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에너지 언제쯤 석유를 대신하나?
최종근, 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우리 생활과 함께하는 석유
유가가 배럴당 세 자리이거나 두 자리이거나 유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우리의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이다. 유가를 변동시킬만한 국제적 사건이 긴급뉴스로 스마트폰을 통해 전해지고 유가변동에 따라 주식시장이 매일 영향을 받으며 전문가들은 그 영향을 분석하기에 바쁘다. 우리는 왜 석유에 이처럼 큰 영향을 받고 있는가? 그것은 바로 가장 중요한 에너지가 석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석유와 함께 생활하다 석유와 함께 잠자고 석유와 함께 일어난다”고 할 정도로 석유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와 같이 중요한 석유가 만약 4~50년 후에 고갈된다면, 우리는 우리의 생존을 위한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석유는 무엇이며 또 언제쯤 고갈되며 그리고 수용가능한 대안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석유는 자연발생적으로 존재하는 탄화수소의 혼합물로 온도, 압력, 조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석유는 그 정의에 의해 액체인 원유, 기체인 천연가스, 반고체인 역청을 포함하지만 간단히 원유를 석유라 부르기도 한다.
매장량의 정확한 이해
석유와 관련하여 비전공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는 “석유가 언제쯤 또는 40년 후 고갈되는가?” 이다. 우리는 매장량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많은 경우에 숫자적으로 주어진 매장량 가채년수에 대한 정보에 의존한다. 세계석유공학자협회(SPE)에 따른 매장량(reserve)는 “부존이 확인된 저류층으로부터 현재시간 이후로, 주어진 경제조건과 확립된 기술 그리고 정부규제 하에서,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유, 가스, 응축물 및 수반물질의 양”으로 정의된다. 쉽게 요약하면, 매장량은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2015년 BP 통계에 의하면 원유의 가채년수는 앞으로 53년 인데 이는 확정매장량을 연간생산량으로 나눈 값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20년 전에 예상한 원유 가채년도가 42년 이라는 것이다. 20년간 원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였는데 가채년수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사실 지난 20년간 가채년수를 비교해보면 원유는 40~55년, 천연가스는 55~70년 사이에 머물고 있다. 그것은 상류부분 산업계가 회사의 존립과 원활한 경제활동의 지원을 위해 4~50년간의 매장량을 항시 확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흔히 “석유매장량 50년, 가스매장량 60년”이라는 가채년수를 인용하여 이들 자원이 고갈될 것 같이 이야기 하지만, 표 1에서 보듯이 연간생산량의 증가로 동일한 가채년수를 유지하기 위하여, 매장량은 오히려 20년전 대비 원유와 천연가스 모두 50% 이상 증가하였다.
표 1. 세계 원유 및 천연가스 확정매장량 (BP 2015 에너지통계 자료)
연도 | 석유, 배럴 | 가스, 평방미터 |
1994 | 1조 1180억 | 119조 |
2004 | 1조 3660억 | 156조 |
2014 | 1조 7000억 | 187조 |
매장량의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매장량은 새로운 유전의 발견, 유가와 개발비 같은 경제조건, 정부 및 환경 규제, 또는 생산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화하는 값이다. 부존이 확인되었지만 판매의 어려움이나 생산비용 또는 미확립된 기술로 인하여 경제적으로 생산하기 어려운 양을 가능매장량이라 하며 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매장량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그림 1은 최근에 많이 언급되고 있는 비전통자원의 종류와 상대적 부존량을 보여준다. 삼각 다이어그램의 상부는 그 부존량이 적지만 개발하기 쉬운 전통적인 석유자원이고 하부는 부존량이 많지만 생산에는 더 많은 비용와 높은 기술을 요하는 비전통 석유자원을 나타낸다. 구체적으로 캐나다 앨버타주의 오일샌드와 베네주엘라 오리노크 지역의 천연역청은 부존량이 각각 1.7~2.3조 배럴, 1.2~3.2조 배럴이고 셰일가스는 매장량이 200조 입방미터를 초과하였다. 이들 자원이 현재와 같은 저유가에서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어렵지만, 각 부존량이 현재 전세계 확정매장량 보다 많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원유의 회수율이 평균 50~60% 내외이고, 수심 2,000 미터 이상에서는 그 부존을 확인하였지만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으로 아직 생산하지 못하는 점, 저유가로 개발을 미루고 있는 많은 유전들, 아직 탐사도 하지 않은 지역들, 그리고 그림 1의 비전통 자원과 석유공학 기술발전을 고려할 때, 앞으로 200년 이상 석유자원을 주에너지원으로 지속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본인은 예측한다.
