. 그야말로 개나 소나 다 하는 스포츠가 바로 축구이다. 하긴 나는 개나 소가 아닌 닭(띠)인 나도 하니 그야말로 국민스포츠라 할 만하다. 


국민 스포츠 축구의 역사

 우리나라에 근대 축구가 전해진 것은 1882년(고종 19년) 인천항에 상륙한 영국 군함 플라잉호스의 승무원들을 통해서이다. 1933년 9월 19일에는 조선축구협회가 정식으로 창립되었다. 우리 석유협회도 35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데 축구협회에 비하면 음메 기죽어~


 

대한체육구락부 회원들이 축구하는 모습(1906) [출처:대한축구협회]


 그 후 1948년 런던 올림픽 본선,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7,80년대 ‘박스컵’으로 불리던 박대통령배 아시아축구대회를 거치며 한국은 명실상부한 아시아 축구 최강으로 올라서게 되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축구는 월드컵이다. 거의 모든 종목에서 월드컵이 열리지만 ‘월드컵=축구’가 연상되는 건 월드컵이 올림픽 이상으로 전세계인의 축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 2002년 월드컵은 내 생에 다시 올 수 없는 ‘각본 없는 드라마’로 기억될 듯 하다. 아직도 그 때의 감격이 남아 있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축구와 나의 인생

 그로부터 십수년이 지난 지금 난 ‘그 날의 영광을 ‘흉내내기’ 위해 일요일 아침마다 눈을 비비며 막내가 다니는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나선다. 그 일대에서 유일한 (인조)잔디 구장이다. 난 주로 왼쪽 수비 또는 왼쪽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조기축구회는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에 있는 ‘위시티FC’이다. 구성원을 보면 자영업자, 회사원, 항공사 파일럿, 교수, 교사, 학생, 금융업 등 다양하다. 모두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즐겁게 공을 차고 있다.

 생활 체육 중에서 축구 동호인이 가장 많은 이유 중 하나는 공 하나만 있으면 남녀노소 다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축구를 해 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단순히 뛰고 차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결국 축구도 조직력의 스포츠이고 조직력 극대화를 위해 개인과 팀 전술 등이 어우러져야 한다. 여기에 축구화, 보호장비, 키퍼장갑, 콘 등 각종 훈련 도구를 갖추고 패스, 드리블, 슈팅 등을 체계적으로 배우기도 한다. 우리 FC는 연령대가 2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까지이다. 구성원 중의 대부분은 아저씨들이지만 축구 실력은 2,30대 못지않다. 실제로 YB-OB로 나눠 점심 내기를 가끔 하는데 OB가 자주 이기는 건 경험과 조직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조직이든지 자기 역할을 등한시하면 조직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여기서도 확인 가능하다. 



 전국 어느 축구 경기를 보더라도 항상 들리는 얘기는 ‘자리 지켜 자리~’, ‘먹지마’이다. 앞에 것은 자기 자리에서 빈 공간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며 뒤에 것은 상대 드리블에 뚫리지 말라는 말이다. 이렇게 조직력 극대화를 위한 의사소통 과정에서 욕을 하는 경우도 꽤 있긴 하지만, ‘선수끼리의 경기장 내 언어’이다 보니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내가 거의 매주 기를 쓰고 나가는 이유는 경기 중 먹는 셔~ㄴ한 막걸리 때문이기도 하다. 경기 중간에 시원한 막걸리를 먹다 보면 자꾸 먹게 돼서 게임은 뒷전이고 아예 술판을 벌이는 경우도 종종, 아니 항상 있다(^^). 그러다보니 매주 나오는 안주의 내용에 따라 총무의 능력이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끝나면 얼마나 좋겠는가? 게임이 끝나면 근처 식당에서 점심 먹으며 한 잔, 밥 먹고 내기 당구 치고 또 한 잔, 그리고 복수전 한 판하고 또 한잔, 나중엔 노래방 내기까지 하다 보면 시간은 어느 새 다음 날로 넘어간다. 실제 아침 7시에 일찍 나와 다음 날 새벽 2시에 ‘일찍 귀가’하는 날도 심심치 않게 있다. 여기에 상반기는 야유회, 하반기에는 전지훈련, 연말에는 송년회도 어김없이 한다. 이래 뵈도 할 건 다 한다.

 이렇듯 매주 일요일 축구 후 펼쳐지는 ‘술’ 많은 난관과 시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 위시티FC 회원들의 뜨거운 우정. 그리고 불야성을 마다 않는 강한 투지와 결속력이야말로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든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다. 영원하라 위시티FC여~. 대한민국 축구, 다시 한번 월드컵 4강의 영광을 위하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