그림 1 – 비전통자원의 종류와 상대적 부존량
대체에너지원이 갖추어야할 조건들
원유, 천연가스, 석탄으로 대표되는 화석원료는 현재 전세계 에너지공급의 86% 이상을 차지하지만 그 총량이 제한되어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다. 만약 이들 자원이 실제로 고갈된다면 대체에너지원이 있는가? 아마도 원자력이 대량생산이 가능한 대안이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 원전에 대한 저항이 있고 안전한 제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원자력 에너지의 비율이 증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대안은 신재생에너지[1] 일 수 있다. 신에너지로 세가지 종류가 있지만 이들은 모두 기존 에너지원을 사용하여 효율을 향상시키거나 환경문제를 개선하는 것으로 부족한 에너지원 자체에 대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초등학생들은 재생에너지가 친환경적이며 지구가 존재하는 한 무한히 재생되는 꿈의 에너지로 알고 있고 또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전공하고 싶어하는 많은 고등학생들이 있음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의 조성에는 언론과 신재생에너지의 원리와 적용사례를 소개하는 과학잡지의 역할이 컸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산업에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과 공급이 가능해야 한다. 따라서 해당 에너지원은 기술적으로 생산하기 쉽고 경제적이어야 하며 이들 두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역적으로 고밀도로 집적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재생에너지는 낮은 에너지원 밀도로 넓은 지역에 분포하므로 이들을 유용한 에너지원으로 채집하는데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실험실 규모를 벗어난 대량생산이 어렵고 단가가 비싼 한계가 있다.
즉 재생에너지는 기술, 경제성, 대량생산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 만약 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하여 서울 시내에서 운영되는 모든 교통수단의 에너지를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능적으로 판단한다. 막대한 에너지 요구량으로 인하여 서울보다 넓은 지역이 이들 에너지 확보를 위해 계속하여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인들은 재생에너지가 친환경적이라고 알고 있다. 인위적인 에너지를 가하지도 않았는데 불어오는 바람의 힘을 이용하거나 따뜻하게 내리쬐는 태양열이나 태양광을 활용하여 발전하면 이산화탄소나 오염물의 발생이 전혀 없는 것 같고 또 일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람을 이용하여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바람개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발전기, 제어장치, 기계장치, 타워 등 풍력발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통합한 “풍력발전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이 발전시스템을 제작하고 설치하여 운영하고 사용이 끝나면 처리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하나의 제품에 대하여 전체과정을 분석하는 것을 전주기 분석(LCA: Life Cycle Assessment)이라 하며, LCA에 근거하여 신재생에너지를 분석하면 이들 에너지가 경제성은 물론 전통적인 석유에너지보다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환경부하가 적다고 말하기 결코 쉽지 않다.
잘못된 환상이 아닌 바른 안목으로 접근
“향후 수 십년 이내에 대체에너지가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고 내게 묻는다면 대답은 “NO”이다. 그럼 “대체에너지를 연구할 필요가 없는가?”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역시 “NO”이다. 향후 수 십 년 이내에 주력 에너지로 사용되지도 못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이 세상에서 독점력이 가장 강한 것이 기술이고 또 기술은 계단식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연구를 지속하다 보면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이 개발될 수도 있다. 만약 우리가 기술개발을 포기한다면, 다른 나라에서 개발된 기술을 절대 이해하지도 또 따라 가지도 못하고 기술 종속국이 된다. 결론적으로 현재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할만한 여유가 있을 때 부지런히 기술을 개발하여야 한다. 하지만 실험실 수준의 기술이나 부분적으로 특화된 적용을 포장하거나 과장하여 일반인에게 편향된 지식에 근거한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어서는 아니 된다.
세계의 경제와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도 “화석연료에 기초한 경제”라는 기본전제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석유자원의 확보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비하여 국가 에너지자원의 97% 이상을 수입하는 에너지 빈국이다. 따라서 석유자원의 고갈에 대하여 염려할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확보와 효율적인 활용에 주목해야 한다. 해외자원개발도 단순한 수치적 목표달성을 지양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
석유에 대한 바른 안목과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하므로 이윤과 고용이 창출되고 국제 에너지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며 혁신하는 기업만이 생존하는 글로벌 경쟁시대이다. 요즘 같은 상대적 저유가가 업계의 위기이지만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어 진정한 기업가정신의 부활을 기대해 본다.
[1]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 이용 보급 촉진법에 따라 국내에서는 신에너지 3종류(연료전지, 수소, 석탄 액화 & 가스화 및 중질잔사유 가스화)와 재생에너지 8종류(태양광, 태양열, 풍력, 수력, 지열, 해양에너지 (해양의 조석, 파도, 온도차), 바이오, 폐기물)가 있음.